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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서로 조선 사람의 하루를 읽다
수원광교박물관 ‘고문서로 만나는 조선의 일상’, 계약서·영수증·혼서 속 생활의 흔적
2026-06-29 11:24:33최종 업데이트 : 2026-06-29 11:24:29 작성자 : 시민기자 강남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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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광교박물관 테마전《고문서로 만나는 조선의 일상》전시장 입구
수원광교박물관은 6월 26일부터 2027년 5월 30일까지 테마전 '고문서로 만나는 조선의 일상'을 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조선시대 고문서를 통해 당시 사람들이 어떻게 약속하고, 거래하고, 증명하며 살았는지를 보여준다.
이 학예사는 "우리는 문서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다만 그것을 문서라고 인식하지 못할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계약서나 임명장 같은 공식 서류만 문서가 아니라, 카드 영수증, 카페 쿠폰, 전단처럼 주고받는 사람과 목적이 있는 기록도 넓은 의미에서는 문서라는 것이다. 그 설명을 듣고 보니 고문서는 오늘날 우리가 매일 접하는 생활 기록의 오래된 모습처럼 다가왔다.
이명종 학예사가 전시된 고문서에 담긴 생활상을 설명하고 있다.
이 학예사는 "형식은 달라도 계약에 들어가는 기본 요소는 지금과 거의 비슷하다."라고 설명했다. 그 말을 듣고 다시 문서를 보니, 조선시대 사람들도 오늘날 우리처럼 재산을 지키기 위해 꼼꼼하게 약속을 남기고 권리를 확인했다는 사실이 보였다.
'환퇴'라는 거래 방식도 흥미로웠다. 이는 지금의 전당포와 비슷한 개념으로, 부득이하게 재산을 팔면서도 일정 기간 안에 돈을 다시 갚고 되찾기로 약속하는 계약이다. 조상에게 물려받은 재산을 쉽게 포기하지 않으려 했던 당시 사람들의 마음이 문서 속에 담겨 있었다.
완전한 등기 제도가 없던 시기에는 토지를 팔 때 그 땅과 관련된 이전 문서들을 함께 넘겨주었다고 한다. 과거의 매매문서가 권리의 흐름을 증명하는 자료가 되었기 때문이다. 종이 한 장이 재산과 신뢰를 지키는 장치였던 셈이다.
전시장에는 거래, 시험, 벼슬살이, 세금과 호적 등 생활 주제별 고문서가 전시되어 있다.
관직 임명장도 오늘날의 공무원 임명장과 연결해 볼 수 있었다. 조선시대에는 품계에 따라 왕의 명의로 발급되는 문서와 관청 명의로 발급되는 문서가 구분되었다. 문서의 형식과 도장은 그 사람의 지위와 임명 권한을 보여주는 중요한 표시였다.
세금 관련 문서 앞에서는 조선 사람들의 현실적인 생활이 더 가까이 느껴졌다. 세금을 냈다는 영수증인 '자문'은 이중 징수를 막기 위한 증명 자료였다. 오늘날 영수증이나 납부확인서가 필요한 것과 다르지 않았다.
혼인 문서도 눈길을 끌었다. 1899년에 작성된 전통 혼서와 1976년에 작성된 현대식 혼서가 함께 소개되어 있었다. 형식은 달라졌지만, 혼인을 의논하고 예를 갖추며 약속을 남기는 절차는 이어져 왔다.
이 학예사는 "고문서를 들여다보면 조선시대 사람들도 자기 시대 안에서 매우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치열하게 살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전시를 돌아본 뒤 그 말은 더 또렷하게 다가왔다. 조선 사람들은 막연히 먼 과거의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들도 재산을 지키고, 시험을 보고, 세금을 냈다는 증거를 보관하고, 혼인과 가족 관계를 문서로 남겼다.
전시장에는 관람객이 고문서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QR코드 안내도 마련되어 있다. 한문 원문이 낯선 관람객도 스마트폰으로 관련 설명을 확인하며 전시를 볼 수 있다. 고문서를 눈으로만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내용을 따라가며 읽을 수 있도록 한 점이 돋보였다.
관람객은 고문서 형태를 본뜬 도장을 찍으며 전시 연계 체험을 할 수 있다.
《고문서로 만나는 조선의 일상》은 과거를 멀리 있는 역사로만 보지 않게 한다. 조선시대 사람들도 오늘날 우리처럼 계약하고, 증명하고, 기록하며 살았다. 전시장을 나오며 고문서는 낡은 종이가 아니라, 시대를 건너 사람의 생활을 전해 주는 목소리처럼 느껴졌다. 수원광교박물관 테마전 《고문서로 만나는 조선의 일상》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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