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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춤(止), 그리고 바라봄(觀)... 책과 명상, 음악이 어우러진 가을의 쉼표
‘止觀_하다 in 수원 북페스티벌 성료, 수원지관서가에서
2026-10-26 14:33:35최종 업데이트 : 2026-10-26 14:33:34 작성자 : 시민기자 강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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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주홍 인문활동가가 그림책과 교구를 활용해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독서·명상·행복이 흐르는 하루'를 주제로 재단법인 지관, 수원특례시, 지관서가 매니아가 함께 만들어낸 이번 가을 북페스티벌은 오전 10시 시작으로 밤 8시까지 시민들에게 따스한 쉼과 성찰의 시간을 선물했다.
이번 행사의 무대가 된 수원지관서가는 그 탄생부터 남다른 스토리를 품고 있다. 수원시와 (주)SK케미칼, 재단법인 지관이 협력하여 옛 연무중학교 건물을 리모델링해 2025년 3월 개관한 체류형 인문복합 문화공간이다. 과거 차갑고 폐쇄적이던 교실 벽을 허물어 통유리로 햇살이 들이치는 개방형 사유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건물 중앙의 중정과 계단형 벤치, 은은한 커피 향이 풍기는 카페는 시민 누구나 편하게 들어와 책을 읽고 쉴 수 있는 도심 속 안식처가 되었다. 이러한 혁신적 공간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 8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2026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 공공공간·건축 부문에서 한국디자인학회장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지관서가(止觀書架)'라는 이름에는 '멈출 지(止)'와 '볼 관(觀)'이라는 깊은 뜻이 담겨 있다. 일상의 소란함과 분주함을 잠시 멈추고, 책을 선반(書架) 삼아 나와 세상을 깊이 바라보며 존재의 지혜를 발견하자는 의미다. 오전 10시부터 짙은 어둠이 내려앉는 밤 8시까지 진행된 이번 가을 북페스티벌 '지관_하다 in 수원'은 시간의 흐름과 공간의 결에 따라 총 6개의 다채로운 테마로 풍성하게 이어졌다. 잔디밭 위에 피어난 아이들의 동심부터 가을 바람을 맞으며 나를 돌아보는 명상, 손끝으로 새기는 문장과 깊이 있는 인문학 강연, 그리고 밤공기를 안아주는 첼로 선율까지— 지관서가에서 보낸 온종일의 여정은 방문객 각자의 마음속에 오랫동안 기억될 다정한 인문 라이프의 한 장면을 선물했다. 오전 10시, 서가 공간의 분위기를 차분하게 깨우며 시작된 1부 행사는 베스트셀러 『미움받을 용기』의 저자 기시미 이치로(岸見一郎) 철학자의 북토크로 포문을 열었다. 당초 온라인 화상 강연으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여러분들의 얼굴과 온기를 직접 느껴보고 싶었다"며 한국 현장을 깜짝 방문한 저자의 첫인사에 청중석에서는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 심리학을 바탕으로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서 벗어나 온전히 나로서 살아갈 때 비로소 자유로워진다"는 용기를 전하는 그의 담담한 목소리는 일상에 지친 참석자들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전했다.
1부 강연의 문을 연 『 미움받을 용기』의 기시마 이치로 저 햇살이 드는 모두의 정원 잔디밭에서는 배주홍(Julie) 인문활동가와 어린이들이 함께하는 <영어 그림책 산책>이 진행되었다. 알록달록한 그림책을 읽어주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정원에는 아이들의 맑은 웃음소리가 피어났다. 어린이들에게는 책과의 즐거운 만남을 선사하고, 함께한 부모들 역시 자연스럽게 다정한 즐거움 속에 빠져들며 감각을 깨우는 따뜻한 오후를 만끽했다.
어느덧 서늘한 가을 바람이 스치는 오후 2시, 중정 계단식 공간에 둘러앉아 마음을 가다듬는 명상 훈련이 진행되었다. 케렌시아 이치훈 대표의 안내에 따라 참가자들은 눈을 감고 머릿속을 가득 채웠던 생각의 소란을 잠시 내려놓았다. 흩어졌던 숨을 차분히 가다듬고 온전히 자신의 호흡에 집중하며 고요함 속에서 내면을 바라보는 깊은 휴식의 시간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참가자 30대 김모 씨(38)는"일상에서 스마트폰과 업무에 찌들어 늘 머리가 무거웠는데, 가을 바람을 맞으며 숨을 내쉬는 것만으로도 거대한 휴식을 얻은 기분"이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오후가 깊어질수록 공간 곳곳에서는 각자의 방식으로 책을 만나는 다채로운 경험이 피어났다. 오후 3시부터는 감성과 지성이 어우러진 두 개의 프로그램이 동시에 펼쳐졌다. 서가 카페 앞 공간에서는 지관서가 매니아(최유경, 이서영, 정금자)들의 진행으로 <책 속에서 발견한 한 문장 책갈피 만들기> 체험이 한창이었다. 참가자들은 특수 종이에 그림을 그리고 열을 가하면 구워지며 작고 단단하게 줄어드는 '슈링클스(Shrinkles) 아트'를 활용해, 마음에 울림을 준 글귀와 그림을 손글씨로 정성껏 적어 내려갔다. 오븐 속에서 신기하게 완성되는 나만의 독창적인 슈링클스 책갈피를 가슴에 품는 따뜻한 손길이 이어졌다. 같은 시각 서가 내부에서는 서평가 '로쟈' 이현우 선생의 <도스토옙스키와 실존주의> 강연이 진행되었다.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을 바탕으로 인간의 자유와 선택, 고뇌와 책임이라는 중후한 질문을 다루며 서가 가득 밀도 높은 인문학적 담론을 공유했다.
이현우 서평가와 북토크를 진행하는 윤희재, 나햬온 재단법인 지관 연구원 어둠이 짙게 내리고 밤공기가 서가를 따뜻하게 감싸 안을 무렵, 축제의 피날레를 장식할 김영환 첼리스트의 연주 <울림이 머무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무대에 선 김영환 첼리스트는 "음악은 미술 작품과 달라서 연주가 끝나면 소리는 사라지지만, 울림은 남는다. 그 울림은 이 공간 속 그리고 여러분의 가슴과 마음속에 영원히 남을 수 있다"는 따뜻한 메시지를 건넸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 조곡 2번'을 시작으로 비발디의 '사계', '사랑의 찬가', 드보르자크의 '신세계 교향곡' 등이 차례로 이어졌다. 통유리창 너머 밤풍경을 배경으로 울려 퍼진 묵직하고 깊은 첼로 선율은 낮 동안 책과 명상으로 채운 시민들의 마음을 다정하게 감싸 안았다. 음악의 깊은 여운이 잔잔히 퍼져나가며, 온종일 이어진 하루 전체가 하나의 아름다운 문장처럼 완결되는 순간이었다.
김영환 첼리스트가 첼로를 연주하며 가을 북페스티벌의 피날레를 장식하고 있다. 프로그램 외에도 하루 동안 상시 운영된 북파티 <가을, 곁>에서는 큐레이션 도서 읽기와 문장 필사, 그리고 메모지에 '오늘의 한 문장'을 적어 남기는 나눔이 펼쳐져 시민 누구나 자신만의 속도로 가을의 여유를 만끽했다. 책 속에서 찾아낸 마음의 글귀를 꾹꾹 눌러 적어 남긴 메모지들은 서가 한쪽 벽면을 따스하게 물들였다. 각자의 가슴에서 피어난 '오늘의 한 문장'들은 이곳을 지나쳐 가는 다른 이들의 마음까지 다정하게 두드리며 오랫동안 기분 좋은 여운을 선사했다.
마음에 남는 문장 필사 및 오늘의 한 문장 나눔코너 일상의 소란을 잠시 내려놓고 나 자신과 세상을 깊게 바라본 가을 하루, 지관서가를 나서는 이들의 손에는 손수 적은 나만의 책갈피가, 마음속에는 나답게 행복해질 수 있는 '작은 용기'가 소중히 들어차 있었다.
이날 '지관_하다 in 수원 가을 북페스티벌은 찾아온 모든 이들에게 '잠시 멈추어(止) 나를 바라보는(觀)' 가장 가을다운 쉼을 선사했다. 나지막한 음악과 책, 그리고 은은한 커피향과 사람이 만들어낸 따스한 울림이 있었던 이 특별한 하루는 모두의 마음속에 따뜻한 기억으로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참고로 '지관_하다 in 수원 가을 북페스티벌의 생생한 현장은 온라인 유튜브 라이브 영상(강연 다시보기 링크)을 통해 다시 볼 수 있다.
[도스토옙스키와 실존주의 | 로자 이현우 선생님]
[울림이 머무는 자리_나를 바라보고, 자연을 바라보고,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본다. | 김영환 첼리스트] https://www.youtube.com/live/qWpnd9UOD2U?si=t8HgA4eXuMpedlh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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