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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을 그린 화가, 고갱
서울시립미술관, 고갱전을 다녀오다
2013-07-06 00:09:52최종 업데이트 : 2013-07-06 00:09:52 작성자 : 시민기자   문예진
방송대학교 1학기 기말 시험을 준비하면서 힘들고 지칠때마다 시험만 끝나면 가고 싶은 곳의 리스트를 하나씩 적으면서 그걸로 나 자신을 격려하고 위로하며 버텨냈다. 
그렇게 메모했던 여러곳중 한 곳을 드디어 다녀왔는데 서울 시립미술관 에서 열리는 '낙원을 그린 화가 고갱 그리고 그 이후' 이다. 

낙원을 그린 화가, 고갱_1
낙원을 그린 화가, 고갱_1
 
그림을 전공한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중,고등학교 시절에 그림에 관심이 많거나 재능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어느때 부터인가 미술관을 드나들다 보니, 그림의 느낌이 내게도 조금씩 전달되면서 차츰 미술 작품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었다. 
물론 아직도 그림은 내게 어렵다. 어떤 의미인지 어떤 화풍인지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모르는 작품들이 대부분이지만 그래도 전시회마다 한,두 작품은 마음에 와 닿으며 나와 통하는 느낌을 받으니 그 맛에 열심히 전시회를 찾아 다니는 것이다. 

고흐전은 예술의 전당 에서 두번 정도 봤는데 고갱전은 처음이라 기대가 됐다. 고흐와 고갱의 관계도 생각나며 두 사람의 작품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친구였으니 비슷한 느낌일까 라는 궁금함도 있었다. 
나 혼자 보면 무슨 의미인지, 무얼 말하는건지 잘 모르겠고 그냥 그림이려니 하며 어렵게 느껴지던 작품들도, 도슨트의 설명을 곁들여 보게 되면 내가 미술에 아주 조예가 깊은 사람인것처럼 그림이 한눈에 쏙 들어오기 때문에 미리 도슨트 해설시간을 맞춰서 가는 편이다. 

계획은 아침 일찍 출발해서 여유있게 고갱전을 보고 난후 친구를 만날 생각이었는데 피곤하다는 핑계로 게으름을 피우다보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되어버렸다. 
오후 3시와 5시에 도슨트 해설이 있는데 3시에 하는 해설을 들어야 그림을 보고 친구도 만날수 있을것 같아 그제서야 부랴부랴 집을 나서는데, 빨리 가야하는 내 사정을 아는 것처럼 버스 정류장에 도착 하자마자 바로 내 앞에 버스가 서는것이다. 

쾌재를 부르며 수원역에 도착 했는데 그곳에서도 전철이 문을 열고 어서오라며 나를 기다리고 있는것이 아닌가. 얼른 타서 실내에 있는 전광판을 보니 용산행 급행 전철이다. 요즘 나에게 연달아 일어나는 행운에 감사하며 미술관에 도착하니 정확하게 오후3시, 도슨트 해설시간에 딱 맞춰 도착한 덕분에 처음부터 제대로 작품 설명을 들으며 그림을 볼수 있었다. 

낙원을 그린 화가, 고갱_4
낙원을 그린 화가, 고갱_4
 
고갱하면 고흐의 친구, 고흐가 정신이상을 보이며 자신의 귀를 자른 사건 이후로 둘은 결별했고, 타히티섬에 살면서 타히티를 배경으로 그림을 그린 화가 정도의 지식밖에 없었는데,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니 고갱은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나 주식 중개인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취미로 그림을 그리다가 프랑스의 주식 시장이 붕괴하면서 35살에 전업화가의 길을 택했다고 한다. 

그림을 처음 시작할 당시에는 인상주의 화가로 활동 했지만 자신의 예술세계를 펼치기 시작하면서 종합주의 회화기법을 선보였는데 종합주의 화풍이란 과감한 원색을 사용하고 원근법을 무시한 화면분할법 으로 실존세계와 환상세계를 한 화폭에 담는것을 말한다. 

고갱의 3대 걸작품으로 불리는 '설교후의 환상', '황색 그리스도',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를 보면 현실과 환상의 세계가 공존하는데, 그중에서 '황색 그리스도'는 십자가에 달린 예수의 모습 아래로 기도하는 여인들이 있고 뒤편으로는 담을 넘어가는 남자의 모습과, 노랑과 붉은색의 들판이 보이는데, 기도하는 여인들과 배경이된 들판은 현실세계를, 십자가의 예수상과 담을 넘는 남자는 예수를 배반한 유다로, 환상의 세계를 나타낸다고 한다. 
또 배경이 된 들판을 노랑과 붉은색으로 사용한것은 예수가 십자가에 달려 죽은 계절인 가을을 표현 한것이라고 한다. 

낙원을 그린 화가, 고갱_3
낙원을 그린 화가, 고갱_3
 
이런 설명을 들으면서 전시된 그림을 볼수 있다는것은 그야말로 크나큰 행운이다. 하나의 작품안에 여러가지 의미를 담아 작품을 완성하는것, 또 그것을 해석하고 느끼면서 작품과 하나가 되는것, 그것이 미술전시회를 자꾸만 찾게 만드는 매력인 것이다. 
전시회장에 전시된 모든 작품들을 다 설명할수는 없기 때문에 도슨트의 해설은 각 전시실에서 대표적인 몇개의 작품만을 설명한다. 그럼에도 전시회장을 한 바퀴 도는데 한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도슨트의 해설이 끝난후 잠시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한다. 
어느 전시회든지 작품을 둘러보는데 최소한 2~3시간 이상은 걸리는데 그 시간동안 서서 돌아 다니다 보면 다리도 아프고 무엇보다 허리가 아파서 잠깐만 앉을수 있으면 참 좋겠다 라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요즘은 전시회장 곳곳에 앉아서 쉴수 있는 의자를 준비해둔 곳이 많아서 작품을 보다가 몸이 지쳐서 급하게 나오는 아쉬움을 느끼지 않아도 되니 그것 또한 감사한 일이다. 

잠깐의 휴식을 취한뒤 이번에는 오디오 가이드와 함께, 그림과 나의 일대일 대화의 시간을 갖는다. 도슨트에게서 들은 지식과 오디오의 설명을 종합해서 내 나름대로 작품 분석도 해보고 느낌도 가져보며 열심히 전시된 그림들을 만난다. 특히 고갱의 작품들은 세계 여러곳에 흩어져 있기때문에 한자리에 모이기가 힘든데, 이번 전시회를 위해 5년간 여러곳의 미술관을 접촉하며 노력한끝에 이루어진 전시회라고 한다. 

낙원을 그린 화가, 고갱_2
낙원을 그린 화가, 고갱_2
 
도슨트의 설명으로만 알수있는 한가지 재미있는 정보는 전시된 그림의 가격인데 이번 전시된 작품중 가장 고가인 그림은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라는 작품으로, 작품의 가격은 무려 3천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고갱이 가장 사랑하던 딸의 죽음소식을 듣고 그린 작품으로 인간의 탄생에서부터 삶과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단계적으로 그린 그림으로 폭이 4미터에 달하는 대작이다. 고갱은 이 그림을 자신의 마지막 작품으로 생각하고 그린후, 자살을 시도 했다고 한다. 다행히 이때의 자살은 실패로 끝나서 이후에도 다른 작품을 남길수 있었지만 이런 이유로 고갱의 정신적 유작으로 불리는 작품이다. 

거의 대부분의 예술가들이 그렇듯 고갱도 생전에는 성공하지 못한 예술가로 말년에는 신장병, 말라리아, 천식 등으로 고생했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캔버스를 살 돈이 없어 그림을 그리지 못한다는 편지를 친구에게 보낼 정도 였는데, 만약 풍족한 경제력이 있었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작품을 남겼을까, 아니면 절실함이 없어서 작품의 수준이 떨어졌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전시된 작품을 모두 보고나니 오후 6시다. 한동안 보지 못했던 친구를 광화문에서 만났는데 하필이면 그 시간에 하늘이 구멍 났나보다. 우산을 써도 소용이 없을 정도의 장대 같은 비를 맞으며 만난 친구는 언제 봐도 반갑다. 고갱과, 친구와 그리고 장마비와 함께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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