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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케익을 준비하셨어요?
생일 맞은 딸과 함께한 아침
2013-06-24 09:23:53최종 업데이트 : 2013-06-24 09:23:53 작성자 : 시민기자   김성희

오늘은 시어머님 기제사가 있는 날입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제 딸의 18번째 되는 생일이기도 합니다. 딸의 생일은 양력으로 지내는데 시어머님 음력의 기제사날과 같은 날이 되어 버렸습니다.
가만히 보니 시어머님께서 생시에 막내집의 제 딸을 엄청나게 예뻐하셨는데 그래서 그런지 깊은 고인의 뜻을 기리기라도 하는 듯이 아침부터 더 진중해져 버렸습니다.

생일 케잌은 전날 사갖고 와서 미리 보관해 놓았고 아침에 촛불을 켭니다. 빵집에서 작은 케잌하나를 준비하는데 아들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우리가족 세 명이서 축하를 아침부터 해주고 있습니다. "언제 케잌을 준비하셨어요?" 하면서 아침상을 보고 깜짝 놀랍니다. 그리고 "태어나게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하고 이미 독서실 다녀오면서 인사를 하는 것입니다. 

언제 케익을 준비하셨어요?_1
언제 케익을 준비하셨어요?_1

언제 케익을 준비하셨어요?_2
언제 케익을 준비하셨어요?_2

좋아하는 카레라이스도 만들고 생일이니 미역국도 끓여 놓았습니다. 계란말이도 좋아하는데 그것은 만들어 주지 못했습니다. 음식 버리는 것은 죄라고도 하지만 무엇보다 음식낭비가 사실은 돈 낭비 맞습니다. 그래서 저는 언젠부터는 음식을 최대한 딱딱 맞게 하려고 노력하는 중에 계란말이 또한 남기게 될까봐 잘 안 해주게 되었습니다.

이건 좋게 말하는 표현이고 가만 살펴보면 귀찮아서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딸이 학원과 독서실까지 다녀오면 새벽 한시가 넘기 때문에 저 또한 기다리다가 딸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잠이 들기떄문에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어렵기도 합니다. 핑계 같지만 그렇습니다.

대한민국 엄마치고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데도 저는 게으른지 좀 힘들기도 합니다. 그래도 내년이면 수험생 이젠 금방일터인데 이정도의 수고로움은 별로 대수롭지는 않습니다.

한동안 제 딸과 나름 방황도 많이 하였는데 그 사춘기를 지나고 보니 공부의 심각성을 누구보다 깨닫고 있어 고맙고 합니다. 좋은 선생님을 만났고 또 학원선생님 또한 인성적으로 아이에게 잘 다가와주고 학원 다녀오면 항상 이야기를 해줍니다. 그래서 더 소통도 되고 참 많이 바뀌었습니다.

시간이 모든 것을 말해주듯이 제 딸도 그런 듯합니다. 사춘기 혹은 딸이 꾸미기만 하고 공부는 뒷전 이라고 걱정하던 때가 엊그제 같습니다. 모든 것은 그대로 인정해주어야 하는데 그 또한 어색하고 야단부터 치게 된 제가 되었었는데 제 딸을 위해 가만 보니 칭찬한마디 해준 것이 없더군요. 무슨 일이든 상대적이라고 하지만 그 상대적인 것도 부녀지간에는 참 쉽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딸과의 관계가 애매모호해진 다른 집 이야기도 들어 봅니다. 거의 비슷하더군요. 지금은 우리 집에 고요가 찾아 왔지만 저 또한 제 자식만큼은 잘 대해주지 못했습니다. 어떤 분이 그러시더군요.
남편을 큰아들로 생각하면 잘해주게 되고 딸은 딸의 친구라고 생각하면 또 잘 대해 주게 된다고 하더라고요. 가만 보면 거의 맞는 말 같더군요.

그만큼 남편에게서는 받으려 하기 때문에 힘들게 되고 서운하게 되고 아들에게서는 내리사랑처럼 베풀기만 하니 그 또한 문제가 전혀 없어 보였다는 것이지요. 딸 또한 남의 집 딸이라면 그렇게 소리치고 막 대하긴 또 어려웠을 것 같아요.

지금은 엄마의 생각이 당연시 되었던 대화가 아닌 딸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주는 소통의 단계에 우리 부녀는 접어 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체육행사나 공개수업 시험 감독으로 학교에 가게 되는 일이 생겼는데 어색해 할 줄 알았더니 오히려 "엄마, 우리 반에 아무도 안 오신대요 엄마가 도와 주세요" 라는 식으로 의사표현도 잘하고 이젠 정말 제 딸이 맞구나 싶었습니다. 

딸이 여러 가지 학교생활에 힘들어 할 때 저는 과연 무엇했는지 오히려 들어 주기는커녕 이해 못한다는 식으로 생각을 먼저 하다 보니 이미 저의 분신인 딸 또한 "엄마는 이해 못해" 라는 식으로 먼저 대화를 끊어 버립니다.
폭풍이 있으면 고요가 있다고 하지만 참 쉬운 일은 아닙니다. 대화가 단절되면 오해가 생긴다는 법정스님의 진리도 사실은 대화를 부모들이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거든요. 서로 눈치만 보다가 또 대화의 기회를 놓치고 하기도 하였으니깐요.

평범한 우리 가족에게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긴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만큼 가족이 똘똘 뭉쳐서 서로 보호하고 이해하려고 들었기 때문 같아요. 요즘 들어서 가화만사성이라는 말을 참 많이 생각하게 됩니다. 만약 가정이 평온하지 못하면 제 딸의 생일도 함께 기뻐하면서 박수치지 못했을 것입니다.

힘들어도 같이 슬픔은 나누면 반이되고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된다는 것은 가만 보면 가정에서부터 비롯되어야 할 지침서 같기도 합니다. 오늘 딸의 생일에 참 많은 것을 우리가족은 깨닫게도 되었고 더 열심히 폭풍 성장하는 고 2 제 딸의 행보가 참 많이 궁금해집니다.

꿈을 크게 가지라고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장점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장점을 살리면서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을 도와주는 것이 아마도 부모의 역할일 것 같네요. 무엇보다 누구를 닮고 닮아갈까 생각해보니 그 또한 엄마인 저이기 때문에 저부터 딸의 입장을 먼저 고려하면서 생일날 거듭 다짐해 봅니다.

생일, , 고2, 카레라이스, 미역국, 소통, 시민기자 김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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