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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웅현 ECD를 만나다
인생은 순간의 합(合), 우리 어떻게 살 것인가?
2013-06-21 10:30:28최종 업데이트 : 2018-03-09 10:15:58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웅현 ECD를 만나다 _3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웅현 ECD를 만나다 _3

"저의 차림새가 철이 없어 보이나요?"
"늘 '생각이 없는 사람'이라고 아내가 말을 하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 말이 맞습니다."
20일, 제36회 수원포럼 강연자로 나선 광고인 박웅현 ECD는 대강당에 모인 사람들을 향해 이렇게 인사말을 건네며 강의를 시작했다. 

스카이블루 체크무늬 7부 남방에 옅은 베이지색 9부 바지차림새였다. 그는 우리나라 나이로 만 52세다. 그렇지만 이미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5천만 국민에게 인식의 전환을 시킨 그였으니 그리 놀랄만한 일은 아니었다. 오히려 나를 흥분시킨 것은 그의 시선이었다. 적이 짐작은 했지만 자연과 사람,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심미안이었다.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속으로 들어왔다', '이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생활의 중심',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생각대로 T, '생각이 에너지다', '진심이 짓는다', '넥타이와 청바지는 평등하다'.....
그는 이 시대 가장 잘나가는 광고 파워라이터이자 인문학 스타 강연자다. 또한 외동딸 박연을 미국 명문대로 진학시키면서 '감성독서교육법'으로 또 한 번 유명세를 탔다. 그의 스타일 '자녀교육 키워드'는 무엇인지 대중은 열광하기 시작했다. 그러니 그가 궁금할 수밖에. 한 달 전부터 다이어리에 날짜를 기록하며 그를 기다렸다. 

'가장 영향력 있는 광고인 1위'라는 타이틀 때문일까. 시청 대강당엔 대학생들의 참여가 그 어느 때보다도 돋보였다. 그들은 강의가 끝난 직후 속사포 같은 질문을 던지며 소통하려 했다. 한 시간 반 동안 진행된 강의와 질문들, 그가 생각하는 인문학에 대한 사고를 정리해 봤다.

- 이번 주제가 '인문학이라는 촉수에 관하여'다. 
"수원시와의 인연은 대략 5번이다. 매번 찾을 때마다 광고카피를 보여주며 그것에 대한 강연이 주(主)였다. 반복된 강연은 대중이 지루할 수 있다. 그래서 오늘은 아예 한 장면도 가지고 오지 않았다. 詩와 노래, 문학작품 속 이야기들에 숨겨진 인문학이라는 촉수, 사물에 투영된 새로운 생각을 나누고자 한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웅현 ECD를 만나다 _2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웅현 ECD를 만나다 _2

- 인문학이라는 촉수, 구체적으로?
"텍스트 하나하나가 던져주는 의미들을 알아야 한다. 즉, 촉수가 예민해져야 보이지 않던 의미들이 내게로 걸어 들어온다는 뜻이다.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나또한 아무생각 없었다. 자연의 놀라움, 즉 우주의 세계를 무덤덤하게 바라보았으니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이제야 보이기 시작해 늘 놀라울 따름이니 그동안 흘려보낸 세월이 아깝다. 하하. 예를 든다면 이런 것들이다. 야심한 밤 달과 매화의 농염한 연애질을 염탐하기도 하고, 겨울나무가지와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등등 모두가 가볍게 생각하면 아무 일 아닌 것같이 생각되지만 자연과의 교감은 한계효용체감이 아닌 한계효용체증으로 확장된다."

-인문학, 어떻게 공부하는 것이 정도일까?
"누군가 물었다. '인문학에서 밥이 나오냐'고? 도대체 인문학공부해서 '뭐가 달라지냐'고. 그래서 이렇게 대답했다. 인문학 공부해서 달라지는 것이 있다면 '삶이 풍요로워지고 편안해 진다'고. 결국 삶의 태도를 배우는 것이 인문학이다. 판화가 이철수씨의 작품은 그림과 시를 동시에 읽어내야 한다. 인문학적 존재감인데, 그림은 무심해보이지만 무심함에서의 변화를 읽어내는 통찰력이랄까. 또한 김훈의 자전거 여행이나 여타의 책속에 담긴 의미들이나 나희덕 등 시인의 시속의 담긴 촉수가 지닌 의미들이나, 그것을 끄집어내서 감정의 풍요로움으로 소유하느냐 그냥 존재로 나둘 것이냐는 거다. 삶은 어느 순간들의 합이다. 호들갑을 떨 필요가 여기에 있다. 그래야 내 앞에 모든 것이 예술작품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으니."

- 인문학, 촉수가 돋아나려면?
"기필(期必)을 버려야 한다. 이는 화엄의 세계가 이야기하는 뜻과 일치하는데, 꼭 이루어지기를 염원하는 희망을 아예 버리라고 난 늘 이야기 한다. 허접한 꽃들의 축제 같지만 그 속엔 갖가지 표정들이 존재한다. 내가 볼 마음만 있으면 볼 수 있는 예술이 그 안에 있다. 따라서 욕심을 버리고 즐기다보면 하루가 풍요로워진다. 자연을 세심히 관찰하다보면 정말 쾌도난마 같은 즐거움이 벌떡벌떡 일어난다."

- 혹 무모한 순간들은 있었는지, 가장 충격을 준 책은?
"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여덟 단어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자존'감이다. 우리 딸에게 강조한 것이기도 하지만 내가 더 많이 살았으니 난 경험자다. 경험자로서 아이에게 내 맘대로식 감정이입은 곤란하다. 아이의 입장에 서서 교감하며 동시에 자존감을 세워주는 것이 나의 교육법이다. 그리고 몇 년 전 모 기업체 광고 기획 때 '촛불집회'를 접목한 기획안을 내놨다가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좌절한 적이 있었다. 그때 나의 의견을 관철시키려 애썼는데 지금 생각하니 무모한 짓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책은 '죄와 벌', '개선문' 등 고등학교 때 아무런 생각 없이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모든 것이 현재의 방향타가 되어준 책들이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웅현 ECD를 만나다 _1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웅현 ECD를 만나다 _1

- 잘나가는 광고기획자로서 아이디어 떠오르지 않을 땐?
"하하 그냥 퇴근해 버린다. 스티브잡스 때문에 우리시대 화두로 떠오른 창의성의 핵심은 우연한 곳에서 나오는 법이다. 즉, 무의식속 일상에서 '툭' 나온다. 계속해서 궁리한다고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지식자랑'질을 위해 인문학 교양서를 읽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 에너지를 얻기 위한 방편으로 독서를 해야 한다. 내 삶에 꼭 붙어있어야 하는 것이 인문학이다."

그는 사회에선 카피라이터로서 카리스마 넘치는 사람으로 통하지만 가족 계급 중에서 제3계급 하층민에 속한다고 했다. 가장 권력이 센 아내가 절대권력 제1계급이고 딸이 제2계급이며 그다음이 자신이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삶은 순간의 합(合)'이라면서 '무엇이 될 것인가가 아닌 어떻게 살 것인가'를 강조하며 인터페이스에 대한 집요함, 자유로운 발상, 사람에 대한 이해, 소통을 중시한 그의 아이디어가 어디에서 나오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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