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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으로 가치점수가 매겨지는 시대
사물의 본질적인 가치부터 볼 줄 아는 안목을 키워야 함이 필요한 나
2013-06-23 08:49:41최종 업데이트 : 2013-06-23 08:49:41 작성자 : 시민기자   이수진

"수진아, 이 시계 한번 착용해 봐." 난에 없이 시계를 이모를 주차보라며 차주시는 이모의 행동이 의아했다.
 한 눈에 봐도 고가의 시계 같은데 요즘에는 이미테이션도 많으니 일단 진짜 가짜인지는 나중에 판별해보기로 하고, 착용을 해보니 나의 손과 어울리는 것은 틀림없었다.

"마음에 들면 너 가져." 쿨하게 시계를 주는거 보니까 고가의 시계는 아닌가보다. 이 시계를 이유 없이 주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니, 얼마 전에 산건데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들어서 냅뒀는데, 묵히는 것 보다 새로운 주인을 찾아 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나에게 선물한 것이다.

따로 시계나 목걸이 같은 액세서리는 일체 착용하지 않아서 구입도 안하지만 대머리가 되려는지 공짜라서 끌리는 예쁜 목걸이였다. 마음 한 구석에서는 가격을 물어보고 싶지만, 왠지 주는 사람의 성의를 먼저 봐야 할 것 같아서 간접적으로 물어봤다. 

가격으로 가치점수가 매겨지는 시대_1
가격으로 가치점수가 매겨지는 시대_1

"이거 꽤 비싸 보이는데, 날 줘도 되는거야?" 
별로 안 비싸니 부담 갖지 말고 열심히 착용 하고 다니라고 한다. 대신 잃어버리지 말라는 당부를 하며..
뭐 그리 비싼 건 아니겠으니 날 준거겠지 싶어서 나도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받았다. 일단 공짜 시계가 생겼으니 곧 있을 친구 결혼식에 멋지게 착용하고 가야겠다며 룰루랄라 기분이 좋아진 상태였다. 

그렇게 시계를 선물로 받았다는 것을 잃어버린 채, 시간이 어느 정도 흘렀고 엄마가 퇴근하고 집에 오시더니만 대뜸 이모가 준 시계를 물어본다. 얼마 전에 이모가 시계 하나를 가지라고 준 적이 있냐며 하는 물음에 받았다고 하니, 엄마가 하시는 말이 "너 칠칠맞으니까 시계 엄마가 보관하고 있을게, 비싼 시계 잃어버리기라도 하면 아까워서 어째. 얼른 가지고 와!" 내가 설마 시계 하나 관리 못할까봐 저리도 엄마는 날 낮게 보실까 하는 생각에 내가 알아서 잘 관리 하겠다며 내 방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시계가 그냥 내가 생각하는 값싼 시계와는 거리가 다소 있던 고가의 시계였다. 사람마다 물건의 고가를 판단하는 기준점은 다르지만, 명품 시계를 사 본 적이 한번도 없는 나의 입장에서는 가히 조금은 놀랄만한 가격이었다. 비싸봤자, 맥시멈 20-30만원 정도 하겠거니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받았던 것이고, 이모도 자기 입으로 별로 안 비싸다고 했으니 그러려니 했는데, 가격이 꽤 나가는 고가의 시계였고, 이모는 가격을 말하면 내가 부담스러워 하면서 받지 않을까봐 별로 안 비싼 시계라며 둘러댄 것이었다.

그래서 엄마도 고가의 시계를 내가 어디 가서 잃어버릴까봐 당신이 보관하겠다고 한 것이다. 다시 시계를 꺼내와 쳐다보니 처음 시계를 받았을 때의 기분과는 다른 느낌이 시계에서 느껴졌다. 럭셔리하고 아우라가 뿜어져 나오는 시계의 자태하며, 왜 이렇게 달라 보이는 걸까? 

나는 내가 간사한 유형이 아닌 편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어쩔 수 없이 나도 물질만능주의에 익숙해져버린 인간이었다. 실제 가격을 듣고 나니, 그냥 화장대 진열대 한쪽 구석에 놓아두었던 시계를 안경닦이 면포에 조심히 싸서 서랍 깊숙한 곳에 넣어 둔 다음에야 안심을 했다. 아무도 볼 수 없고 가지고 갈 수 없게, 오로지 이 시계의 주인은 나라는 생각으로...

여담으로 남자친구가 여름반팔티를 2만원 주고 샀는데, 친한 친구가 얼마 주고 샀냐는 물음에 장난을 쳐보자 해서 원가격의 10배를 불려 20만원을 주고 샀다고 하니, 그 친구가 하는 말이 "역시 비싼 옷은 재질부터 다르다"며 "옷의 촉감도 참 부드럽고, 땀 흡수도 잘 될 것 같으며 디자인 또한 다른 것과는 다르게 심플하고 좋다"는 칭찬을 하는 모습을 보고 남자친구가 속으로는 웃겨서 죽을 뻔 했다고 한다. 
나중에 2만원이라고 다시 말하는 순간 친구의 태도부터 다시 싹 달라졌다고 한다. 이래서 사람의 생각이 굉장히 무서운 것이다. 

사물의 본질부터 깨닫지 못하고 그저 사물의 비싼 가격면을 보고, 그 사물의 가치점수가 판단 되어 지는 이런 현상...단순히 고가의 가격만 듣고 그 물건이 너무 괜찮아 보이고, 가격이 너무 낮은 물건은 왠지 모를 단점들만 보이는 기이한 현상을 보면서 느낀 것인데, 사람들이 돈이 없어서 비싼 명품을 살 수 없을 때, 이미테이션이라도 굳이 사서 사용하려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이것이 말 그대로 점점 물질 만능주의가 되어 가는 시초 아닐까 생각이 되어지니 한편으로는 무섭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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