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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께 마음과 시간을 투자하자
2013-07-08 23:23:10최종 업데이트 : 2013-07-08 23:23:10 작성자 : 시민기자   김성지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 날 수도권에는 장마 비의 양이 많이 내릴 것이라는 일기예보가 아침 일찍 켜 놓은 T.V에서 흘러나온다. '어 그러면 안 되는데, 어쩌지' 혼자말로 중얼거리면서 부지런히 집을 나설 준비를 한다.

아침 8시 좀 넘은 시간에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 평일이라 도로에 차의 막힘으로 인한 교통 체증은 보이지 않는다. 언니가 운전하는 차 옆의 보조석에 앉아서 차창 밖을 응시한다. 마음 상태에 따라 보이는 풍경이나 사물이 달라 보이는 모양이다.

예전 친정나들이는 아련한 그리움과 보고픔 새기면 새길수록 쨘 한 그 무엇이 숨어 있었다. 말로는 다 표현하지 못하는 무엇이 친정나들이 길에 있었는데, 오늘 나선 길에는 안타까움이 함께 묻어 있었다.

내년이면 아흔이 되시는 친정아버지께서는 예의 그 자체이셨다. 누군가에게 작은 피해라도 주는 것을 용납지 않으시고 올 곧게 정직하고 너무 고지식할 정도로 살아오신 분이다. 물론 주위에서 존경의 대상이었고 문중에서는 종갓집 종손으로써의 맡은 바 일에 열정을 쏟아 내셨던 분이기도 하다.

지금은 뒤로 물러나서 후손들에게 든든한 산 증인으로 자리하고 계시기도 하다. 자식들이 안부전화를 드릴 때마다 항상 끝머리에는"전화 줘서 정말 고맙다."라는 말을 하시곤 했다. 
한 번쯤 내려간다고 말씀을 드릴라치면 "오고 가는데 힘드니 내려오지 말고 너희들이나 잘 지내라. 그것이면 족하다." 라는 말을 하시면서 늘 자식 걱정이셨던 분이 내 아버지이셨다.

부모님께 마음과 시간을 투자하자_1
늘 그리운 친정부모님이 계신 집

부모님께 마음과 시간을 투자하자_2
친정 아버지를 위해 마련해 놓았던 컨테이너 건물

그런 아버지께서 기운이 없어지면서 마음이 약해지셨는지 전화선을 타고 들려오는 목소리에는 힘없는 메마른 울림 같은 소리가 들려옴으로 인해서 딸의 마음에 안타까움이 스며든다. 그래서 나선 친정 길이었다.

친정 집 가까이에 들어설 즈음에 감나무 밭 사이로 2층의 컨테이너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몇 해 전인가 적적하고 답답해하는 친정아버지를 위해서 강 근처 밭둑에 설치해 놓은 것이다. 이곳에 오셔서 바람도 쏘이고 휴식도 취하면서 나름 답답함을 좀 해소해보셨으면 하고 말이다.

그런데 그것도 기운이 있고 건강하실 때 이야기이지 지금은 기운이 부족해서 집에서 이곳까지 걸어오시는 데도 힘에 부쳐서인지 그림의 떡으로 전략하고 말아버렸다. 컨테이너 건물을 보는 순간 안타까움과 허망함이 교차를 한다.
세월 이기는 장사가 없다는 말이 생각나면서 그 속에 깃든 친정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라진다.

내 자식에게 하는 십분의 일이라도 내 부모에게 한다면 효녀소리를 들을텐데... 하는 넋두리도 가끔 해볼 때가 있다.
자식을 맞이하기 위해서 있는 힘껏 기운을 내어서 반기신다. 그것도 고맙다. 덥석 손을 꼭 부여잡고 등줄기를 어루만져 본다. 지금의 내 마음을 어떤 식으로라도 전해 드리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예전에 할머니가 살아계셨을 때 입맛 없으신 할머니를 위해서 부모님께서 도토리 묵밥을 해서 드리면 맛있게 드시고 좋아했던 모습이 떠올라 기운 없으신 부모님을 억지로 차에 태우고 우리는 손수 해드리지 못하는 아쉬움을 묵밥 집을 찾아 모시고 갔다.

부모님께 마음과 시간을 투자하자_3
아버지의 입맛을 되살아나게 한 묵밥

예전의 향수가 떠올라서일까? 참 맛있게 드신다. 잘 잡수지 못했다던 아버지께서 열심히 수저를 움직인다. 입맛을 돋우는데 도움이 되었나보다. 언니와 나는 서로 기분 좋은 눈짓을 교환해본다.
이렇게 드시는 것을 내 눈으로 보니 그저 좋고 잠시나마 안심이 된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버지의 손을 잡았다. 내 마음이 전해졌는지 아버지께서 맞잡은 손에 힘을 주신다.
그것으로 족하다. 여러 말이 필요 없다. 먼 거리를 달려온 딸의 마음은 모든 것을 보상받은 듯 그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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