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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종말이 삼십분 밖에 남지 않았다면
2010-05-31 13:16:11최종 업데이트 : 2010-05-31 13:16:11 작성자 : 시민기자   심춘자

아내가 남편에게 물었다. 

"자기야아~ 만약에 지구의 종말이 딱 30분만 남았다면 당신은 뭘 할꺼야?"
남편은 자신있게 말했다
"난 당신이랑 함께 있을꺼야."
아내가 또 물었다
"그럼 함께 있으면 어떻게 시간을 보낼 건데?"
남편!
웃고 지나갔지만 웃을 수만은 없는 얘기라고 남편들 위해 주면서 살라고 한다.
라디오 사연에 귀가 솔깃했다. 

'정말 지구의 종말이 30분밖에 남지 않았다면 뭘 해야 되지?' 
스피노자는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했지만 사과나무를 심는 초연한 마음으로 지낼 강심장은 될 수 없다. 가끔씩 이런 명제를 받을 때면 결론을 내지 못하고 고민하다가 결국 머리만 아파했다. 
종말을 30분이나 내일 맞이한다는 상상하는 것도 한가한 사람들 얘기인 것 같고 나랑은 별로 상관도 없는 얘기 같기도 하고...
하지만 순간이 항상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염두에 둔다면 어떨까? 

지금 보다는 훨씬 주어진 시간들을 보람 있고 알차게 보내겠지? 
정말 그럴까? 

하늘을 찌를 듯이 키가 큰 아카시아 나무가 군락을 지어 있는 숲을 산책했다. 
비가 오기 전 왔을 때에는 막 피어나고 있었는데 벌써 꽃잎들이 마르고 있다. 스르륵 바람이 불자 꽃비가 내린다. 산 바닥에도 하얀 양탄자를 깔아 놓은 것처럼 순백의 꽃잎 천지다. 
허공에 달콤한 꿀 향기가 가득하고 나무 끝으로 보이는 하늘빛은 찬란하기만 하다. 밟고 지나갈 때마다 뽀드득거리는 소리가 나는 것 같다.  
연두색의 연한 잎사귀가 어느새 진초록이 되어 힘 있는 움직임을 보였다. 아무리 큰 바람이 불어와도 절대로 떨어지거나 꺾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지구의 종말이 삼십분 밖에 남지 않았다면 _1
지구의 종말이 삼십분 밖에 남지 않았다면 _1

지구의 종말이 삼십분 밖에 남지 않았다면 _2
지구의 종말이 삼십분 밖에 남지 않았다면 _2

바닥에 넝쿨을 만들고 있는 순백의 찔레꽃이 활짝 피었다. 이른 봄 새싹이 돋아날 때 통통하게 생긴 찔레를 꺾어 껍질을 벗겨내고 입술이 파래지도록 먹었던 시절이 있었다. 가시에 찔리고 생채기가 나면서도 찔레를 꺾어 먹었던 것은 좋은 주전부리감도 되었지만 또 친구들과 함께 놀 수 있는 놀이였기 때문일 것이다. 
꽃나무 밑에 아직 자라지 못한 여린 찔레를 꺾어서 입에 넣고 씹어 보았다. 약간의 들쩍지근한 맛과 쌉싸래한 맛이 났다. 예전과 맛은 다르지 않았지만 삼킬 수는 없었다. 세월이 지나고 나니 추억 속의 그리움은 그대로 있는데 간사한 입맛은 변한 모양이다. 

오전시간은 산책하는데 시간을 다 보냈다. 과연 종말을 삼십분만 남았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명제를 가지고 들어간 숲속 산책은 아무런 결말 없이 끝났다. 정확하게 말하면 숲속으로 들어서는 순간부터 복잡한 생각은 사라지고 꽃향기와 살랑거리는 바람의 유혹에 빠지고 말았던 것이다. 

'삼십분이 남았든 삼십년이 남았든 별 차이가 있을라구'  남은 시간이 길지 않다고 잘해주고 그렇지 않다고 서로 위해 주면서 살지 않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함께 사는 동안 굳이 뭘 해 주거나 받는다는 것보다 옆에, 함께 있어 주어 기쁨이 더 크지 않을까한다.  

작은 아이들 학교에서 돌아오면 먹고 싶어 하는 간식을 만들어주고 큰 아이 하교시간 산책삼아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만나 학교생활에 대한 얘기도 들어준다. 늦게 돌아온 남편에게 잔소리 없이 늦은 저녁상을 봐주는 것이 종말 삼십분이 남았다 하더라도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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