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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터마을의 어벤져스들
‘마실’에서 마을 공동체 이끌어
2019-08-02 15:56:34최종 업데이트 : 2019-08-02 12:37:34 작성자 : 시민기자   박순옥
7월 31일. 며칠째 비가 내려 축축해진 날씨다. 수원역에서 가까운 <벌터마을 커뮤니티 문화마실>(이후 마실)을 방문했다. 서둔동 벌터마을은 수원역에서 걸어서 10분이 걸리지 않는 역세권이지만 수원비행장으로 인한 소음과 오래된 건물들로 낙후되어 허름하고 쓸쓸해 보인다.

<마실>은 옛 마을회관이었던 것이 경로당이 되었고, 2018년 경로당을 새로 지어 나가고 비어있던 공간을 리모델링해서 지금은 주민 커뮤니티 센터로 운영하고 있다. 예전에 마을회관으로 불리었기 때문에 지금도 마을회관이라고 부른다.
<벌터마을 커뮤니티 문화마실> 의 건물과 마당 전경

<벌터마을 커뮤니티 문화마실> 의 건물과 마당 전경

<마실>은 서둔동 벌터마을 지역의 문화재생 프로젝트로 주민의 문화 주체성을 중심으로 한 마을 공동체의 활성화 사업으로 2016년에 사업을 시작하여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공동체 문화 프로그램 중에는 마을 학교도 있고, 동호회도 있다. 동호회에는 영어, 기타, 재봉틀, 독서 등등 여러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그동안 야외 음악회도 하고 동네 축제도 열었다. 마을 잡지도 만들고 마을 어르신들이 쓴 시를 모아 시집도 출판했다.

동호회 중에 '휘마'를 찾았다. '휘마'는 코바늘 뜨게 모임으로 매주 수요일 오전 10-12시까지 하는 동호회이다. 관리자 김윤영(안양거주)씨가 '휘마'란 휘뚜루마뚜루의 줄임말로 코바늘뜨기를 할 때는 도안을 보고 하는데 실력이 유려하지 않아서 도안처럼 되지 않더라도 그만두지 말고 휘뚜루마뚜루라도 끝까지 완성해 보자는 취지라고 한다.
벌터마을의 코바늘뜨기 동호회 '휘마'의 회원들이 '마실'에서 코바늘뜨기를 하는 모습

벌터마을의 코바늘뜨기 동호회 '휘마'의 회원들이 '마실'에서 코바늘뜨기를 하는 모습

'휘마'의 회원 김지현씨(서둔동)는 "<마실>이 좋은 점은 아이들을 데리고 와도 된다는 것이에요. 놀이방이 있어서 아이들도 좋아하고 엄마들도 좋아요. 바로 옆에서 놀고 있으니까 틈틈이 돌볼 수도 있고요. 오늘은 아이들 떼어놓고 오느라고 조금 늦었어요."라고 이야기했다. 바로 옆에 놀이방이 있고 아이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며 놀고 있었다. 엄마가 하는 뜨개질에 관심 있는 아이는 옆에 와서 구경도 하고 자유로운 분위기다.

부모를 따라온 아이들이 놀수있도록 마련된 놀이방의 아늑한 모습

부모를 따라온 아이들이 놀수있도록 마련된 놀이방의 아늑한 모습

또 "우리 동호회는 강사가 없이 운영되고 있어요. 그래서 각자 자기가 만들고 싶은 작품을 만들 수 있지요. 처음부터 우리끼리 하게 된 건 아니고요. 처음엔 코바늘뜨기 하고 싶은 주민들이 모였고 '마실'에서 마을학교로 강사님을 초빙해서 수업을 개설해 주셨어요. 10주 차 수업을 마치고 나서 '휘마'가 만들어진 거예요. 코바늘뜨기를 같이 해서 좋은 점은 각자 다른 작품을 만들고 다른 실을 쓰고 있기 때문에 실에 대한 장점과 단점을 서로 이야기 나누고 어떤 작품에 어떤 실이 좋은지도 알 수 있게 된다는 거예요. 다른 작품에 대한 흥미도 생기고요. 그리고 우리 '휘마'의 회원들이 마을 핵심이에요. 마을 공동체를 살리는 길을 어떻게든 꾸며 보려고 노력중 입니다. 그간의 작품을 모아서 전시하자는 것까지 마음이 모아졌어요. 최종적으로는 판매도 해볼 생각입니다. 지금은 벼룩시장에서 작은 소품들 판매하는 정도예요. 축제 때 마을 주민들에게 선물도 하고요." 하며 반짝이는 눈망울로 이야기했다.

송진영(서둔동, 마을자치회대표)씨는 "이런 커뮤니티 공간이 마을에 있다는 것이 너무 좋아요. 회사 그만두고 아이 키우면서 새로운 사람 만나기가 힘들었어요. 그리고 이웃집과 먼 것은 아파트랑 똑같아요. 저도 이웃을 잘 몰랐는데 '마실'이란 공간이 커뮤니티 역할을 많이 해주었어요. 코바늘뜨기하면서 내 이야기도 하고 다른 사람 이야기도 듣고 하는 과정에서 마음을 열게 되고 친구가 되었어요. 친구가 생겨서 좋았어요. 그런데 주위에 엄마 따라온 아이들이 있는 거예요. 그럼 그 아이들끼리 또 친구가 되는 거예요. 그러면서 아이들이 마을에서 자라는 모습이 되더라고요. 저는 아이들이 마을 안에서 자라는 게 좋다고 생각했었는데 엄마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오니까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어요.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은 '마실' 사업 지원이 12월이면 끝나요. 그래도 우리 휘마는 계속해서 이어갈 생각이고 헤어지지 않을 겁니다. 운영자님들이 내년에도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주시면 좋겠어요. 지원이 끊어지면 모임이 지속적으로 운영되기 힘들 수 있거든요. 이제 걸음마 수준이라 조금 더 지원이 유지 되어야 튼튼하게 설수 있어요."라고 강조했다.

운영자들은 사업을 통한 주민들과의 관계 형성을 기반으로 네트워크를 지속적으로 확대 강화하고 주민들이 자생할 수 있도록 기틀을 마련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마을 공동체를 위해 노력한 것들이 많은 성과를 보였고 그것이 주민들에게 주는 의미도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점차 아파트 숲으로 변해가는 중에 주택의 모습을 간직한 '벌터 마을'이 지속적으로 유지되어 수원의 과거 모습을 간직한 장소가 된다면 수원의 또 다른 명소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주민들과 운영자들이 자유롭게 소통하는 모습을 보니 마을이 어떻게 변할지 기대된다.

돌아오는 길에 주택가 골목에서 제비가 날아가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수원에도 제비가 있다는 것이 뜻밖이었기 때문이다. 날아가는 제비를 따라가 보니 처마 밑에 있는 새끼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것이다. 새끼를 낳고 키우는 보금자리가 있다는 것은 중요하다. 제비는 깨끗한 공기에서 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깨끗한 공기를 가진 서둔동인 것이다.

동호회에 참여하고 싶은 사람은 <벌터마을 커뮤니티하우스 문화마실> 031-227-1938 로 전화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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