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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민극단 다섯번째 공연
연극, '아름다운 사인'을 보다
2013-07-01 07:54:25최종 업데이트 : 2013-07-01 07:54:25 작성자 : 시민기자   김소라

행궁동 시민 소극장에서 특별한 공연이 있었다. 바로 수원시민극단이 열심히 준비한 연극이다. 장진 작품의 '아름다운 사인'은 죽음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삶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게 한다. 올 여름 가장 더웠던 날 소극장을 찾은 수원 시민들은 잠시나마 더위를 잊을 수 있었다. 

수원시민소극단은 순수 아마추어 극단이다. 남녀노소 제약이 없고 누구나 한번쯤 연극 무대에 서 보고 싶다면 참여 가능하다. 배우들 모두 다른 직업을 갖고 있는 평범한 시민들이다. 한 두 달의 연습으로 관중들 앞의 무대에 선다는 것은 인생에서도 특별한 경험이 아닐까. 

수원시민극단 다섯번째 공연 _1
수원시민극단 다섯번째 공연 _1
 
'아름다운 사인'은 모두들 제각각 사연이 있는 다섯 구의 시체들의 이야기다. 어느 날 검시실로 온 다섯 구의 시체들은 우연히도 여자들이다. 
10대에서 50대까지의 여자들. 어떤 사연들을 담고 있을까. 첫 번째 시체는 농약을 먹고 자살한 여자다. 두 번째 시체는 권총자살, 세 번째 시체는 목을 매달고, 네 번째 시체는 수면제를 먹었으며, 다섯 번 째 시체는 면도날로 손목을 그었다. 자살의 방법은 제각각이지만, 모두 억울함이 있다. 

시체를 부검하는 검시관은 혼잣말인지 시체와 대화하는 것인지 모를 말들을 떠든다. 모두 흰천으로 몸을 덮고 등장하는 시체들은 한 사람씩 일어나서 자신의 과거를 말한다. 관중들에게 하는 말일 수도 있고, 스스로에게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검시관은 시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객관적인 입장을 유지하다 조금씩 그들의 이야기에 마음을 연다. 

특히 죽은 사람들의 유서에 대한 내용들은 마음이 아프다.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마지막 부탁, 혹은 하고 싶은 말이 유서다. 이 세상에 유서만큼 가장 절절하고 슬픈 글이 또 어디있을까. 어떤 사람도 대신 써 줄 수 없는 이야기다. 
누군가는 단 한 줄의 유서도 남기지 않는다. 하지만 세상에 하고픈 말이 넘쳐날 때는 수천 문장을 써도 모자르다. 나의 죽음은 남겨진 사람들에게 큰 충격일 테지만, 시간이 흐르면 잊혀진다. 

시체들과 매일 마주하면서 평범치 않은 일을 하는 검시관은 결혼을 앞둔 아가씨다. 하지만 그와 사귀는 남자는 일을 탐탁치 않게 여긴다. 언젠가는 당신도 매번 부검하는 자살하는 시체들과 같이 될 것 같다고 말한다. 절대 그렇지 않을 거라고 이야기 하지만 검시관은 점점 혼란스러워진다. 누구의 말이 옳은지 그른지 분별할 수가 없다. 

처음 다섯 구의 시체는 '자살'로 판명이 나서 들어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검시관이 부검을 한 후 다섯 구의 시체는 다른 사인이 밝혀졌다. 모두 '타살'이다. 검시관의 부검 결과로 극은 끝나고 무대의 불은 꺼진다. 

자살이었던 시체들이 타살이었다는 내용으로 밝혀지는 아이러니한 극이다. 하지만 '아름다운 사인'은 현재 숨을 쉬고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실 우리는 산다고 말하지만 어찌됐든 죽음을 향해 가고 있는 시한부 인생이다. 
어떤 사람들은 일년 밖에 못 사는 시한부 인생일 수도 있고 어떤 이들은 50년을 더 살 수 있기도 하다. 남은 년수는 알 수 없으나 모든 살아있는 인간들은 시한부 인생임에 틀림없다. 
또한 우리는 자연사로 죽을 수도 있고, 병으로 죽을 수도 있고, 극한의 문제에서 자살할 수도 있다. 어떠한 죽음이 아름다운지는 알지 못한다. 아름다운 삶이 있듯 아름다운 죽음도 있을 것이다. 

수원시민극단 다섯번째 공연 _2
수원시민극단 다섯번째 공연 _2

수원시민극단 다섯번째 공연 _3
수원시민극단 다섯번째 공연 _3

다섯 구의 시체는 제각각 다른 인생을 살았지만, 한 날에 죽어 한 장소에 모였다. 그리고 시체가 되어 자신의 삶을 회상한다. 즐거운 순간도 있었지만, 아프고 괴로운 순간도 있었다. 그것이 인생이다. 규정할 수 없는 그 자체가 인생이다. 
또한 자살이라는 행위로 죽음을 마감한 이들을 가만히 보면, 타인에 의한 자살임을 알 수 있다. 불륜의 상대가 있었고, 학교폭력이나 왕따, 성폭행 등의 부정행위가 존재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게 만든 타인이 있었기에 이들이 자살하였다. 완전한 자살도 완전한 타살도 이제는 의미가 없는 시대이기도 하다. 

시민소극장에서 관람한 '아름다운 사인'은 아마도 뜨거운 여름날 오래오래 기억되는 작품이 될 것 같다. 삶과 죽음과 같은 뜨거운 화두는 언제나 우리의 삶을 뒤흔들어 놓으니 말이다. 
수원시민극단은 앞으로도 재미있고 의미있는 작품으로 수원시민들을 찾아갈 것이다. 또한 시민들이 만들어가는 작품이니만큼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연극 공연에 관심이 있고 다양한 부분에서 함께 하길 원하는 사람들이라면 수원시민극단에 문을 두드려 보아도 좋겠다. 

수원시민극단 다섯번째 공연 _4
수원시민극단 다섯번째 공연 _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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