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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5일, 나에겐 어떤 의미일까
2013-06-20 14:59:37최종 업데이트 : 2013-06-20 14:59:37 작성자 : 시민기자   문예진
간첩선 7억 5천만원, 간첩 5억원, 보로금 3천만원 신고는 가까운 군부대 또는 국번없이 113. 수원역 앞 도로변에 걸려있는 현수막중 하나의 내용이다. 
요즘도 저런게 있었구나 하는 생각에 새삼스러우면서 갑자기 오고 가는 수 많은 사람들을 훓어보게 된다. 혹시 저들중에도 간첩이 있지않을까 하면서.. 

내가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에는 반공 방첩, 멸공 봉사, 승공 등의 단어를 그야말로 귀에 딱지가 앉을정도로 들으면서 보냈다. 동네의 전봇대 기둥이나 가겟방 벽면, 회관 등에는 어김없이 반공에 관한 표어나 포스터가 붙어 있어서 그런것들을 보는것이 자연스러운 일상이었다. 
요즘 아이들처럼 학교 끝나면 바로 학원으로 직행해야 하는 시절이 아니었던 만큼 그 시절 시골 아이들의 일상이라는게 학교 끝나자마자 책가방 집어 던져놓고 산으로 들로 뛰어다니며 친구들과 노는게 가장 중요한 일과였다. 

6월 25일, 나에겐 어떤 의미일까_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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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5일, 나에겐 어떤 의미일까_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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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면 찔레를 꺾어서 껍질을 벗기고 연한 속살을 깨물면 입안 가득 싱그러움이 퍼지며 아삭이는 소리가 났고 산딸기는 먹거리중 가장 환영받는 귀한 열매였으며 들판에서 자라는 삐비는 오래 씹다보면 껌처럼 쫄깃거려서 껌이 귀하던 시절에 우리들의 무료함을 달래주던 간식거리였다. 

이러저러한 먹거리와 즐거움을 찾아 활동 반경을 넓히다보면 우리 눈에 자주 띄던 것들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삐라였다.
 지금 생각하면 그것이 정말 삐라였는지도 확실하지 않지만 그 시절에는 학교에서 선생님들께 늘 듣던 말씀중의 하나가 삐라를 주우면 지서에 신고 하라는 말이었는데 뛰어다니다 보면 바래서 희미해진 그림과 글씨들이 있는 종이가 많이 보였다. 
그런 종이가 보이면 우리는 삐라 라면서 무서워서 우르르 도망쳐 오곤 했다. 삐라라고 생각했던 많은 종이들중 하나라도 주워서 지서에 신고 했던 기억은 없는걸 보니 아마 우리들의 신고 정신이 약했거나 아니면 간첩은 머리에 뿔이 달린 무서운 괴물의 모습을 하고 있을거라 생각한 우리들은 삐라로 짐작 되어지는 종이만 봐도 무서워서 감히 그걸 주워들고 올 생각도 못했던것 같다. 

그렇게 반공을 외치며, 삐라를 접하며 생활하던 우리들은 해마다 6월이 되면 또 하나의 행사를 치루게 된다. 반공에 대한 글짓기, 그림 그리기, 웅변 등의 대회에 참여하게 되는데 이 중에서도 가장 아이들을 사로 잡는건 역시 웅변대회다. 
운동장에 전교생이 모여 앉은 가운데 평소에는 교장선생님과 교무주임 선생님만 올라 가실수 있는 단상에 올라가 우렁찬 목소리로 반공을 외치며 간간이 한번씩 교탁을 내리치면서 "이 연사 소리 높여 외칩니다" 라고 소리를 지를때는 지루해 하며 딴짓하던 친구들이 깜짝 놀라기도 하고 웅변하는 친구의 모습이 멋있어 보이기도 하고 그랬다.

6월 25일, 나에겐 어떤 의미일까_3
6월 25일, 나에겐 어떤 의미일까_3
 
공부가 하기 싫을때면 도시락 싸가지고 간첩 잡으러 다닐까 라며 우스갯 소리도 하고 그랬었는데.. 지금은 흐르는 세월과 함께 남,북 관계도 많이 변화하고 북한에 대한 교육도 달라졌지만 여전히 남,북은 분단된채로 존재하며 뉴스를 보면 아직도 간첩은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것 같다. 

간첩에 관한 내용이 영화로 만들어져 꽃미남 배우의 활약에 힘입어 흥행가도를 달리는걸 보면 내가 어렸을때 받았던 간첩에 대한 느낌과 요즘 아이들이 받아 들이는 느낌은 많이 다른것 같다. 
나부터도 간첩 신고 포상금을 알리는 현수막을 보면서 아직도 저런걸 하는구나 생각했으니 요즘 우리 아이들 에게는 정말 낯설고 생소한 느낌이지 않을까. 6, 25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학생들도 많다는 기사를 보면 과연 정말일까 싶은 의구심이 들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럴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교과목도 갈수록 수능과 취업 위주로 되어가면서 한국사에 대한 대접이 소홀해지니 우리의 아픈 역사와 상처들, 그로인해 우리가 소중히 지켜가야 할게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는 세대가 점점 늘어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수도 있겠다. 

나의 어린 시절을 생각할때면 뗄래야 뗄수 없는 관계로 함께 떠올려지는 반공, 간첩, 낯선사람, 신고, 113 등의 단어는 이제 내겐 추억이고 그리움이다. 며칠 남지 않은 6월 25일. 우리가 소중하게 지켜야 할게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는 날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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