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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꽃피는 마을 서신 ‘공생염전’에서
2013-07-05 09:33:07최종 업데이트 : 2013-07-05 09:33:07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우리는 지금, '힐링'이라는 말이 범람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10여 년 전에는 '웰빙'의 바람이 거셌다.   
사람은 살다가 보면 기쁠 때도 있고 슬플 때도 있다. 반복되는 일상사에 고루함이 더해져 늘 제정신이 아닌 듯 불안감에 휩싸이기도 한다. 그러나 인간은 감성의 동물이 되기도 하고 때론 이성의 동물이 되어 쉴 새 없이 양쪽을 오가며 하루하루를 잘 지켜나간다. 사람이니까 가능한 것이다.

현대인들은 이제 바쁜 일상을 벗어나 자유로움을 만끽하고 싶다는 욕구로 아우성이다. 이제껏 인간만이 지켜온 균형의 틀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기 시작한 것이다. 
조용한 마을 골목길을 걸으며 사색을 즐기고 싶다고 외치고, 대자연을 찾아 정다운 이와 함께 오붓이 걸으며 잔잔한 행복을 느끼고 싶다고 말한다. 

소금 꽃피는 마을 서신 '공생염전'에서_1
소금 꽃피는 마을 서신 '공생염전'에서_1

며칠 전 뜻하지 않은 곳에서 자연의 신비와 마주하며 가슴이 뻥 뚫리는 경험을 했다. 자연과의 만남이라했지만 사람과 공생하며 신비한 생명을 뿜어내고 있는 내밀함을 발견했다.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매화리 마을에 있는 '소금 꽃피는 마을 공생 염전' 밭이다. 

소금 꽃피는 마을 서신 '공생염전'에서_3
소금 꽃피는 마을 서신 '공생염전'에서_3

서해안의 관광명소로 알려진 제부도나 전곡항 가는 길목에 있는 공생염전은 수도권에서 몇 안남은 천일염 단지다. 소금이 만들어지기까지 바람과 햇빛 그리고 바닷물, 이렇게 삼위일체가 잘 갖추어진 지형덕분이다. 
그렇지만 한때 잘나가던 시절 20호가 넘던 염전 밭은 이제 몇 호 남지 않았다. 대부분 전쟁을 피해 북쪽의 고향을 떠나 이곳에 정착한 실향민들이 인고의 세월을 견디며 개간한 땅이었지만 중국산 등 저가의 공세에 밀려 삶의 터전을 포기하고 떠나간 사람들의 흔적이 폐염전으로만 남아있다.

게릴라성 호우주의보가 있던 날 공생염전을 찾았다. 수원 인근에 이처럼 큰 염전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안 날이었다. 그렇지만 장맛비를 피해 잠시 쉼을 청한 시간이었는지 아니면 대부분 문을 닫은 것인지 염부들의 써래질이나 소금 창고는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저쪽은 아직도 소금을 채취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사람들이 안보이네요. 여기는 폐염전 밭으로 보이는데 맞지요."
"저기 시옷자 지붕보이죠. 간수통인데 바닷물을 가둬둔 곳이죠. 물론 여기는 소금채취를 포기하고 떠나 곳이지만 저쪽은 지금도 명품소금 천일염을 만들고 있어요. 아실라나? 이곳의 천일염이 세계에서 가장 미네랄 함양이 풍부한 우수상품이라는 것을요. 보건환경연구원의 성분분석을 통해 알려졌지요."
함께한 일행이 조근 조근 말을 해준다. 수익타산 때문에 떠나는 이가 속출했지만 지금도 자연과 공생하며 터전을 꿋꿋이 지키는 사람들이 남아있다고.

소금 꽃피는 마을 서신 '공생염전'에서_4
소금 꽃피는 마을 서신 '공생염전'에서_4

폐염전으로 보이는 곳으로 들어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바닷물을 들이던 소금밭이었다는 것을 넌지시 알려주는 갯벌 토양이 또렷하다. 염전 밑바닥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을 정도로 작은 타일들이 빼곡히 깔려있다. 
그것들을 잘 다지는 밀대석도 경계선에 오롯이 놓여있다. 잠시 눈을 감고 이마에 땀방울이 몽글몽글 맺힌 염부들을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은 황량하기 그지없음을 깨닫고 눈길을 먼곳에 준다. 끝없이 펼쳐진 소금밭이다.

두 구획을 넘어 들어설 즈음 스카프가 휘리릭 목을 휘감는다. 입구에 들어설 때부터 심하게 바람이 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제야 깨달은 것이다.  

"이것이 자연의 선물, 신비의 약초로 알려진 '함초'라는 거예요. 본래는 '퉁퉁마디'인데 워낙 소금기의 짠맛 때문에 그냥 함초라고 부르죠. 저기 무지하게 많은 보랏빛 식물은 '칠면초'라고 하는데 어르신들은 먹어도 먹어도 남는다고 하여 '나문재'라고 부르죠. 일반인들에게 특효가 알려지기 시작한 함초는 여기처럼 바닷물이 잘 들고 땅이 잘 굳는 갯벌지역에 자생하는 식물입니다."

소금 꽃피는 마을 서신 '공생염전'에서_2
소금 꽃피는 마을 서신 '공생염전'에서_2

뿌리까지 씻어서 식용이나 한약재로 쓰인다며 지인이 마디를 뜯어 먹어보란다. 짭쪼름하여 술안주로도 최고라며. 먹어보니, 아삭아삭한 것이 상큼하고 소금기가 배어있어 오이보다 맛있다. 나문재도 먹어보라는데 그것은 사양했다. 지천에 깔려있어 약간 미덥지 않았기에.(집으로 돌아와 인터넷에 뒤져보니 먹어도 된다는 것을 알았다)

신비한 자연의 세계를 만날수록 바람은 더욱 거세게 불었다. 완전 날아갈 정도로 강도는 높아갔지만 선뜻 그곳을 벗어날 수가 없었다. 갈대와 바닷물이 고인 늪지의 향연, 나문재와 함초들의 속삭임, 이모두가 변주되는 자연풍경이 참으로 좋았다. 함께한 일행도 탄성을 지르며 '서신마을의 재발견'이라고 했다.

때론 이처럼 번잡함이 아닌 쓸쓸함에서 빛나는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우리가 먼 옛날 어린 시절 자그마한 추억을 떠올리며 미소를 짓듯 말이다. 
가까운 구멍가게라도 있었더라면 바로 달려가 술한병 샀을 것이다. 비록 인간의 손은 떠났지만 오히려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으로 돌아와 충분히 감동을 준다는 사실에 축배라도 들고 싶었기에.
힐링의 세계는 결코 멀리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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