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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바라보며 함께 가는 세상
누구나 그 시절은 있다
2015-12-20 19:35:34최종 업데이트 : 2015-12-20 19:35:34 작성자 : 시민기자   안효정

보통 사람들은 본인의 시선에서 주변을 바라본다. 물론 나도 보통 사람 중 한명으로 가끔은 이기적이기도 하다.
저 출산 시대라고 하는데, 이상하게 나는 주변에 아기 엄마들과 임산부들이 많아 보인다. 일부러 찾아보려는 것도 아닌데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늘 마주친다. 한 동안 남편은 아내가 임신 중이라 그런지 주변에 임산부만 눈에 띈다고 한 적도 있었다. 본인의 상황에 따라 주변 사람도 보이기 마련이다. 

요즘은 임산부들을 위한 사회적 배려도 늘어나는 추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것은 그저 지킬 수 없는 광고에 그치는 것 같아 마음이 즐겁지 않다. 게다가 오히려 그런 배려를 따가운 시선으로 바라보거나 임산부가 일부러 듣도록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루는 버스를 탔는데, 사람이 그리 북적거리지는 않았지만 비어있는 좌석은 거의 없었다. 두어 정거장 후 한 임산부가 버스에 올랐다. 나는 얼른 자리를 비워주고 뒷좌석으로 이동하였는데, 불편한 소음은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요즘은 임산부들이 너무 염치가 없어. 누구는 애 안 낳아봤나?"
"우리 때야 뭐 밭에서 일하다가도 애 낳으러 가고 그랬잖아."
"아 그러니깐, 뱃속에 애 넣고 있는 것이 뭐가 힘들어? 애 서넛을 낳고도 팔팔하게 다녔는데, 요즘 사람들은 다들 힘들다고 난리야. 우리 며느리도......." 이렇게 두 아주머니의 대화는 임산부를 가시방석에 앉혀놓으셨다.

임신한 것이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앞자리에 앉아있는 임산부도 뒷자리에 앉아있는 나 역시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속만 상했다. 그 순간 나는 엉뚱하게도 사람들이 늘 귀에 이어폰을 꽂고 있는 이유가 이런 것 때문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언제나 내가 듣고 싶은 소리만 듣기 위한 사람들의 이기심이나 혹은 몸부림 같아 보여 씁쓸했다.

둘째 아이 임신 막달 무렵 정기검진을 하기 위해 버스를 이용해 산부인과를 가게 되었다. 방문시간이 별로 좋지 않았는지 유난히 버스에 사람이 많았다. 병원에 들러 출근을 할 예정이었으므로 하는 수 없이 버스에 올라탔다. 그날 나는 40분을 버스에서 서서 가야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내리는 정류장까지 앉아보지 못했다.
많이 힘들었지만, 좌석 가까이 다가가 손잡이를 잡으면 앉아 있는 사람이 부담스러워 할까봐 무척이나 신경 쓰이는 상황이었지만 만삭의 배를 보고도 양보 없는 사람들이 얄밉기도 했다.

요즘은 종종 아이들과 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5살,6살인 두 아이와 함께 버스를 타는 일도 쉽지는 않다. 사람이 많아 좌석이 없으면 타기가 머뭇거려진다. 사람들 때문에 아이들이 시달리는 것이 우려되는 것이 아니라 괜히 자리를 양보해 달라고 하는 듯 보일까봐 우려스럽다.

아직은 아이들이 혼자 몸을 스스로 돌보고 안전하게 버스를 이용할 나이가 못되어 의도하지 않았지만 주변에 피해를 주는 경우도 발생된다. 그런 경우 괜히 아이들에게 꾸지람을 늘어놓기도 하는데, 뒤돌아보면 무척이나 속상하다.

어린 시절 없이 어른이 되지는 못한다. 또한, 항상 젊고 아름다운 시절만 살아내지는 못한다. 지금 내 상황과 주변만 내세우고 옳다고 주장하지 말고, 지나온 시간과 앞으로 다가올 시간들을 골고루 바라보며 곁을 내어 줄 수 있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
임산부나 유아, 아동, 노인은 사회적 약자이다. 2016년에는 약자에게 강한 사람보다는 부드럽게 함께 갈 수 있는 사람이 되어보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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