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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라는 이름을 가진 학생의 사연
카스마을 3남매의 꿈이 무사하기를
2013-07-16 09:49:14최종 업데이트 : 2013-07-16 09:49:14 작성자 : 시민기자   김형효

꺼비따? 꺼비따는 네팔어로 '시(詩)라는 뜻을 갖고 있다. 호텔 파라스에서 일하고 있는 꺼비따 수누와르(18세, 6학년)는 2남 1녀 중 둘째다. 이미 10여 년 전 아버지를 여의고 고향에는 홀어머니만 남겨둔 채, 카트만두 삼촌 집에서 지내다 12살 때부터 지리에 와서 일하면서 공부하고 있다. 

그가 태어난 라메챱(ramechhap)의 커스가운(kas gaun, 커스마을)은 머이나포카리와 지리 사이에 있다. 지리에서 커스가운이라는 동네까지 다녀오려면 5일이 걸린다고 한다. 
그녀는 일하며 학교에 다녀야해서 지금까지 6년 동안 한 번도 고향에 가지 못하고 어머니를 세 번 만났다고 한다. 그녀는 지금 지리에 있는 둥게소리 세컨드리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다. 

고향 마을에는 작은 농토와 집이 있다고 한다. 젊은 홀어머니 혼자 지내고 있는데 최근 그녀의 오빠가 어머니와 함께 지내기 위해 고향 마을에 갔다. 
그녀의 오빠도 이제 막 스무 살 나이이고 막내 12살 남동생 어르준 수누와르는 지리에 있다. 안타까운 일은 같은 학교에 다니면서도 자주 만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시(詩)?라는 이름을 가진 학생의 사연_1
지리 바자르에 곡물들이 널려 있다. 마을같고, 시장같고, 도시같은 그러나 평화로운 땅이다.

시(詩)?라는 이름을 가진 학생의 사연_2
젊은 아이엄마가 아이를 업고 길을 걷고 있다. 수심이 깊어보인다.

남동생 어르준은 오후 네시부터 여섯시까지 일하는 양치기 소년이다. 다행히 그녀와 동생의 학비는 모두 면제다. 지리에 대부분의 공기관이나 기술학교, 병원을 스위스 사람들이 세워준 것이다. 
해당학교도 마찬가지로 스위스 사람들이 설립한 학교다. 꺼비따와 어르준처럼 어려운 학생들에게 스위스 사람들이 학비면제는 물론 학용품과 교과서를 제공해준다고 했다.

스위스 사람들은 가끔씩 찾아와 학용품 등 선물을 제공해준다. 그녀는 걱정스럽게 묻는 시민기자의 질문을 오히려 의아해할 정도로 학교생활의 어려움이 없다고 말한다. 청순한 꿈을 꾸기 좋은 나이의 꺼비따 수누와르, 그녀의 손은 이미 어른 손이 되어 있었다. 거친 일을 하며 지낸 생활의 흔적이다. 그의 얼굴에는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지만, 그만큼 다부진 결의도 보였다. 내어줄 것이 없는 처지가 안타까웠다.

시(詩)?라는 이름을 가진 학생의 사연_3
사진 왼쪽 끝 오방천 아래 둥게소리 학교가 있다. 지리의 모습

시(詩)?라는 이름을 가진 학생의 사연_4
꺼비따 수누와르다. 상기되어 얼굴이 붉다. 거칠게 삶을 이겨내는 그에게 행운이 함께하기를 빌어본다.

곧 묘안을 짜내었다. 힘내라는 내 나름의 격려의 뜻을 전하고자 생각해낸 것이다. 화가 람바하두르 타다에게 그녀의 초상화를 스케치해 줄 수 있겠느냐? 가능하다면 스케치를 선물해주자고 했다. 
람바하두르 타다도 나의 뜻에 동의해줘서 짬이 나면 그려주기로 했다. 저녁식사를 준비하기 전 호텔 여사장에게 양해를 구하고 스케치 작업에 들어갔다. 꺼비따 수누와르는 이미 얼굴이 상기되어 붉은 꽃이 되었다. 

어린 나이에 고향을 떠나본 사람은 안다. 누군가 손잡아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믿음은 매우 중요하다. 시민기자도 어린 나이에 고향을 떠나 지금껏 살아오고 있다. 
그래서일까? 짧은 순간의 지리에서 동병상련의 어린 꿈을 꾸는 시(꺼비따)에게 자신의 삶을 아름다운 한편의 시처럼 가꾸어가기를 기대하고 바란다. 지리와 작별인사를 나누듯 꺼비따를 격려하며 람바하두르 타다가 정성스럽게 그려준 초상화를 선물했다.

어느 날처럼 밤은 깊고 밝은 아침 날을 재촉하듯 길을 나섰다. 아침 7시 평화로운 산중도시 지리에서의 아늑한 휴식을 멀리하고 거침없이 폭주하는 자동차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카트만두로 돌아왔다. 거칠고 먼 지리에서 카트만두까지 돌아온 후 곧 한국으로 돌아올 채비로 바쁜 일상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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