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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있는 도박 ‘생태교통 수원 2013’ 행궁동
생태교통페스티벌 앞두고 행궁동 일원 찾아가 보니
2013-07-07 11:37:04최종 업데이트 : 2013-07-07 11:37:04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장마철이라고 하나 중부지방은 연일 뙤약볕으로 한낮에는 걷기조차 힘들다. 수원에는 불볕 날씨만큼이나 사람도 이야기도 뜨거운 지역이 있다. 바로 오는 9월 한 달 간 '생태교통 수원2013' 페스티벌이 열리는 행궁동 일원이다. 

봄부터 시작된 공사는 80%이상 진척을 보이며 거의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 축제의 중심 행궁동과 신풍로, 화서문로 등 일대의 현장을 지난 6일 두루두루 돌아봤다. 
애초 반대했던 주민들도 이제는 대부분 협조하는 분위기라는데 과연 그런지, 행사시작 56일을 앞두고 주민들를 만나고 현장을 살펴봤다.

가치있는 도박 '생태교통 수원 2013' 행궁동_2
가치있는 도박 '생태교통 수원 2013' 행궁동_2

오는 22일 공사 마무리를 앞두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생태교통수원2013'을 위한 공사가 드디어 7월21일 카프리데이 축제 '도로에서 놀자'를 기점으로 마무리 됩니다. 공식적으론 22일 준공식을 갖지만 전날 일요일 축제를 앞두고 사실상 끝난다고 봐야지요. 그간의 일을 생각하면 속상한 일투성입니다."
생태교통주민추진단 발족과 함께 부단장이란 타이틀로 온몸을 불사르듯 마을의 일에 관여한 황현노씨는 그간의 일이 생각났는지 갑자기 울먹이듯 말을 이어갔다. 

"저를 보고 '마을을 팔아먹은 놈'이라고 하지 않나, '수원시 어용 주민의 우두머리'라고 하지 않나. '시에서 돈 받아먹어 저렇게 열심히 일을 한다'고 하는 겁니다. 참 속상한 일이죠. 저는 30여 년 동안 이곳에 살면서 마을이 낙후되어 가는 과정을 철저히 체감한 사람 중에 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를 보고 단박에 박수를 쳤어요. '아! 이건 기회다. 먼 미래를 생각할 때 마을 전체가 활기로 넘쳐날 수 있는 유일한 찬스다'라고요. 우리 마을 사람들끼리 아무리 용을 써봤자 돈과 시간 등에 한계가 있어요. 그런데 시의 도움을 받으면 단시간에 마을을 변화시킬 수 있는데, 이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처음 250명으로 시작한 생태교통주민추진단 주민들이 어느덧 1천250여명으로 늘었다. 이 일대 주민들이 총 4300여명이니 대단히 많이 늘어난 숫자다. 며칠 전에는 신풍장안 상인연합회도 문을 열었다. 이렇듯 마을 분위기는 모처럼 단합되어가는 듯 보인다. 그렇지만 여전히 의견 차이는 존재한다는 불편한 진실을 6일 현장에서 목격했다. 10여명이 공사가 진행되는 현장을 찾아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여 경찰까지 출동하는 작은 소동이 일어난 것이다. 주민들 갈등의 불씨가 여전히 남아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시는 반대파 의견만 들어준다(?)

황현노 부단장은 현재 생태교통주민추진단에서 부단장으로 일을 하고 있지만 실은 오랜 세월 이곳에서 식당을 경영하며 생업을 이어가고 있는 주민이기도 하다. 

가치있는 도박 '생태교통 수원 2013' 행궁동_1
생태교통주민추진단 황현노 부단장이 빗물받이로 조성된 항아리 앞에서 '오는 22일 드디어 준공식을 갖는다'며 환한 웃음을 터트렸다

"이곳이 문화재보호구역으로 묶이면서 상가들은 물론 자기 집을 소유한 사람까지도 개발을 할 수가 없어 침체의 속도는 더 빨라졌어요. 그래서 만든 것이 '화서문로상가번영회'였어요. 주변의 상가가 살아야 마을도 활기가 돈다고 생각해서였죠. 그런데 당시 주변에서 그러더군요. 사람들도 이곳을 찾아오지 않는데 무슨 번영회를 만드느냐고요. 지금은 '생수(생태교통수원)'바람 때문인지 3개의 번영회가 조직적으로 만들어졌어요. 그런데 이게 무슨 말인지 아세요. 서로 같은 뜻을 가지고 일을 도모했던 사람이 오늘은 이곳으로, 내일은 저쪽으로, 이리저리 쏠리며 파가 갈린 겁니다. 지난해 화서문거리축제를 열면서 친목을 다졌던 사람도 저쪽으로 갔어요. 같은 동네에 살면서 정말 곤혹스럽습니다."

그런 요인 중의 하나는 수원시의 탓이 크다고. 축제의 성공만을 위해 반대파의 요구들을 너무 쉽게 받아들인다고. 반면 적극적으로 돕는 주민들의 의견은 덜 들어준다고.

"일례로 남수문 통닭거리는 가게마다 입구에 일광이나 비를 막아주는 천막을 무상으로 달아줬어요. 이곳 상가에서도 외관미적조성과 함께 천막도 설치해달라고 요구했는데 예산부족이라는 대답만 돌아왔어요. 주민들을 대표해 발언했음에도 불구하고 관철시키지 못해 또다시 욕만 먹었어요. 또 다른 예를 들면, 우리가 걷고 싶은 거리로 만들자는 플래카드를 곳곳에 달았더니 반대파에서도 막 붙이며 맞불작전을 시작한 겁니다. 화가 나서 모두 떼어버렸죠. 지금이야 다시 새로운 문구를 만들어 올렸지만 많은 주민들이 시의 입장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어요. 시(市) 정책에 있어서 무슨 일을 추진할 땐 과감히 관철시키려는 행위도 가끔은 필요하다는 이야깁니다. 반대파의 의견들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괜한 오해를 부를만한 일들 때문에 주민 간 갈등이 증폭된 경우가 많았거든요."

가치있는 도박 '생태교통 수원 2013' 행궁동_3
가게 외벽에 무엇을 붙일까 고민하며 의논 중인 상가주민들

이곳은 가치 있는 도박이다

"지난해 2월 생태교통페스티벌 공모에서 이곳이 선정된 후 단 하루도 사무실에 앉아있지 않았어요. '생수'지역은 법정동으로 12개 동이 합해진 마을이라 꽤 넓어 다리에 알이 밸 정도로 돌아다닙니다. 그런 열정이 어디서 나오는지 아세요. 제가 올해로 공무원생활 30년짼데 이런 생각을 했어요. '이건 오직 단 한번뿐인 사업이다. 그간 공무원생활 중 가장 멋진 일이 될 것이다'라고요. 그런데 그런 기쁨이 이렇게 힘이 드는 일인지 정말 몰랐습니다. 이곳은 민선자치로 들어설 때까지 슬럼화의 가속화가 더해져 정말 뜨거운 감자 지역으로서 주민들에게 건드리면 폭발하는 단계였던 겁니다. 그러니 반대파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오죽 힘이 들었겠습니까!"

오는 22일 사업 준공식에 앞서 현장을 돌고 있던 행궁동 임정완 총괄팀장은 그간 거거고산(去去高山)의 고충들을 털어놓았다. 
"이 사업은 '참으로 가치 있는 도박'이라고 생각합니다. 축제의 성공여부를 떠나 이곳이 확연히 달라져가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나 느끼잖아요. 보세요. 저기 대로의 늠름한 소나무들의 자태를요. 유명한 소나무거리로 자리할 겁니다. 틈새 텃밭과 함께 복원된 옛길은 누구나 걷고 싶은 수원의 명소로서 화성과 함께 빛날 것입니다. 미래를 생각해 볼 때 지금은 힘이 들어도 난 참 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이유죠." 
그는 그간 지역주민들과 울고불고하며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아마도 9월 행사가 끝나면 녹초가 되어 쓰러질 것이라면서도 환한 미소를 보였다. 미소는 그의 자긍심 때문이었다.

"확실히 동네가 변했다는 것을 제일먼저 어디서 느껴지는지 아세요? 이전에는 옆집에 누가 사는지 태반이 모르고 살던 동네에서 지금은, 오른쪽 왼쪽 누가 사는지 다 안다는 사실입니다. 완전 축복이죠. 이점 하나만으로도 이미 행사는 성공했다고 봐야겠지요. 하하"
내일도 모래도 현장을 돌며 주민들과 대화에 앞선다는 그의 두 팔은 새까맣게 그을려 있었다.

끝까지 주민들과 함께 하기를

"공무원은 다른 곳으로 발령 나면 그만이지만 전, 이곳의 주민이라 떠날 수도 없습니다. 그러니 더 이상 주민 간 갈등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간 저나 집사람에게로 던져진 인신공격을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지만 마을 발전을 위해 발을 담근 만큼 끝까지 완수해야지요. 여전히 '영세 상인들에겐 돈을 안주고 다른 곳은 다 주었다'는 유언비어가 난무해 속상하지만, 죽은 동네나 다름없었던 우리 동네가 이렇게 살아났으니 그것만으로도 족합니다."

황 부단장과의 이야기를 끝내고 생수페스티벌이 열리는 행궁동 일원으로 다시 나섰다. 
대장정으로 가기위한 막바지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예전엔 보이지 않았던 마을 주민들이 현장을 지켜보면서 인부들에게 시원한 음료수를 건네기도 하고, 내 집 앞은 내가 정리한다는 마음으로 청소를 하는 모습들도 처처에서 보인다. 

가치있는 도박 '생태교통 수원 2013' 행궁동_4
가치있는 도박 '생태교통 수원 2013' 행궁동_4

사람 사는 동네가 거기서 거기겠지만 어떤 사람은 긍정적인 마인드로 동네일에 적극적인 반면, 또 어떤 사람은 부정적인 눈빛으로 뭐든지 불만이라는 듯 대응한다. 생수교통이 열리는 이곳도 여전히 그런 모습이 없지 않지만 예전보다는 많이 긍정적으로 돌아선 것만은 확실하다. 

그동안 너무 칙칙하고 허름해서 무심코 지나쳤던 행궁동이, 사람도 떠나고 이야기도 떠났던 행궁동이 다시 돌아왔다는 사실을 주민들과 마을경관이 말해주고 있으니. 
뭉클한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녹아들어 당당하게 우리 앞에 다시 선 행궁동, 앞으로 자주 찾아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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