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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서 만난 주폭 할아버지
1시간 동안 무한 반복 술주정에 시달린 승객들
2013-11-22 18:54:22최종 업데이트 : 2013-11-22 18:54:22 작성자 : 시민기자   김유미

버스에서 만난 주폭 할아버지_1
버스에서 만난 주폭 할아버지_1

예전에 언론매체를 통해 주폭이란 단어를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주폭이란 다름아닌 만취상태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였다. 
경찰서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보는 것이 주폭이고, 동네 길에서도 월말이나 늦은 밤이면 심심치않게 볼 수 있다지만 사실 나는 그리 주폭을 경험해본 적은 없다. 아니, 없었다.

한동안 서울로 출근하여 매일 아침 저녁으로 버스에서 거의 기절하다시피 잠을 자다보니 오히려 시내버스를 탈 때보다 시외좌석버스가 편하게 느껴지던 날이었다.
승객들이 확실히 덜 내리고 무어보다 좌석이 많이 확보되어 있어 앉아서가면 숙면을 취할 수 있지만 퇴근시간에 잘못 걸리면 서서 올때 손잡이가 별로 없는데다 통로가 좁아 불편하다는 양면성을 모두 지는 시외좌석버스.

그날로 평소와 다름없이 그저 평범하게 하루를 마무리하며 70**버스를 타고 수원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버스가 출발하자마자 자리가 생겨 '이게 왠 횅재냐.'며 좋아라 자리에 앉아 꾸벅꾸벅 존지 한 15분쯤 지났을까?
잘 달리던 버스 안에 무언가 시끄러운 잡음이 들려왔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있던 통에 평소에서 잘 들릴리 없는 부스럭 거리는 비닐봉지 소리가 크게 들리더니 바로 내 대각선 앞에 있던 한 할아버지가 소주병을 꺼내 따시더니 그대로 원샷을 하시는 모습을 목격하게 되었다.

'에이, 설마 버스 안에서 소주를 마시는 거겠어? 원래 따져 있는 병에 물이 담긴 거겠지.' 하며 순수함을 가장하여 애써 외면한 현실은 채 10분이 가지 않아 문제를 일으키고 말았다. 그 병은 진짜 소주병이었고, 할아버지는 흔히 말하는 병채 나발을 부셨던 것이다.

이로 인해 10분이 지나고부터는 술주정을 하시며 같은 소리를 무한반복하시는 술주정을 하시는 통에 운전기사님이 참다 못해 버스를 잠시 세우시고는 소리를 지르며 내리라 화를 내셨다. 
승객들도 할아버지의 술주정에 기사분께 힘을 실어주셨고, 마침 지나가던 경찰이 버스 안으로 들어와 할아버지께 "영감님, 시대가 어느 시댄데 버스에서 술을 잡수고 피해를 주세요," 하며 호통을 치셨다. 

할아버지는 집까지 가야 한다며 조용히 있겠다는 다짐을 하셨으나 그 다짐은 1분을 넘기지 못하고 다시 할아버지의 무한반복 이야기가 버스 안에 울려퍼졌다.

할아버지 바로 옆자리에 있던 아저씨께서는 뒷자리로 자리를 옮기셨고, 중년의 한 남성분이 앞좌석에 있던 할아버지에게 운전 기사분께 방해가 되니 자리를 뒤로 옮기라 말했으나 할아버지는 요지부동이셨다. 버스 안의 분위기는 점점 흉흉해지더니 할아버지의 주정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시던 한 아주머니께서 폭발하듯 상소리를 해대며 고함을 지르셨다. 
할아버지의 주정에 아주머니의 신경질적인 욕소리까지 더해져 서울에서 수원까지 오는 한 시간이 정말 길게도 느껴졌다. 결국 할아버지는 매탄동 부근 정거장에서 내리셨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버스에서 '당당하게' 소주를 마시며 술주정을 한 할아버지의 잘못은 부정할 수 없으나 이를 상대하는 방법이 정말 윽박지르고 화를 내는 방법 밖에는 없는 걸까, 
그 분노에 꼭 욕이 섞였어야 하는 걸까 하는 생각과 더불어 이상하게도 내가 나설 필요는 없으니까, 내 일이 아니니까 하며 등한시 하는 것보단 오히려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나서는 모습이 훨씬 보기 좋다는 이율배반적인 생각이 들어 만감이 교차하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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