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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에서 붉은 물이 나왔다
물이 부족한 미래가 온다면, 그것은 재앙일 것이다. 물 아껴쓰는 습관을 기르도록 하자.
2013-07-06 19:58:46최종 업데이트 : 2013-07-06 19:58:46 작성자 : 시민기자   이수진

원래 단수가 될 것 같으면 미리 30분, 한 시간 전에 방송을 하는데 오늘은 급작스런 방송 때문에 당황을 했다. 경비 아저씨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잘 들리지 않아서, 무슨 말인지 분간을 잘 못했지만 확실했던 것은 취수장 시설의 고장으로, 물 공급에 차질이 있을 것이란 말이었다. 

그나마 우리 아파트는 물 저장 탱크에 여분의 물이 남아 있었던지라 아예 단수는 안될 테지만 탱크에 남은 물이 절반 밖에 없어서, 아파트 주민들이 조금씩 절약을 해서 사용해야지만 어느 정도 버틸 수가 있다고 했다. 그만큼 물의 양이 충분치는 못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같은 지역의 다른 곳은 이미 단수가 된 상태였다. 

직업의 특성상 야간근무를 나가는 친구는 씻지도 못한 채 출근을 했는데, 단수 시간이 저녁 6시대였다. 이 시간대는 각 가정마다 저녁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물의 소비가 더욱이도 많은 시간대였는데 하필 이 시간에 단수가 되어서 불편을 겪는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경비 아저씨의 말을 듣고 혹시나 우리 아파트 물 저장 탱크에 남은 여분의 물 마저 다 쓴다면, 나중에 급히 쓸 물이 없어 애를 먹을 것이라 판단하여 조금이나마 욕조에 물을 저장해 놓기로 했다. 한 5분이 지났을까? 욕조 물을 가득 담을 수는 없었고, 1/3이라도 담으려고 물의 저장 양 상태를 확인하러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깜짝 놀랐다. 
물의 색이 투명 색이 아닌 붉은 색이었다. 원래부터 물의 특성은 무색, 무미, 무취로 배웠는데 내 눈 앞에 보이는 붉은 물은 너무 생소했다. 

더군다나 녹슨 철 냄새 같은 무언가가 풍기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기분 탓인지 아니면 물에서 나는 냄새인지 분간이 힘들었다. 붉은 물을 잘못 썼다가 탈이라도 나면 어쩌나 싶었지만, 급히 쓸 물이 없었기 때문에 일단은 욕조에 담아 두기로 했다. 그런데 아직도 붉은 물이 나왔는지에 대해선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단수의 시간이 저녁 6시에서 12시까지 총 6시간 동안이라고 해서 그 사이에 물의 사용을 최소화 하기로 했다. 

여름철이라 엄청 더워서 땀을 흘려도 오늘 하루만큼은 샤워를 건너 뛰기로 했다. 그런데 양치만은 해야 했기 때문에 그나마 냉장고에 있던 생수를 2통 뜯어서 4명의 가족이 분배하여 양치를 했다. 정말 부족한 양이었다. 양치를 해도 치약이 입안에 고대로 남은 것같은 기분이었다. 

생수통으로 양치를 하는 상황에서 웃음이 나왔다. 그렇지만 실제 재난상황이었다면 끔찍했을 것이다. 그리고 발은 좀 전에 욕조에 담아뒀던 붉은 물을 사용했다. 사진상으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딱 봐도 붉은 색이 감도는 물이었다. 아버지는 붉은 물을 써도 무관하다고 생각하셨는지, 붉은 물로 발도 닦으시고, 손수건도 빨래를 하셨다. 

나는 아무리 물이 급하다 해도 찝찝한 기분을 지워버릴 수가 없어서 붉은 물을 단 한방울도 사용하고 싶지 않았지만, 당장에 발이라도 닦고 취침을 위해 이불 속으로 들어가야 했으므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다.

그렇지만 솔직히 아프리카나 물이 부족한 나라에서는 흙탕물 조차도 없어서 못쓰는 곳이 많다는 것을 TV매체를 통해 본 적이 많았다. 그래서 약간 붉은 빛이 감도는 물 쯤이야, 감수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은 했지만 사용하기가 꺼려졌다. 
찝찝한 기분에 끈적거리는 몸 전체를 씻고 싶어서 너무 답답했다. 가끔 시원한 물에 샤워를 하고 따뜻한 물에 반신욕을 하면서 물의 소중함을 느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찾아 온 물 부족 현상으로 여러 가지 생각이 마구 떠올랐다. 물이 부족했다면 어땠을까? 

10일 동안 챙길 수 있는 것 두 가지를 고르는 상황이 온다면 과연 나는 무엇을 택했을까? 사람은 10일 동안 영양소를 섭취 안 해도 살 순 있지만, 수분이 없으면 죽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서 그런지 나는 첫째도 물 둘째도 물을 택했을 것 같다. 그런 물의 소중함을 알면서도 잊고 산 시간이 많았는데 이렇게 취수장 시설의 고장으로 인한 단수와, 붉은 물 이 뿜어져 나오는 것을 보고, 물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낀 짧은 시간이었다. 

우리나라도 곧 물부족 국가에 들어설 확률이 크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물이 부족한 나라..값 비싼 돈을 거래하면서 사야만 하는 것이 물인 시대는 안왔으면 좋겠는데, 그렇다면 우리의 노력은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그것은 바로 물을 아껴 써야 하는 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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