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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 준비 어떻게 하나
무리한 책읽기 교육 오히려 역효과
2007-11-07 21:28:02최종 업데이트 : 2007-11-07 21:28:02 작성자 : 시민기자   윤재열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책을 읽고 있으면 혼이 났다. 책을 읽는 것은 여가를 즐기고 휴식의 시간을 갖는 것이니, 딴 짓하지 말고 공부를 하라는 것이었다.

최근에는 상황이 역전됐다. 논술 시험이 대학 입시에 핵으로 떠오르면서 독서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지금은 공부를 위해서 혹은 시험을 위해서 책을 읽는다. 주변에서도 너나 할 것 없이 논술을 잘 하기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강조를 한다. 대학 교수도 고등학교 선생님들도 학생들에게 독서를 강조하고 있다.

이와 때를 같이해 교육청 등에서도 독서 교육을 강조하는 공문을 생산하고 있다. 학교도 아침 독서, 10분 독서, 독서 캠프, 독서 통장 등 이벤트 형식의 독서 교육이 끊임없이 만들어낸다. 심지어 밤샘 독서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아이들을 강제로 밤을 새며 책을 읽도록 하고 있다.

독서 목록도 인기다. 서울대 고전 100선, 중고생이 읽어야 할 책, 논술 필독서 고전 50선 등이 나돈다. 일부 학교에서는 이러한 도서 목록을 응용해 자신들의 학교 필독 도서 목록을 만들고, 책을 많이 읽는 아이들에게 다독상을 주기도 한다. 홈쇼핑 광고에서도 전집류를 판매하면서 논술 시험 필독서라며 선전을 하고 있다.

논술을 잘하기 위해서는 책을 잘 읽어야 한다는 대명제에 대해서도 어느 누구도 이론을 달지 못한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볼 문제가 있다.

지금 너나 할 것 없이 논술 시험은 책을 읽는 것이 지름길이라고 말하는데 논술 시험의 성격을 먼저 알아야 한다. 논술은 책을 읽은 내용과 양을 평가하는 시험이 아니다. 논술 시험은 대학에서 공부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수험생을 골라내는 제도이다. 대학에서 학문을 연구하는 데 필요한 능력은 무엇보다도 현상의 문제를 여러 각도에서 진지하게 관찰하고 통찰하여 올바른 해결책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계속 책을 읽을 것을 강조하는 것은 잘못된 지도 방법이다. 그 많은 책을 다 읽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논술 시험에서도 책을 읽은 것을 평가하는 문제는 출제되지 않는다. 또한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벗어나는 지식의 체계를 묻지도 않는다. 문제는 책을 읽는 것이 아니다. 교과에서 배운 지식을 활용해서 어떤 생각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중.고등학교 시기에는 학생들이 접하는 세계가 제한되어 있다. 따라서 자신의 삶을 더욱 깊이 있게 하고, 삶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는 책을 읽는 것에는 동의할 수 있다. 하지만, 논술 시험 준비를 위해서 다독을 권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교과 학습을 해야 하는 수험생들에게 논술을 핑계로 마냥 책을 읽으라고 하면 학습에도 도움이 안 되고 불안감만 주는 결과를 만든다.

혹자는 배경 지식을 핑계로 고등학교 때도 계속해서 책을 읽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고등학생은 학교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이수했다면 논술 문제를 풀기 위한 지적 능력은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미 초등학교 때부터 현재까지 교과서를 통해서 배운 지적 능력만 가지고 있다면 어떠한 사태에 대해서도 충분히 관찰하고, 그 관찰의 결과를 문제적인 명제로 요약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논술에 있어서 독서는 빼 놓을 수 없는 준비 과정일 수 있다. 논술에 필요한 배경지식을 쌓고 논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데 도움을 준다. 문제는 어떻게 읽느냐이다. 책을 많이 읽기는 하되 잘 읽지 못한다면 소용없는 일이다. 단 한 권을 읽더라도 정확이 읽어야 한다. 분석하며 읽는 정신 활동이 수반되지 않는 책읽기는 칭찬 받을 일이 아니다.

논술도 결국은 학과 공부의 연장이다. 학교 수업을 등한시하고 무턱대고 학원에서 혹은 전문적인 책에 매달리는데 잘못된 방법이다. 모든 교과를 충분히 공부하면 학업 성적이 향상되고 논술 능력도 저절로 향상된다. 
[윤재열/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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