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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뇌삼 도둑으로 몰린 교장들
2013-06-23 12:20:24최종 업데이트 : 2013-06-23 12:20:24 작성자 : 시민기자   이영관
산행이 좋아서 정기적으로 산을 오르는 중학교 교장들이 있다. 벌써 몇 년째 계속 이어지고 있다. 우리 나름대로의 원칙을 보면 간식은 각자 준비, 야생화 등 식물 가져오지 않기, 자연 보존에 입각해 다녀간 흔적 남기지 않기 등이다. 정직하고 양심적인 교장들의 이번 산행에 웃지 못할 해프닝이 있었다.

바로 장뇌삼 도둑으로 의심을 받아 주민이 경찰에 신고, 경찰과 조우한 일. 도둑맞은 주민과 범인을 잡지 못한 경찰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기분이 언짢다. 공직자에 얼굴도 선하게 생기고 도둑처럼 날렵한 체격도 아니고 비흡연자이고 패션 등산복장을 갖춘 것만 보아도 번지수가 틀렸다.

장뇌삼 도둑으로 몰린 교장들_1
절터와 예비 야영지를 답사하는 관계자들. 저 멀리 월악산이 보인다.

장뇌삼 도둑으로 몰린 교장들_2
절터에서 바라다 본 전망. 이 절터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장뇌삼밭이 있다.

충북 제천시 월악산 줄기의 ○○산. 절터 부지와 인근의 야영지를 답사하느라 사찰 관계자와 교장 3명이 산을 올랐다. 다른 분들은 그대로 하산하고 교장 세 명이 능선을 따라 야산을 한 바퀴 돌았다. 이 곳은 인가와 가깝지만 알려진 등산로가 아닌 것 같다. 붉은 산나리도 보고 산행을 즐기다 철조망을 보았다.

바로 장뇌삼 재배하는 곳. 울타리 중간중간에 경고문도 써 있다. 무단침입 시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울타리 등산로를 따라 하산하는데 울타리 안쪽에서 사람이 나타난다. 어디서 어떻게 왔느냐 묻는다. 아무런 잘못이 없기에 사실대고 답하니 전화로 경찰을 부른다.

우리네 심리는 이렇다. 아무런 죄가 없어도 경찰, 검찰을 꺼린다. 우편물 발송처가 법원이면 괜히 겁이 덜컹난다. 30여 분 뒤 경찰차가 왔다. 그들은 기분 나빠하지 말라며 신분을 확인하고  타액까지 검사한다. 주민 신고가 들어갔으니 경찰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리라.

장뇌삼 도둑으로 몰린 교장들_3
이 곳에서는 고랭지 특용작물을 가꾼다. 사진은 양배추의 일종인 적채.

이 곳 사정은 이렇다. 장뇌삼밭을 지키는 사람과 잠시 대화를 나누니 이해가 간다. 아마도 장뇌삼 도둑을 몇 차례 맞았나 보다. 
8년산 정도 되는 한 뿌리에 10만원으로 계산, 1만 뿌리 도둑 많으면 10억원이다. 장기간 정성들여 가꾼 값비싼 임산물을 잃어버린 심정을 생각하면 그럴 만도 하다. 주야 눈에 불을 켜고 장뇌삼을 지켜야 하는 것이다.

경찰 두 명과의 해프닝. 아마도 도둑 맞았을 당시 현장 점검에서 담배꽁초를 발견했나 보다. 그래서 타액을 채취하는데 면봉에 사람표시를 해야 구분이 되는데 그냥 묻힌다. 결국 번호 표시를 하고 다시 채취한다. 그런데 우리 교장들은 비흡연자이다. 그 당시 범인이 아니다.

이런 생각을 해 본다. 이 세상은 아무런 잘못이 없어도 오해받을 수 있구나. 사유지인 장뇌삼밭에 침입한 것도 아닌데 도둑 맞은 사람은 핏발이 서 있기 때문에 일단 신고를 하고 본다. 
경찰도 신고를 받으니 출동 안 할 수 없다. 그러나 그 대응이 세련되지 못 했다. 명함을 보이며 공직자 신분을 밝혔으면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필요한데 그렇지 못했다.

동료 교장 한 분은 말한다. 산행 수 십 년 동안 산에서 경찰 검문 받아 보긴 처음이라고. 오늘 일은 참으로 어이 없는 일이라고. 기분이 영 개운치 않다고. 경찰의 세련되지 못한 대응은 웃음이 난다고. 여하튼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던 것이다.

교장들은 농담으로 말한다. 앞으로 산행할 때 장뇌삼 재배하는 곳은 근처도 가지 말자고. 우리들의 바람이다. 농민들의 농심을 분노케하는 농산물, 임산물 도독이 사라졌으면 한다. 그들은 피땀으로 일군 것이다. 아무리 돈이 좋다지만 도둑질은 안 된다. 그런 도둑이 있기 때문에 오늘 이런 해프닝이 일어난 것이다.
이영관님의 네임카드

이영관, 장뇌삼밭,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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