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시아버님이 그리운 저녁식탁
고기를 사랑하는 며느리
2013-06-09 08:08:53최종 업데이트 : 2013-06-09 08:08:53 작성자 : 시민기자   문예진
삼겹살, 치킨, 튀김, 치즈, 버터, 햄, 소세지, 각종 전류...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음식들이다. 나는 고기가 정말 좋다. 
그것도 살코기가 아닌 비계가 많이 붙은 삼겹살과 바삭바삭한 닭껍질과 기름에 풍덩 빠졌다 나온 튀김까지. 살찌는데 있어서 1등 공신들이요, 각종 성인병과 아주 친한 음식들이다. 오늘 저녁도 삼겹살과 함께 행복한 식탁을 차린다. 

시아버님이 그리운 저녁식탁_1
시아버님이 그리운 저녁식탁_1
시아버님이 그리운 저녁식탁_2
시아버님이 그리운 저녁식탁_2
 
남편과 나, 그리고 딸 둘에 아들아이 하나. 이렇게 우리집은 다섯식구가 모여 산다, 그렇지만 요즈음 다섯 식구가 함께 모여 밥을 먹은적은 거의 없는것같다. 이런일 저런일들로 인해 항상 한두사람은 빠지게 되고 식탁에 모이는 숫자보다 빠지는 숫자가 더 많을때가 거의 대부분이다. 

오늘저녁 식탁도 아들과 나, 둘만이 자리를 잡았다. 그렇지만 외롭거나 쓸쓸함을 느끼지는 않는다. 물론 밥맛도 아주 좋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혼자 먹는 밥은 맛이 없어서 대충 먹는다는데 나는 혼자서도 참 잘 먹는다. 아무리 입맛이 없다가도 한 숟가락만 입에 들어가면 그때부터는 밥이 꿀맛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밥은 꼭 챙겨 먹는다. 새벽에도 거르지 않는다. 

특히 고기에 대한 나의 사랑은 보통 사람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입맛 없어서 밥도 먹기 싫다는 새벽에도 나는 고기를 구워서 맛있게 먹는다. 
아이들이 고등학생이 되면서부터는 저녁도 학교에서 먹고 오기 때문에 집에서 먹는 밥은 아침 한끼가 전부인터라 그것도 새벽에 일어나서 먹어야 하기 때문에 그 시간에 고기를 구울수밖에 없다. 우리 아이들도 엄마를 닮아서 새벽에 구워주는 삼겹살도 아주 맛있게 잘 먹는다. 

그런데 고기를 좋아하지 않는 한 사람이 있다. 바로 남편이다. 남편과 나의 식성은 정 반대이다. 남편은 과일과 채소, 나물 종류를 좋아 하는데 나는 과일은 싫어하고 채소도 좋아하지 않는다. 혼자서는 과일을 거의 먹어본적이 없고 고기도 쌈에 싸먹으면 고기 본래의 맛이 느껴지질 않는것같아 그냥 고기만 먹는다. 

아무리 맛있고 유명한 식당도 고기가 없는 메뉴를 두번이상 먹으러 가면 화가난다. 
첫아이를 임신했을때 나는 고기가 먹고 싶은데 남편은 매일같이 과일만 사들고 오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택한 방법은 남편이 없는 점심 시간에 혼자 삼겹살을 구워 먹는 것이었다. 
배는 불룩해가지고 혼자서 고기 굽고 쌈장 만들어 얼마나 맛있게 먹었는지... 누군가가 봤다면 혼자 청승이다 그랬겠지만 그때 먹었던 고기맛은 지금도 잊을수 없는 최고의 맛이었다. 

아마도 삼겹살을 많이 먹어야 애를 쑥쑥 잘 낳는다는 친정엄마의 말씀에 더 열심히 거의 매일 먹었던것 같다. 오늘 저녁도 아들과 함께 정말 맛있게 먹었다. 그런데 고기를 먹다보니 돌아가신 시아버님이 생각난다. 내가 결혼할 무렵만 해도 시골에서는 명절에 직접 소나 돼지를 잡았다. 

소는 워낙 비싸고 크기때문에 여러사람이 어울려서 잡았지만 돼지는 집집마다 한 마리씩 잡아서 명절 음식 만드는데 푸짐하게 사용을 했다. 결혼한 첫해 추석 음식 준비를 하는 초보며느리는 넘쳐나는 고기로 인해 힘든줄도 모르고 신이나서 음식 준비를 했다. 

한우 갈비찜이 한 솥, 장조림도 한 솥, 불고기에 산적까지 한우로 만든 음식들이 지천이고, 그중에서 지금도 가끔 생각나는건, 방에 군불을 지핀후 나온 숯불에 두툼한 돼지고기를 석쇠에 올려서 굵은 소금을 솔솔 뿌린후 구워먹었던 그 고기 맛이다. 

시아버님 덕분에 고기 좋아하는 며느리는 언제나 맛있는 고기를 실컷 먹을수 있었고 또 그런 며느리를 예뻐해주셔서 우리집에 오실때는 선물로 묵직한 고깃 덩어리를 들고 오셨다. 

시아버님이 그리운 저녁식탁_3
시아버님이 그리운 저녁식탁_3
 
이제 아버님은 먼곳으로 가셨고 지금은 아버님대신 내가 직접 고기를 사다 냉장고를 채우지만, 오늘처럼 고기를 먹는날은, 가끔은 아버님이 많이 그립다. 
큰 며느리인 나의 얼굴이 조금만 상해도 밥 많이 먹으라시며 걱정하셨는데, 맛있는 저녁 식사로 인해 행복하면서도 돌아가신 시아버님이 그리워 약간은 쓸쓸한 저녁이다.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