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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막말. 그렇게 살다가 죽으라니
2013-06-28 11:34:45최종 업데이트 : 2013-06-28 11:34:45 작성자 : 시민기자   심춘자

의사의 막말. 그렇게 살다가 죽으라니_1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음

병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병자(病者)를 진찰, 치료하는 데에 필요한 설비를 갖추어 놓은 곳' '30명 이상의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의료 기관'이라고 되어 있다. 병자를 진료 또는 치료하는데 필요한 설비를 갖추어 놓은 곳이지 병을 고쳐 주는 곳이라고는 적혀있지 않다. 

가끔 아주 가끔 특별하게 몸에 무리가 없어도 도둑처럼 찾아 온 허리 통증 때문에 생활에 지장을 줄 때가 있었다. 며칠 전에도 느낌으로 '아. 허리가 좀 이상해'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제대로 허리를 펼 수 없는 통증이 느껴졌다. 한편으로 '또야?' 하는 생각이 들고 고통보다는 생활의 불편함 그리고 귀찮음이 짜증으로 몰려왔다. 이럴 때마다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거나 찜질팩으로 마사지를 했다. 

허리가 아프면 누워있어도 불편하고 앉아 있기는 더욱 불편하다. 허리를 펴고 서 있는 것이 조금 덜 불편하다고 하루 종일 서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서서 활동하는 것은 별 무무리가 없기 때문에 타인의 눈에는 환자처럼 느껴지지도 않는다. 

열이 나거나 특별하게 붕대를 감거나 하는 외상과 다르게 멀쩡해 보이는 것이 허리가 아프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도저히 이해 불가능한 일이다. 차라리 어디가 부러지거나 터지기라도 하면 깁스를 하던지 꿰매기라도 할 텐데 앉았다 일어설 때마다 고통스럽다. 경험상 일주일은 이렇게 부자연스럽게 지내다가 어느 날엔가 썰물처럼 고통이 싹 가시는 날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상황이 조금 더 악화 되었다. 아이들 출산하기 위하여 병원을 찾은 것 말고는 병원과 멀리하고 지냈기 때문에 병원에 찾아가 진찰을 받고 의사에게 증상을 말하는 그 과정이 무척 번거롭게 느껴졌고 일주일 정도 조심하고 시간만 보내면 회복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자꾸 옆에 있는 사람이 병원에 가서 진찰받을 것을 재촉하였다. 소가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심정이 이런 것이었을까 정말 가고 싶지 않은 병원을 남편의 간곡한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가게 되었다. 

수원에서 '뼈 보는 병원'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L병원으로 갔다. 아이들의 골절으로 여러번 와 보았던 곳이지만 자신의 치료를 위하여 찾은 것은 처음이었다. 그때하고는 분위기도 다르고 마음가짐도 사뭇 다르다. 병원에 오면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아파서 오는 환자들이 이렇게 많을까 싶을 정도로 올 때마다 환자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접수를 하기 위하여 한참을 기다렸다가 수납하고 진찰실이 있는 이층 대기실로 자리를 옮겨 기다렸다. 여전히 대기하고 있는 환자들과 오고가는 환자들이 많았고 예약 환자들인지 나보다 늦게 온 환자들임에도 먼저 진찰실로 들어갔다. 
오늘은 허리가 왜 아픈지 근본적으로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진단을 받아야겠다는 마음이 불편한 자리임에도 참고 기다렸다. 엑스레이 촬영을 했고 다시 기다림이 지속되었다. 

불안한 마음과 짜증스러운 마음이 섞여서 '그냥 이대로 돌아가 버릴까?'하는 마음과 '그래도 조금만 참고 기다리자' 하는 마음이 싸우고 있었다. 접수하기 위하여 기다렸던 시간을 제외하더라도 한 시간 반은 넉넉하게 기다렸다.

드디어 진찬실로 들어가라는 간호사의 호명이 있었다. 의사는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한 채 어떻게 왔냐고 물었다. 증상을 말하자 약을 3일치 줄 것이니 먹어보라고 한다. '이게 다야?'하는 마음이 들었다. 한 시간 반을 기다렸는데 3일치 약을 지어준다는 처방이 끝이다. 

"허리 아픈 원인이 뭔가요?" 뭐라 대답하는데 모기 같은 소리에 알아들을 수 없다. 
"제가 잘 알아듣지 못해서 그러는데 다시 말씀해주시겠어요?"했더니 
"관절염이에요"라고 무심히 말한다. 
"완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요?"
"예전에 아플 때 그랬던 것처럼 치료하면서 죽을 때까지 그러고 살아야합니다"
"그럼 좋아지는 방법이 없을까요?"
"감기 예방 방법이 있습니까? 감기 예방 방법이 없는 것처럼 예방 방법 없어요. 약 먹어보고 계속 아프면 그때 다시 병원오세요"한다. 

절박한 마음으로 이것저것 물어 보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차디찬 상실감이었다. 그렇게 아프다가 죽으라는 말이 비수가 되어 심장에 박히고 경증이었던 허리 통증이 중증으로 느껴졌다. 

병원에 오면 정확한 진단과 치료 방법을 얻을 줄 알았던 내가 어리석었다. 병원이 유명하다고 의사까지 유명한 것은 아니다. 어떻게 환자에 대한 측은지심은 고사하고 조금의 배려도 없는 사람이 생명을 담보로 하는 숭고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 믿어지지 않는 현실이었다. 
오늘 보았던 의사는 단지 생활전선에서 환자를 돈벌이 상대로 밖에 취급하지 않는 의사질을 하고 있음에 분명했다. 이 믿기지 않는 현실이 정말 실망스럽고 개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환자들은 병원을 찾을 때 절박한 마음으로 찾는다. 병원에 가서 의사 선생님의 처방에 따라 약만 먹으면 괜찮아지겠지 라는 희망으로 진찬을 받는 것이다. 약보다 의사의 말 한마디가 환자에게 명약이 되어 줄 때도 있다. 
점점 인성이 중요시 되고 있는 현대사회이다. 앞으로 의사직 자격을 줄 때 똑똑하고 공부만 잘 하는 사람을 뽑을 것이 아니라 환자들과 공감을 나눌 수 있는 인성과 공감능력도 뛰어난 인재를 채용할 때이다. 
어느 날, 쥐고 있던 칼자루 방향이 자신을 향하고 있는 날이 와도 그때는 늦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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