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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달문 옆 오래된 골목, 누구든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공간 ‘딱따구리 책방’
낭만 넘치는 동네 사랑방… 8·9월 다채로운 문화 모임 이어져
2026-08-20 11:14:18최종 업데이트 : 2026-08-20 11:14:17 작성자 : 시민기자   김소라
타카(Taka)의 핸드팬(Handpan) 연주와 서민기 연주자의 우리나라 전통악기 콜라보

타카(Taka)의 핸드팬(Handpan) 연주와 서민기 연주자의 우리나라 전통악기 콜라보
 

수원 팔달문 앞, 세월의 흔적이 켜켜이 쌓인 오래된 골목길이다. 어르신들이 즐겨 찾는 알록달록한 옷가게와 무도장 간판이 이어지는 이 정겨운 골목 한구석에는 조금 특별한 '딱따구리 책방'이 자리하고 있다. 우선 외관을 보고서 이곳이 책방이 맞나 싶을 정도로 알쏭달쏭한 느낌이 들 것이다. 오래된 간판의 글자가 몇 개는 떨어져 나간 것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고, 삐그덕 거리는 문과 낡고 소소한 물건들로 장식한 내부는 누군가의 취향이 그대로 반영된 공간이었다. 

책방 문을 열고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벽면 가득 붙어 있는 온갖 사람들의 메모와 손때 묻은 오래된 가구들이다. 제각각의 모양과 세월을 간직한 가구들은 일관성은 없지만, 그래서 더욱 따뜻하고 편안한 멋을 뿜어낸다. 한쪽에는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리는 피아노가 놓여 있고, 전체 크기는 열 명 남짓이 다닥다닥 붙어 앉으면 가득 차는 아주 작고 아담한 공간이다.

이 작은 공간은 단순한 서점을 넘어 누군가의 작업실이자, 찾아오는 이들 모두의 사랑방이 된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나이도, 직업도 묻지 않는 다정한 무장해제의 공간이 펼쳐진다. 나란히 앉아 귤을 까먹으며 소소한 담소를 나누고, 마음에 와닿는 시를 쓰고, 각자 좋아하는 것들을 자연스럽게 나누는 곳이다. 어른도 아이처럼 순수하게 놀 수 있는 이곳에는 '평화, 낭만, 사랑'이라는 단어가 온전히 흘러넘친다.
관객들은 연주자와 눈을 맞추며 바로 코앞에서 연주를 듣다

관객들은 연주자와 눈을 맞추며 바로 코앞에서 연주를 듣다


좁고 불편하지만 운치 있는 시간… 코앞에서 마주한 핸드팬X국악 공연 현장

지난 8월 9일 일요일 오후, 이 작은 책방은 묵직하고도 고요한 울림으로 가득 찼다. 일본인 연주자 타카(Taka)의 핸드팬(Handpan) 연주와 서민기 연주자의 전통 관악기(생황·피리·태평소) 연주가 어우러진 협연이 열렸기 때문이다.

이날 공연의 가장 큰 매력은 공간이 주는 밀도감이었다. 열 명 남짓 들어서면 꽉 차는 공간이기에, 관객들은 연주자와 눈을 맞추며 바로 코앞에서 연주를 관람할 수 있었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공연자와 관객이 마주 앉아 숨소리까지 공유하는 경험은 모두에게 처음이었다. 조금은 좁고 불편할지 몰라도, 그 밀접함이 주는 운치는 그 어떤 대형 공연장보다 깊었다.

동그란 철제 돔 형태의 핸드팬이 내는 몽환적인 쇠의 울림, 그리고 관악기 중 유일하게 화음을 내는 '생황', 맑고 아련한 '피리', 호쾌한 '태평소'의 숨결이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자 책방 안은 일순간 깊은 정적과 몰입으로 채워졌다. 연주자의 호흡 하나하나에 온 신경을 기울이며, 관객과 연주자 모두가 하나로 연결되는 특별한 순간이었다. 
딱따구리 책방에서 이색적인 공연을 참가하고, 책방앞에서 연주자와 사진을 찍다

딱따구리 책방에서 이색적인 공연을 참가하고, 책방앞에서 연주자와 사진을 찍다



"고집스럽게 수원을 지키며 사람을 엮는다"… 싱어송라이터 주인장 '남수'

이토록 낭만적인 공간을 고집스럽게 지켜가는 주인장은 수원 토박이이자 싱어송라이터인 남수(본명 남수현) 씨다. 재즈와 포크 장르를 넘나들며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그녀는, 고향 수원을 지키며 사람과 사람을 다정하게 엮어주는 기획자이기도 하다. 주인장 남수 씨는 "사람들과의 만남과 대화 속에서 창작의 가장 큰 영감을 얻는다. 딱따구리 책방이 누구든 찾아와 편안하게 자신을 표현하고, 무엇이든 시도해볼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라고 말한다. 

경기문화재단과 수원문화재단 '문화도시 수원'의 지원으로 진행되는 다양한 프로그램들 역시 이러한 남수 씨의 철학에서 출발했다. 다가오는 8월과 9월에도 주민들의 감성을 깨울 다채로운 모임과 공연이 기다리고 있다.

다가오는 딱따구리 책방의 문화 프로그램 소식

송하균의 피아노 연주 공연

송하균의 피아노 연주 공연


1. 송하균의 즉흥 피아노 연주회

일시: 8월 22일(토) 오후 5시
내용: 악보 없이 책방의 피아노와 공간의 공기에 집중하여 펼쳐지는 즉흥 연주회다. (입장료 무료, 자율 기부)

산책과 마음쓰기 프로그램 안내

산책과 마음쓰기 프로그램 안내

2. 발길 닿는 대로, <산책하고 기록하는 모임>

일시: 9월 8일(화), 11일(금), 15일(화), 18일(금) / 총 4회
내용: 산책 전후의 마음을 기록하고, 수원 골목길을 걸으며 느낀 감각을 글로 담아보는 모임이다.

그냥해보는마음 - 연기워크샵

그냥해보는마음 - 연기워크샵

3. 강태제 배우와 함께하는 <연기 워크숍: 그냥 해 보는 마음>

일시: 9월 13일(일) 오후 3시 ~ 6시 (3시간)
강사: 강태제 배우 (독립영화 <엄마극혐>, <살롱드서울>, 드라마 <유니콘>, 연극 <시인과 농부> 등 출연)
내용: 본능대로 움직이고 서로의 몸과 감각을 열어보는 시간이다. 대사가 다르게 바뀌는 순간을 경험하며, 연기를 통해 진짜 자신을 탐구하고 일상에 기분 좋은 자극을 얻고 싶은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딱따구리 책방 이용 안내
위치: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정조로796번길 9 (팔달문 인근, <시인과 농부> 맞은편)
운영시간: 오후 2시 ~ 저녁 8시 (매주 월·화요일 휴무)
주요 활동: 소규모 공연, 연기 워크숍, 글쓰기·산책 모임, 공간 대여 및 책 판매

특별한 목적이 없어도 괜찮다. 잠시 길을 걷다 마음의 평화가 필요할 때, 따뜻한 낭만과 사람 온기가 그리울 때 팔달문 골목 안 '딱따구리 책방'의 문을 두드려보자. 좁지만 따뜻한 그 공간에서 누구든,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자유가 기다리고 있다.

 

덧, 딱따구리 책방 바로 앞에는 수원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찻집으로 잘 알려진 <시인과 농부>가 위치해 있다. 시간여행을 떠난 듯한 이색적인 수원 여행이 될 것이다.  

김소라님의 네임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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