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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 개심사, 마음이 열리는 그곳을 찾다
2013-06-30 10:29:53최종 업데이트 : 2013-06-30 10:29:53 작성자 : 시민기자   김소라

6월달에만 두 번이나 개심사를 찾았다. 무엇이 그리도 마음을 끄는 걸까. 크지 않다. 요란하지 않다. 사람들도 많지 않다. 이름난 관광 명소가 아니라 유명하지도 않다. 개심사는 가야산의 한 봉우리인 상왕산에 있는 절이다. 이름 그대로 '마음을 여는 절'이다. 

서산 마애삼존불과 보현사지 절터에서 1.5킬로 정도 산을 넘으면 개심사가 나온다. 개심사에서 마애삼존불로 넘어갈 수도 있고, 반대로 올 수도 있다. 서산에서는 명승지라고 하나 워낙 유명하고 큰 절들이 많기에 개심사를 일부러 찾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그럼에도 개심사의 '무엇'에 이끌려 오래지 않아 또 찾게 되었다. 

서산 개심사, 마음이 열리는 그곳을 찾다 _2
충남 서산시 운산면 신창리 1번지, 서산 개심사
 
개심사는 삼국시대 백제 의자왕 시기 혜감 스님이 개원사로 창건했다고 한다. 고려시대에 중건하여 개심사로 불렸고, 왜적의 침입을 피하기 위한 고찰이었다. 
개심사는 일주문이 없다. 그리고 단청도 없다. 나무 빛깔 그대로 담담하고 소박하다. 너무도 소박하여 찾는 이들 중에는 시시하다고 여길지도 모른다. 소나무 숲길 한참 이어지는 아름다운 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개심사에 닿게 된다. 

개심사 입구에는 동네 아주머니들이 각종 농산물을 팔고 있다. 갓 딴 콩, 가지, 호박, 오이, 토마토, 마늘 등이다. 그리고 산에서 채취한 나물들을 한 아름 쌓아놓고 판다. 산채정식집이 몇 집 있고, 나무그늘 아래 동네 사람들이 그저 쉬고 있다. 
관광버스가 한 대 정도 있는 걸 보니 서산 여행을 온 사람들은 한번씩은 들르는 절인 것 같다. 싱싱한 살구 한 무데기에 3천원이라고 한다. 갓 땋은 듯한 싱싱함이 무르익은 살구를 한 봉다리 사서 개심사에 올라가기 시작했다. 

개심사 입구에 이르면 물이 있다. 네모 반듯하게 짜여진 연못이다. 부처를 뜻하는 코끼리의 갈증을 해갈할 연못이라고 한다. 물 위로 그림자, 나무들의 가지가 드리워져 있다. 연못을 건너는 널빤지 한 장을 가로질러 건너가본다. 흔들리는 바람에 물결이 치고, 괜시리 어지럼증이 생긴다. 
연못을 건너면서 잠시나마 흔들리는 물 속에 내 마음을 내려놓게 된다. 개심사에는 일주문이나 천왕문같은 큰 절의 초입에 있는 것들이 없다. 자연안에 스며들 듯 권위를 완전히 배재한 채 지은 가람배치가 돋보인다.

절에 드러서면 범종각이 보이고, 안양루가 있다. 안양루에서 5층 석탑을 가운데 두고, 왼쪽에는 심검당, 우측에는 무량수각이 있다. 심검당과 무량수각을 왼편, 오른편에 두고 가운데 대웅전이 있다. 무량수각 옆을 따라가면 명부전이 나온다. 죽음을 돌보아준다는 명부전을 지나 작은 문, 수각이 나온다. 작고 아담하다. 

범종각은 기둥이 제멋대로다. 절을 지을 때 휜 나무를 그대로 사용하여 기둥을 세웠다. 건물의 모든 기둥이 그렇다. 직각으로 반듯한 기둥이 하나 없다. 건물을 버티는 기둥은 그저 지지할 수 있는 제 역할만 다하면 된다. 비틀리고, 휜 기둥은 수백년의 세월을 견디고 있다. 앞으로 계속 그러할 것이다. 기둥은 나무의 수명과 절의 수명이 합혀져 1000년 가까이 자신의 존재를 지키고 있다. 

개심사의 건물 기둥을 보면서 생각한다. 우리들은 너무 타인에 맞추어서 자신을 깎아내면서 힘들게 산다. 생긴대로 사는 것을 거부한 채 말이다. 힘들게 마음을 깎고 몸을 깎고 얼굴을 깎고 마음마저 깎아내린다. 휘어지고, 튀어나오고, 거친 기둥이지만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다하면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나무들의 모습이 우리에게 무언가를 가르침을 준다. 

서산 개심사, 마음이 열리는 그곳을 찾다 _1
서산 개심사, 마음이 열리는 그곳을 찾다 _1

개심사의 대웅전은 조선 초 양식으로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석가가 머무르는 곳이 대웅전이다. 대웅전의 기단은 백제시대의 것이며, 건물은 조선 성종 때 불에 탄 것을 다시 지었다고 한다. 백제 시대의 터전에 조선시대 다시 세워진 건축물이다. 쓸어버리고, 다시 짓고, 또 금방 허물어버리는 지금의 건축물에 비하면 옛 사람들의 정신은 오히려 검약정신이 배어 있다 .

개심사에서 가장 최고령 기둥을 품고 있는 건물은 심검당이다. 지혜의 검을 찾는다는 의미의 선당이다. 죽은 나무속에 살아있는 벌레들이 살고 있다. 나무 기둥을 그저 쓸어보고, 품어 본다. 심검당에서 우리는 지혜의 검을 찾게 될까? 

개심사의 여름은 푸르렀다. 숲 속에 절이 스며들 듯 있다. 자연 속에 머물지만,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자연의 일부인 듯 고요하다. 개심사는 마음을 여는 절이다. 마음을 열고 싶은 절이기도 하다. 마음이 저절로 열리게 되는 절일 수도 있다. 각자 자신만의 개심사의 의미를 품고 돌아가게 된다. 

개심사를 둘러보고, 내려와 이름없는 빈대떡집으로 향했다. 가게의 간판이 없는 빈대떡집이다. 사람이 없을 경우 '빈대떡 할매'라고 부르라고 적어 놓은 쪽지가 정겹다. 들어오시자 마자 빈대떡을 만들기 위한 녹두를 믹서기에 갈아내고, 반죽을 휘리릭 저어 빈대떡 한 접시 크게 만들어주신다. 
테이블 두 개의 가게 안에는 선풍기 바람으로 인해 고소한 기름 냄새가 더 빨리 번졌다. 
빈대떡과 막걸리. 개심사에 가면 이름없는 빈대떡집을 찾아, 빈대떡 할매를 꼭 뵙길 바란다. '아주머니는 이 동네 사세요?' 라고 물었다. 

서산 개심사, 마음이 열리는 그곳을 찾다 _3
서산 개심사, 마음이 열리는 그곳을 찾다 _3

"여기서 살면 여기가 내 집이고, 저기서 살면 저기가 내 집이지. 자식도 남편도 다 떠나서 혼자 사니까 뭐 내가 연연할 필요가 있나. 당진이랑 여기랑 왔다갔다 해." 개심사 아래 빈대떡집 할매는 이미 인생을 달관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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