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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산에서 시부모님을 만나고 오다
내일은 시어머님 제사 날입니다
2013-06-23 23:25:54최종 업데이트 : 2013-06-23 23:25:54 작성자 : 시민기자   김성희

선산에 갔습니다. 시어머님 작고하신 지 벌써 두해가 되었습니다. 시간은 참 잘도 흐릅니다. 개인적으로 막내며느리인 저를 아주 많이 예뻐하셨고 어머님의 손길이 여기 저기 민들레 꽃대 자라듯이 또 올라와서 상추를 먹을 때마다 상념에 젖게 만들었습니다. 그 어머님 기제사가 내일이다 보니 선산에 가게 되었습니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보면 산이 보입니다. 어머님도 계시고 아버님도 계시고 시조부모님도 계시고 산을 먼저 올라가는 남편의 모습이 보입니다. 괜히 서글퍼집니다. 아버님도 작고하시고 어머님도 작고하시고 마치 고아마냥 그렇게 올라가지만 그래도 아버님 어머님께 알현하는 그 자세는 참 좋은 것입니다. 

근처에 계시는데도 무슨 때만 챙기는 우리부부도 참 불효입니다. 생시에 잘 못해드렸으면 작고하신 이후에라도 산소에 자주 찾아뵈어야 하는데 지척에 두고도 마음뿐입니다.
때론 그 마음도 정말 옳 곧게 갖고 있는 것인지 반문도 해보면서 조부님께 먼저 큰절을 올리고 무덤가에 올라온 잔풀도 뽑아 드립니다. 그리고 차례대로 작은 시어머님께도 큰절을 합니다. 

이번에는 우리 시아버님 시어머님께서 누워 계신 곳입니다. 한동안 어머님 돌아가시고 참 많이 허전하고 힘겨웠는데 어머님은 우리 부부를 예쁘게 맞이하십니다. 웃고 계시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내일은 또 일가친지들 모두 모여서 큰댁에서 제사를 지낼 것입니다. 정성어린 음식을 준비하기 위해 큰 시누이님과 영통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시장도 보고 온가족이 저녁에 만나서 제사도 지내면서 어머님 생시에 베풀어 주신 은혜를 또 한 겹 한 겹 꺼내어 볼 것입니다.
생시에 잘하지 돌아가시고 왜 그러냐고들 하는 분도 있지만 돌아가시고도 산소도 잘 못 챙기는 어쩔 수 없는 상황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살면서 형편 따라 한다고 하면서도 참 잘 못 챙기는 것 같습니다. 

선산에서 시부모님을 만나고 오다_1
선산에서 시부모님을 만나고 오다_1

우리 시 아주버님께서는 지정된 곳에 산소를 다듬고 관리하도록 삽이며 장갑들을 다 챙겨 놓았기 때문에 남편은 무덤위에 비로 인해 파헤쳐져서 보기 흉한 부위에 흙을 다시 덮는 작업을 합니다. 조부님부터 세 번씩 흙을 붓고 차례대로 내려옵니다.

그 모습이 또 가슴이 저며 옵니다. 조상이 없이 우리가 없고 부모님 없이 또한 우리가 없는데 참 많이 지나치고 지내나 봅니다. 일요일 한적한 오후에 시부모님 산소에 다녀오니 마음이 또 그렇게 한결 가벼워지는 것입니다.
가만 보니 외롭지 않도록 들꽃도 참 많이 피어서 우리 시부모님을 지켜 주고 있었던 것입니다. 다른 날보다 더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어쩜 이렇게 예쁘게 피어서 산소 길을 지켜 주고 있을까.

선산에서 시부모님을 만나고 오다_2
선산에서 시부모님을 만나고 오다_2

선산에서 시부모님을 만나고 오다_3
선산에서 시부모님을 만나고 오다_3

선산에서 시부모님을 만나고 오다_4
선산에서 시부모님을 만나고 오다_4

새삼 고맙고 합니다. 이천만원짜리 가치를 한다는 소나무도 있습니다. 그 소나무 아래에서 지난 어린이날에 벌초도 하고 가족들이 모여서 고기도 구워먹고 점심을 맛있게 먹고 했는데 그때 이후 어머님을 뵙게 되었네요. 

갖고 간 한라봉을  어머님 아버님 산소에 올려놓았더니 남편이 "그곳은 발바닥 쪽인데" 합니다. "아버님 일어나서 운동하시라고" 하였습니다. 아버님 어머님 발바닥 쪽에 한라봉 한 개씩 꽂아 놓고 신맛이 나지 않기 때문에 잘 드시겠다고 궁시렁 거렸습니다. 돌아가시고 나니 정말 덧없고 시부모님 너무 보고 싶습니다.

어머님은 막내 집에 자주 오셨기 때문에 더 그립고 얼마 전 딸아이가 "엄마, 오늘 따라 할머니가 더 그리워" 하면서 눈물을 글썽거려서 저도 함께 따라 울었습니다.
시어머님생시에 그렇게 방을 하나 더 있는 곳으로 이사를 가서 어머님 방하나 드리고 싶었는데 항상 딸 방에서 함께 주무셔 딸은 할머니와의 추억이 누구보다 더 진하게 자리 메김 하였을 것입니다.

지금은 작고하시고 이렇게 넓은 집에서 우리 가족만 살고 보니 시어머님 생각이 더 간절합니다. 시어머님께 잘못해 드린 것만 생각나고 시어머님께서 잘해주신 것은 더 생각이 나고 그렇습니다. 내일 제사를 잘 지내고 나면 이젠 무슨 때가 아닌 한 달에 한 번씩이라도 할머니 보러 아이와 손잡고 가는 날을 만들어 보아야겠습니다.

시어머님께서 베풀어 주신 사랑에 비하면 십분의 일도 다 실천하지 못하고 사는데 산소 들러 돌아오는 길에 선배님이 만드신 텃밭에 들렀습니다. 우리 집 베란다 텃밭과 견줄 수 없이 아주 채소들이 잘 자라주어 상추를 뜯었습니다. 내일 제사상에 남편은 생시에 좋아하신 상추를 제사상에 올린다고 합니다.

비록 농사를 직접 지은 것은 아니지만 텃밭에서 직접 딴 상추를 깨끗이 씻어서 올린다고 합니다. 제사상의 음식들이 정말 정성에 의해 잘 차려질 것 같습니다. 산소에 다녀오니 더 마음이 진지해지고 고인의 넋을 기리는 아주 뜻 깊은 날이 되어 버렸습니다.

"사랑합니다. 이음전 어머님, 당신의 흔적은 사라지지 않았답니다. 항상 우리 가족들 잘되도록 빌고 계실 것이라 믿고 또 그렇게 살고 있으니깐요"


기제사, 선산, 시부모님, 불효, 생시, 남편, 시민기자 김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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