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쓰레기 치우는 사람이 따로 있나
지역주민이 바라 본 공정여행
2013-07-02 13:44:08최종 업데이트 : 2013-07-02 13:44:08 작성자 : 시민기자   심춘자

네비게이션이 보편화 되지 않았을 때는 여행지에서 길을 묻거나 맛있는 음식점을 찾을 때 택시기사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택시기사는 그 곳의 길에서부터 세세한 것을 모르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29일 고향인 삼척에 다녀왔다. 수원에서 삼척터미널까지 버스를 이용하였기 때문에 친정까지 가려면 버스운행 시간도 모르고 오랜만에 방문이라 장 본 물건들이 많아 택시를 이용하기로 했다. 택시기사님이 삼척시장에서 구매한 물건을 친절하게 트렁크까지 들어 주었다

쓰레기 치우는 사람이 따로 있나_1
현대식으로 지어진 삼척 전통시장

평소에 택시를 이용해도 도착지까지 잘 이야기 하지 않은 편인데 작은 아이와 동행을 하고 있어서 택시기사님과 이런저런 고향 돌아가는 소식에 대하여 편하게 이야기 할 수 있었다.
목적지인 친정 동네를 말했더니 누구네 집까지 가느냐고 묻기에 "그 동네 노인 회장님댁 혹시 아세요?"하니 "파란색 기와지붕이요" 한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택시는 시내를 벗어나 외각 도로를 들어서고 있었다. 오십천 건너편에는 동굴 엑스포 타운이 보인다. 지난 삼척 동굴 엑스포 때 생각이 나서 요즘도 관광객이 많이 찾는지 궁금해졌다. 

기사님은 삼척에서 30년 동안 택시 운전을 했다고 하면서 세세한 것까지 이야기했다. 삼척시 현재 인구는 7만 정도 되는데 곧 다가올 여름휴가에 대비하여 관광객 유치에 애를 쓰고 있는데 참 어렵다고 한다. 참 어렵다는 정확한 의미는 알 수 없었지만 왠지 그 말 속에는 시민들의 눈높이에 닿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말끝을 흐리는 것으로 알 수 있었다. 

마침 6월 29일은 장미공원 개장식이 있는 날이라고 했다. 새로 조성한 오십천 일대의 장미 공원은 세계 최고의 규모를 자랑하며 삼척시는 2009년부터 총 사업비 154억원을 들여서 생태하천 조성사업을 했다고 했다. 축제 기간 동안 장미터널을 비롯해서 각종 이벤트를 실시하고 관광객 유치에 노력하고 있지만 사업성 전망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다. 

이전에 장미꽃 축제와 비슷한 막대한 사업비를 들여서 코스모스 축제를 열었지만 일순간의 집중 폭우에 떠내려 간 아픈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매미와 루사의 아픈 기억이 장마를 앞두고 평생을 삼척에서 산 시민으로 "폭우 300ml만 내리면 또 이전의 사업처럼 떠내려 갈텐데 또..." 라고 걱정하고 있었다. 

그리고 가을 코스모스 축제는 장소를 옮겨 오십천 일대에서 미로면 내미로리 일대로 옮겼지만 축제기간 동안 주민들은 죽을 맛이라고 했다.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서 주차장을 무료로 운영하지만 무료이기 때문에 공중도덕을 더 지키지 않고 실종 된 시민의식과 충분하게 편의시설이 설치되지 않아서 마을은 금방 쓰레기장이 되고 죄 없는 주민들만 골치를 앓는다고 했다. 

관광객들을 유치한다고 마을사람들에게 이익으로 돌아오는 것은 하나도 없고 시정에 보탬이 되는 것도 없는 손해 보는 장사라고 한다. 외지에서 관광객들이 와도 먹을거리도 대형 할인매장을 이용하고 전통시장을 이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잠자리도 마찬가지로 민박이나 지역 주민들이 운영하는 숙박업소 보다는 유명 콘도나 숙박업소를 이용하기 때문에 관광객들이 쓴 돈이 삼척시정에 전혀 보탬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기사님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2002년 삼척 동굴 엑스포가 열었던 때가 생각났다. 친정 마을은 삼척 동굴 엑스포 행사장에서 10여분 떨어진 곳으로 유유히 흘러가는 오십천을 끼고 환선굴로 가는 길목에 있었지만 조용하게 살아가는 작은 마을이었다. 

오십천에는 봄마다 황어가 펄떡거렸고 여름에는 은어 낚시하는 강태공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물 맑은 곳이었다. 수심이 깊지 않고 동글동글한 자갈들이 펼쳐져 물놀이하기 좋았기 때문에 인근에서 천렵을 즐기러 오는 이들이 조용하게 쉬었다 가는 곳이었다. 

쓰레기 치우는 사람이 따로 있나_2
가뭄으로 수량이 많이 줄어든 오십천

그러나 동굴 엑스포 행사를 진행 할 동안에는 물가에 작은 틈을 찾을 수 없을 만큼 빽빽하게 텐트촌이 형성이 되었고 밤이면 밤마다 여기저기 모닥불을 피우고 고성방가에 조용하던 마을의 주민들은 영문도 모르고 요란한 관광객들의 습격을 고스란히 뜬 눈으로 받아야 했다. 
아침이 되면 더 가관이었다. 공중 화장실이 설치되지 않은 텐트촌의 야영객들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아무 곳에서나 생리적인 욕구를 해소했으며 날이 갈수록 마을 입구까지 흔적을 남겨 차마 눈뜨고 보지 못할 광경을 만들어냈다. 급기야 밭에 있는 농작물까지 서리를 하여 아침마다 마을 주민들의 원성이 자자했었다. 

급하게 면(面)에서 이동화장실을 설치하였지만 오물 냄새와 시민의식이 사라진 야영객들은 이장님의 아침저녁으로 하는 방송에도 아랑곳 하지 않았었다. 마을에 쌓인 쓰레기들은 결국 동네 주민들이 하루에 몇 부대씩 수거했으며 여름휴가 기간이 끝날 때까지 쓰레기와 전쟁을 해야 했다. 

요즘 밖에 나가서 사 먹기가 겁이 난다고 한다. 그래서 알뜰 여행객들은 가정에서 음식을 모두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 않으면 여러 가지 한꺼번에 손쉽게 구입 할 수 있는 현지에 있는 대형 할인매장을 이용한다. 여행객 입장에서는 한 푼이라도 아껴 쓰는 것이 바른 소비이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에게 최소한의 양심 표시는 해야 한다. 현지의 관광지를 관람하고 시설물을 이용했으면 정당한 대가를 치루는 것이 바른 것이라고 생각한다. 관광하는 동안 배출하는 쓰레기 처리비용을 지불하기 싫다면 가져온 것들은 모두 되가져가고 시설물을 아껴야 한다. 여행객들은 며칠 편하게 먹고 놀다가 갈 곳이라면 지역주민들은 평생을 살아야 할 삶의 터전이다.

세계적으로 생태여행이니 에코여행이니 공정여행이라는 이름으로 관광객들이 쓰는 돈이 지역주민들에게 돌아가게 만들자는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공정여행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럴 듯한 이름으로 겉만 번지르르한 여행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편에서 생각하고 지역주민들의 생활을 침해하지 않으면 된다. 

지역주민인 택시기사님의 눈으로 본 공정여행에 대하여 듣고 나니 지역주민들에게 선심 쓰듯이 공정여행에 대해 떠들어 대는 업계는 진정 무엇이 지역주민들을 위한 것인가에 대해 여름휴가를 앞둔 이 시점에서 다시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