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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화반에서 특권의식을 갖게 됐어요”…‘삼파장 형광등 아래서’
고교생 노정석 작가와의 만남, 고교생 시각으로 바라본 우리 사회
2020-01-10 12:47:32최종 업데이트 : 2020-01-10 12:47:45 작성자 : 시민기자   김소라
노정석 작가와 김승일 시인의 북토크

노정석 작가와 김승일 시인의 북토크.

"저는 대구에 있는 학교를 다니는데 심화반에 선정되어 공부할 때 특권의식을 갖게 되었어요. 삼파등 형광등 아래에서 공부하는 것으로 자부심을 느꼈죠. 하지만 심화반에서 떨어진 이후 더욱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스스로 특혜의식에 빠지고 사회를 우성과 열성으로 나뉘는 이분적 태도는 학교에서부터 길러지게 됩니다. 초조함, 불안함, 경쟁의식 등을 느끼는 저를 보면서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노정석 작가는 아직 고등학교 졸업을 하지 않았다. 이날 북토크에서 책과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참가한 어른들을 부끄럽게 하였다. 7일 오후 3시에 열렸던 '삼파장 형광등 아래서'를 쓴 노 작가와의 만남은 특히 학생과 학부모에게 영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대한민국의 공부나 교육 현실을 고민하게 만드는 자리였다.
 
사실 '삼파장 형광등 아래서' 는 다음브런치북 공모에서 대상을 한 수상작이다. 심사위원이었던 김민섭 작가는 8만 건의 글 중 노정석 작가의 글을 대상으로 선정하면서 이 책을 꼭 출판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정미소'라는 출판사를 만들어 노 작가의 글을 첫 책으로 만들어냈다. '삼파등형광등아래서'. 책출판 후 3쇄를 찍었다.

'삼파등형광등아래서'. 책출판 후 3쇄를 찍었다.


계급과 숫자로 평가하는 대한민국
이날 북토크를 진행한 김승일 시인은 "이 책을 통해서 노 작가의 시, 에세이, 일기같은 글을 읽으면서 한 인간의 문학관과 예술관, 세계관까지 접하게 됩니다. 현 교육시스템에 대한 비판과 고민이 담겨져 있는데 고등학생의 시선으로 쓴 내용이라서 더욱 절실히 다가옵니다" 라고 말하였다.
 
대한민국 사회는 사람을 경쟁과 등급, 계급과 숫자로 평가한다. 서로 아파트가 몇 평이고 얼마짜리인지, 월급과 연봉으로 비교하고 비교당한다. 또한 자신이 가진 특권의식으로 주변사람들을 열등하게 바라볼 때도 있다. 이런 삶에 대한 반성이 묻어나는 시간이었다.
 
최근 우리 사회의 신조어 중 '이생망' 이라는 말이 있다. '이번 생은 망했다'는 뜻이다. 인구의 1/3은 우울한 상태이고, 사회는 부유한데 다수의 개인은 가난한 소수가 지배하는 신분사회가 되었다. 인간이 서열화, 상품화가 되며 혐오사회로 이어지고 있다. 교육제도를 단 번에 개선할 수 없지만, 개인이 태도를 바꾸고 자신의 삶을 변화해나가는 데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수원의 문화공간 중 하나인 도청사거라 인근의  '서아책방'

수원의 문화공간 중 하나인 도청사거라 인근의 '서아책방'

 
도피 목적으로 유학 선택
"교도소만도 못한 환경에서 3년을 보냈던 것 같아요. 야자를 11시까지 한 것이 특권이 아니라 오히려 불이익이었으며 또다른 폭력이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자사고나 특목고 등이 개인을 망치고 있어요. 유학을 선택한 것도 도피성이라고 할 수 있지만, 대학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다른 길을 찾으려 한 거에요." 
출판사 정미소 대표인 김민섭 작가가 직접 참여하여 책 출판의 계기를 말하였다

출판사 정미소 대표인 김민섭 작가가 직접 참여하여 책을 출판한 계기를 말하고 있다.


수행평가, 학생의 삶 바꾸는 기회
이렇게 말하는 노 작가는 책을 쓰면서 진지하게 자신을 돌아보았다고 한다. 힘든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조금씩 이해하고 소통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학교라는 공간 자체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게 한다. 개인을 무기력하게 만들어버린다. 누군가를 만나 어떤 대화를 하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 노 작가 역시 글을 쓰면서 외로움을 해소하고, 자신을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다고 한다.
 
특히 글을 쓰게 된 계기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수행평가로 일상 속의 주제를 일주일에 한 편씩 쓰는 숙제가 있었어요. 그것이 오히려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고, 재미있고, 나를 중요하게 여기는 계기도 되었어요" 라고 한다. 학교 수행평가도 때로는 학생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브런치 북에 꾸준히 올린 글로 한 권의 책이 된 특별한 열아홉 고등학생이 되었다. 하지만 누구나 글을 쓰고, 자신의 경험을 길어올리면 감동적인 순간이 될 수 있다. 현재를 되돌아보고 사소한 것을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 마음을 지닌다면 말이다. 진정성 있는 태도만이 개인의 삶을 바꾸고 변화하는 원동력이 된다고 덧붙였다. 
노정석 작가는 고등학생의 시선으로 글을 썼지만 한국의 교육현실을 느끼는 대로 생각을 가감없이 썼다. 브런치북 대상 공모작이 되었다

노정석 작가는 브런치북 대상 공모작에 선정되었다.


이날 북토크에 참여한 학부모, 학생, 교사 등은 노정석 작가에게 궁금증이 많았다. 현직 고등학생 이어서 가능한 대답들이 이어졌다. 글쓰기 교육이 더욱 절실한 이유를 노 작가에게 발견하게 되었다. 북토크를 진행한 김승일 시인은 이 책의 추천사를 쓰고 난 후 책을 알리는 일에 앞장서게 되었다. 시인으로서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고, 특히 폭력을 경험한 학생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으로 학교폭력예방과 관련한 활동도 한다. "노 작가가 쓴 글이 세상에 더 많아질 때 우리 사회가 조금이라도 달라지지 않을까요" 라면서 북토크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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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아책방, 노정석작가, 삼파등형광등아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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