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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강입자가속기(LHC)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
초소형 빅뱅 재현...신의 입자 '힉스' 발견 기회
2009-01-31 18:15:40최종 업데이트 : 2009-01-31 18:15:40 작성자 : 시민기자   권오기

    현대 천문학·과학·물리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이탈리아 수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1564∼1642)가 지동설을 주장하다가 종교재판을 받고 나서  "그래도 지구는 돈다" 중얼거렸다고 한다. 갈릴게이가 그렇게 확신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직접 제작한 8배율 망원경으로 달의 표면을 관찰하고, 목성에 네 개의 달이 있다는 사실, 그리고 지구를 포함한 태양계 위성들이 모두 태양 주위를 돌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주장을 100년 만에 입증한 것이다. 갈릴레이 이래로 망원경은 천체를 관측하는 가장 중요한 기구였고 이것은 지금 21세기에도 여전히 사실이다. 망원경 뿐만 아니라 인간은 수많은 관측 장비를 발전시켜왔고, 이런 장비들은 인간의 제한된 오감을 천상의 비밀과 자연의 근본원리를 우리가 엿볼 수 있게 해 주었다.

   빛이 제 역할을 못하는 바다 속에서 잠수함을 찾으려면 소리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수백 킬로미터 밖에서 배나 비행기를 보려면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전파를 쏘아 대상물과의 충돌을 기대한다.과학자들이 원자 단위 이하의 세계를 관측할 때에도 충돌이 필수적이다.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세상을 구성하고 있는 가장 작은 소립자들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알아보려면 거기에다 뭔가를 두들겨 봐야 한다. 그래서 과학자들이  '충돌기(collider)'를 만들어 내었다.    

    총과 총을 마주보고 총알을 쏘면, 양쪽에서 총알이 날아오다가 총알이 부딫히면 순간 두개의 총알이 하나로 합쳐지게 되면서 그리곤 바로 깨져버리게 된다. 하나로 합쳐지는 순간은 너무 짧은 시간에 이루어 지기 때문에 관찰하기 아주힘들지만 특수카메라로 그것을 촬영할 수 있게 된다. 촬영해 보면 두개의 총알이 하나로 합쳐진 순간, 아주 재미 있는 현상이 발견하게 된다.

     

    충돌함과 동시에 하나로 합쳐진 그 바로 그 순간, 두개의 총알을 합친 것 보다 질량을 미세하게 증가시키게 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두개의 총알이 하나로 합쳐질때 높은 압력, 높은 온도, 높은 질량, 높은 밀도의 상태로 변하게 되고, 여기서 놀라운 사실은 두개의 총알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가 질량으로 전환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사실 우주가 처음 생긴 빅뱅때도 에너지가 질량을 전환되었고, 사라져 버린 "힉스입자"이다.  힉스 입자는 빅뱅의 아주 초기에 있었지만
    에너지에 질량을 부여하고 사라져 버린 '신의 입자'이다.  질량이 높아지면 블랙홀이 될수도 있지만, 총알은 충돌후 빠른속도로 부서져 있어서 두개의 총알이 하나의 상태로 합쳐 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며, 그것을 지속시킬 에너지도 부족하다. 총알 두개로 지구를 삼킬정도의 블랙홀을 만들려면 아마도 각각의 총알에 목성의 질량 정도의 에너지를 실어야 할것이다.
     

    양성자가 고에너지로 서로 충돌하면 양성자가 부서지며 그 내부의 소립자들이 높은 에너지로 서로 충돌한다. 두 개의 입자 빔을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충돌시켜 우주 탄생의 이론적 기원인 빅뱅 직후의 상황을 재현하는 실험을 진행한다. 거대강입자가속기(LHC)는 지난해 9월 10일 첫 가동에 들어가 양성자 빔 발사에 성공했으나 변압기 등 잇단 기기 고장으로 올 봄에나 다시 가동될 예정이다. 따라서 최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본격적인 충돌실험도 올해부터 시작된다. 

    포항가속기 연구소의 역사 및 우리나라 산업의 효용성

     

    포항가속기연구소는 1988년 세워져 올해로 만20년째이다. 가속기가 준공된 것은 1994년. 당시 포항제철이 864억원, 정부 596억원 등 1500억원을 투자, 2개의 빔라인을 갖췄다. 이후 3086억원을 더 투자해 총 28개의 빔라인이 완공됐으며 지금도 3개를 추가 건설 중이다. 포항공대 백성기 총장은 "당시 경제수준으로는 무리였지만, 선견지명으로 가속기를 세워 한국 과학기술이 수직 발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1994년 12월 7일. '꿈의 빛' 방사광(放射光)을 만드는 '포항방사광가속기'가 준공된 날이다. 우리 기술진의 손으로 완성된 포항방사광가속기는 우리나라 최초의 다목적 국가공동연구시설로도 자연스럽게 등극했다. 당시 포항방사광가속기처럼 다양한 빛을 만드는 '3세대형' 보유국은 EU(유럽연합)·미국·이탈리아·대만 등 4개국에 불과해 우리나라는 5번째 '3세대형 방사광가속기' 보유국이 됐다.

    방사광가속기는 전자를 빛에 가까운 속도로 움직여 다양한 파장과 광도의 빛을 생산하는
    '빛 공장'이다. 이 빛을 활용하면 일반 현미경으로는 볼 수 없는 미세한 세포와 금속물질의 움직임과 표면구조, 분자구조를 볼 수 있다.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정기호 교수는 "이 모든 파급효과를 감안하면 방사광가속기는 우리나라 모든 가구당 연간 4만5136원의 혜택을 안겨준다"고 말했다. 국민 전체로 보면 연간 7175억원. 10년 앞서 세운 거대과학이 황금알을 낳고 있는 것이다.

     

    포항방사광가속기 역사는 포항공과대학교 설립과 함께 한다. 1980년대 후반 포항제철(현 포스코) 박태준 회장은 포항공대의 학장을 섭외하던 중 김호길 당시 연암공전 학장을 만나게 된다. 김 학장은 이 자리에서 "나는 대학 총장보다 가속기연구소 소장이 되는 것이 꿈이다"라고 말했다. 방사광가속기가 과학기술발전의 필수장비라는 사실을 알게된 박 회장은 김 학장에게 "포항공대를 성공적으로 개교하면 이 연구소를 지어주겠다"고 약속했다. 포항공대가 첫 신입생을 모집한 1986년 김 학장은 우수 학생 유치에 성공하고 박 회장은 약속을 지켰다.

     

     

         포항시 포항공대의 포항가속기연구소. 둘레 280m의 원통 주변으로 복잡한 기계장치들이 우산살 모양으로 펼쳐져 있다. 원통은 전자(電子)를 빛의 속도로 달려가게 만드는 방사광 가속기. 여기서 모든 사물을 꿰뚫는 빛이 우산살처럼 펼쳐진 직선 빔라인(beam line)들로 뿜어져 나온다. 이 빛으로 비아그라보다 뛰어난 신약을 개발하고, 현미경으로도 찾아낼 수 없는 반도체 칩(chip)의 불량을 집어낸다. 조선 강국의 자랑거리인 결점 하나없는 강판도 여기서 출발했다. 과학기술 한국을 이끄는 '빛의 고속도로'이다.

     

     경북대 생명공학부 강범식 교수는 "모니터에 점이 보이죠. 단백질에 360도 돌아가며 빛을 쏘고 그때 나타난 점들을 맞춰 구조를 알게 됩니다." 3년 동안 포항공대 내 가속기연구소에서 결핵균의 생존에 필수적인 단백질 구조를 분석하고 있다. 구조를 알면 그에 들어맞는 치료 약물도 만들 수 있다.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항생제 내성 결핵균을 치료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IT산업도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다. 2003년 삼성종합기술원은 쌀알만한 광통신 소자의 불량원인을 가속기로 밝혀냈다. 개발자들은 문제없다고 했지만, 가속기로 꿰뚫어 본 결과 칩 두 장을 붙일 때 기준으로 삼는 십자 표지가 확연히 어긋난 게 나타났다. 이를 통해 광소자 불량률이 70%에서 10%대로 줄었다. 가속기연구소 이흥수 박사는 "당시 쏘나타 자동차 수출로 얻는 한 해 수익만큼의 이득을 얻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한국 조선의 자랑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도 가속기 덕분이다. 포스코는 2001년 LNG운반선에 들어가는 철판에 0.1㎜보다 작은 불순물이 들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 확인하지 않고 그냥 배를 만들었다간 자칫 LNG가 새나오는 엄청난 재앙을 맞을 뻔한 일이었다. 최근 상용화된 캡슐형 내시경의 미세 부품이 가속기에서 나오는 빛으로 깎아 만든 것이라든지, 통증 없이 주사를 놓을 수 있는 미세 바늘도 마찬가지다. IT와 BT(생명공학), NT(나노테크놀로지)에 이르기까지 모든 첨단 기술에 빛을 준 것이다.

     

    가속기는 65만1049㎡(20만평)면적에 들어서 있으며 사용된 전선만 6730㎞다. 전자를 빛의 속도로 가속시키는 데 들어가는 전력은 2.5기가전자볼트. 1볼트 건전지 한 개 길이가 5㎝이니 건전지 25억개를 12만5000㎞ 직선으로 연결해야 가능한 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쇳덩어리들의 직선 오차가 ㎜ 단위도 허용되지 않을 만큼 초정밀계측과 제어가 필요하다. 덕분에 엄청난 산업 파급효과가 발생했다. 정밀측량기술은 한국 인공태양 KSTAR와 남해대교 건설에 이용됐다. 전자를 가속할 때 짧은 순간에 엄청난 전력을 집중해야 한다. 이 기술은 공장에서 나오는 미세오염물질을 붙잡는 데 활용됐다.

     

     

    세계적인 과학기술연구소인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는 지난해 포항공대에 아시아 분원을 세우기로 잠정 합의했다. 기초과학이 뛰어난 일본이나 인도 및 잠재력이 큰 중국도 대상 후보였지만, 포항가속기연구소를 들러 본 다음 한국으로 결정했다고 한다.

     

    방사광가속기 성공으로 국내에는 다양한 가속기들이 들어서고 있다. 의료용 전자가속기는 전국적으로 100여 대, 기업에는 산업용 전자가속기가 30여 기 가동 중이다.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를 만드는 양성자 가속기도 들어섰다. 경주에는 또 국내 최대 출력의 양성자가속기가 건설 중이다. 양성자는 전자보다 1800배나 무거워 물질에 충돌시키면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성질도 바꿀 수 있어 신소재 개발과 암 치료에 활용될 수 있다. 대통령 공약인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에는 탄소입자를 가속하는 중이온가속기가 들어설 예정이다.

     

    박남훈 가속기연구소 부소장은 "올해부터는 1000억원을 들여 전력 세기를 3기가전자볼트로 업그레이드한다"며 "실험기간을 지금의 절반으로 줄일 수 있는 명실상부한 세계최고의 방사광가속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電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시킨 다음, 여기서 나오는 빛 에너지를 이용해 생명체의 구조를 분석하고 반도체 칩이나 철강재 내부의 결함을 찾아내는 실험장치. 기초과학 연구 외에 산업적 가치가 막대해 세계적으로 포항 방사광 가속기와 같은 수준의 가속기 17기가 운영 중이며, 12기가 새로 건설 중이다.스가동에 들어 갔다. 
    지난

    거대강입자가속기(LHC)는 50에서 150미터 정도의 깊이에 위치한 27킬로미터의 3미터 직경의 원형 터널로 이루어져 있다. 이 터널은 예전에는 거대전자-양전자 충돌기(Large Electron-positron Collider, LEP)가 쓰던 공간이었다. 이 터널은 3미터 직경으로 스위스와 프랑스국경을 통과하고 있고, 대부분 프랑스안에 포함되어 있다. 충돌기는 지하에 위치하고 있고, 충돌기 위 지상에 있는 많은 건물들은 압축기, 통풍시설, 전자제어, 플랜트 냉각등 보조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충돌기 터널에는 양성자
    빔을 운반하는
    2개의 파이프가 들어있으며, 각 파이프는 액체 헬륨으로 냉각되는 초전도 자석으로 둘러싸여있다. 2개의 파이프에서 나온 양성자 빔은 서로 터널의 정반대 방향으로 향하게 된다. 여러개의 추가 자석들은 빔이 4개의 교차점으로 가도록 빔을 조정하는 역할을 하며, 이 교차점에서 입자들 사이의 상호작용이 일어나게 된다.

     

    LHC 실험의 첫째 목표는 '신(神)의 입자'로 불리는 힉스 입자(Higgs Boson)를 찾는 것이다.  표준모델은 물질을 6종류의 쿼크와 6종류의 경입자, 힘을 매개하는 4가지 입자, 그리고 힉스입자로 구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힉스 입자'의 발견은 '왜, 특정 소립자들은 질량을 갖는 반면 어떤 소립자들은 질량이 거의 없거나 전혀 없는가?' 에 대한 질문에 답을 주리라 생각한다.  힉스입자는 입자의 질량을 결정하는 입자로 빅뱅 직후 존재하다가 질량을 갖게 하는 특성을 다른 입자에 남기고 영원히 모습을 감췄다. 과학자들은 이번 실험을 통해 빅뱅이 재현되는 순간 검출기에 나타나는 파편 등의 궤적을 통해 힉스입자가 생성됐는지 확인하게 된다. 이 힉스입자가 발견되면 이 세상 모든 물질이 질량을 갖게 된 이유가 밝혀지는 것으로 물리학 전반에 걸쳐 커다란 변혁이 일어날 것으로 과학자들은 보고 있고, '힉스 입자'가 발견되지 않을 수도 있는데, 이 경우 '표준 모형'은 새로운 이론으로 대체돼야 할 것이다.    

     

    우주의 75%와 20% 정도를 차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정체가 밝혀지지 않고 있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 탐색 등이다. 천체물리 관측 자료에 의하면, 우리가 알고 있는 '보통' 물질로 구성된 천체들은 우주 질량의 약 4%에 불과하다. 나머지 우주 질량의 약 96%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로 구성되어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LHC' 실험에서는 암흑 물질을 구성하는 소립자들이 새로 발견될 것으로 기대된다.
    LHC는 세계 최대의 입자가속기로 앞으로 137억년전 우주를 탄생시킨 빅뱅(대폭발)을 재현하는 실험을 할 예정이다. 현대 물리학에 기초한 우주론에 의하면 우주가 초기에는 아주 작은 한 점에서 시작해 급격히 팽창한 후 서서히 식어가면서 물질 입자들이 분리되어 현재의 우주가 구성되었을 것이라고 한다. 이 이론을 '빅뱅' 이론이라고 하며, 우주 '배경 복사' 등의 관측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2개의 양성자 빔을 LHC 원형터널에서 서로 반대 방향으로 빛에 가까운 속도로 가속시킨 뒤 강력한 초전도 자석들로 4개의 대형 검출실로 유도, 충돌시키는 것이다. 두 개의 양성자 빔이 충돌하는 순간, 짧은 순간 초고온, 초고밀도 상태가 되어 초기 우주 상태와 근접한 상태가 만들어 진다. 거대한 폭발을 통해 우주를 탄생시켰던 빅뱅 당시의 상황을 연출하여 우주탄생의 비밀에 다가가게 해줄것을  CERN의 과학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유럽원자핵연구소(CERN)은 이번 실험을 위해 LHC를 이루는 8개 구역을 영하 271℃(절대온도 1.9K)로 냉각시켜 우주 외곽의 환경을 만들고, 1천600개나 되는 초전도 자석들의 전기시험을 했으며 각 구역의 회로들과 각 구역 자체에 동력을 공급, LHC 전체가 하나의 통합된 기계로 작동할 수 있도록 했다. 과학자들은 앞으로 수주일에 걸쳐 양성자 빔 발사 실험을 통해 실험 장치의 이상 유무를 확인한 뒤 두 개의 양성자 빔을 동시에 다른 방향으로 발사하는 작업을 거쳐 올 연말께 본격적인 충돌 실험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광속에 가까운 두 양성자 빔이 충돌하게 되면 앨리스(ALICE)와 아틀라스(ATLAS), CMS, LHCb 등 4개의 검출실에 설치된 초정밀 검출기들을 통해 수 억개의 충돌 파편들을 모니터하고 추적하게 된다. 

     

      망원경으로 사물을 보려면 그 사물에 충돌하는 빛이 있어야 한다.  LHC는 빛 대신 주로 원자핵을 이루는 입자인 양성자를 사용한다. 즉, 양성자를 사물에 충돌시켜서 그 사물을 '본다'. 그런데, 우리가 LHC를 이용해서 보고 싶은 것은 양성자 안에 들어 있다. 그래서 LHC 양성자와 양성자를 정면 충돌 시킨 후 나타나는 현상을 살펴보는 것이다. LHC에서 양성자 들은 엄청나게 세게 충돌한다. 물리학적으로 표현하면 충돌의 에너지가 크다. 이 충돌 에너지 때문에 양성자는 그 구성 성분들인 쿼크(quark)나 접착자(gluon, 강한 핵력을 매개하는 입자로서 쿼크들을 묶어주는 역할을 한다)들로 부서진다. 충돌에너지가 커질수록 양성자를 깨뜨려 그 안의 소립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에너지도 커진다. 높은 에너지의 소립자들은 지금까지 우리들이 여태 보지 못했던 상호작용을 통해 새로운 현상을 보여줄 수 있다. 이는 마치 망원경의 해상도가 좋아져서 예전에 흐릿하게 보이던 상을 매우 선명하게 볼 수 있는 것과도 같다. 높은 해상도는 높은 에너지를 요구한다.    

      과학자들은 LHC에 큰 기대를 가진 이유는 이 기계가 전대미문의 에너지로 양성자를 충돌시키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의 그 유명한 공식 (E = mc2) 덕분에 에너지는 항상 질량과 등가의 관계에 있다. LHC 이전의 최대 설비였던 미국의 테바트론(Tevatron)은 양성자를 자기 질량의 약 1천배 정도 되는 에너지로 충돌시켰다. LHC는 서로 반대방향으로 가속하는 양성자가 각각 자기 질량의 7천배나 되는 에너지로 충돌하기 때문에 전체 충돌에너지는 양성자 질량의 1만 4천 배에 이른다. 이 정도의 에너지면 양성자를 깨뜨림은 물론 그 안의 소립자들에게 양성자 질량의 1천 배가 넘는 에너지를 안길 수 있다. 과학자들은 오랜 세월 연구를 통해 소립자들이 양성자 질량의 1천 배가 넘는 에너지로 충돌하면 소립자 물리학의 신세계를 열어 주리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이 정도의 에너지는 빅뱅 직후 약 1천억 분의 1초가 지난 우주의 에너지와도 같다. 그러니까 LHC는 여지껏 흐릿하게 가려져 있었던 우주의 과거를 보다 높은 해상도로 선명하게 보여주는 망원경이다. "근본적인 것을 추구하고 주어진 경계를 넘으려는 인류의 도전은 그 자체만으로도 중요하고도 보람 있는 일이지만, LHC에 우리나라 과학자들이 일부 참여하긴 하지만, 많이 뒤쳐져 있는 것이 아쉽다".

     

    한 마디로 이 기계는 원자보다 수천수만배 작은 극소립자를 빛의 속도에 근접하게 가속하다가 끝내는 충돌시키고, 그 충돌을 관측하는 기계다. 이런 종류의 입자가속기는 생각보다 많은 곳에 있다. 우리나라 포항공대에 상당한 규모의 입자가속기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LHC가 다른 입자가속기와 확실히 구분되는 점은 그 압도적인 규모와 성능에 있다. 입자가속기나 천체망원경 같은 물리학 관측기구는 성능이 대단히 중요하다. 성능이 반절밖에 안되는 망원경을 가지고 두 배 열심히 연구해봐야 안보이던 별이 보이지 않는다.  

    작은 입자가속기로 고입자를 수억 수조번 충돌 시켜도 큰 가속기만 깰 수 있는 소립자가 깨지지 않는다. 물리학과 천문학이 언제나 더 크고 비싼 장비를 원하는 이유이며, 어제까지 과학연구의 총아로 취급받던 장비가 오늘은 골동품이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LHC는 그 규모로 볼 때 적지 않은 기간동안 물리학의 총아로 각광받을 것 같다. 당분안 LHC를 능가하는 입자가속기가 등장할 계획이 없을뿐더러 아직까지 인류의 지식이 더 뛰어난 가속기가 필요할 정도로 확장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LHC는 힉스입자나 암흑에너지 같은, 현대 물리학 최전선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을것으로 보인다.

    이 거대한 입자가속시설이 가진 또 하나의 특징은, 입자 충돌실험 외에는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것이다. LHC는 짓는데만 우리나라 돈으로 약 2조 7천억원을 잡아먹었다. 이 기계를 가동하고 유지하는데 얼마가 더 쓰일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이 기계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아무도 가본 적 없고 갈 수도 없는, 너무 작거나 너무 먼 곳에 대한 알아먹을 수 없는 공식을 만들어내는 것 뿐이다. 
     

    LHC는 27km의 양성자 빔라인(beam line)을 따라 곳곳에 양성자가 충돌하는 지점이 있고, 그 충돌지점에는 엄청난 크기의 입자검출기가 설치되어 양성자가 정면충돌한 결과 어떤 입자들이 어떻게 새로이 생겨났는지를 생생하게 볼 수 있다. LHC에는 우리눈과 같은 6개의 검출기가 설치되어 있고, 그 중에서 ATLAS(A Toroidal LHC Apparatus)와 CMS(Compact Muon Solenoid)가 다목적의 대규모 검출기이다. ATLAS는 길이가 46m, 높이 25m에 무게는 7천톤이다. CMS는 ATLAS보다 약간 작지만 무게는 두 배 가까이 더 무겁다. 물론 ATLAS는 지금까지 만든 입자검출기 중에서 가장 크다.   

    LHC 같은 충돌기에서 또 하나 중요한 요소는 충돌하는 빔의 밝기(luminosity)이다. 대략적으로 말하자면 빔의 밝기는 매초마다 가로 세로 1cm의 넓이를 지나가는 양성자의 개수이다. LHC의 빔 밝기는 1034(1조의 1조의 100억 배)로서 사상 최대다. 반면, 과학자들이 LHC의 시험을 통해서 얻고자 하는 '약한 핵력의 반응'이 날 확률은 굉장히 낮다. 

                                                                                                             [빅뱅 관련 사진]

       LHC는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물리이론을 실험하는 장치지만 실험과정에서 블랙홀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독일 에버하르트 칼스대의 화학자 오토 로슬러 교수 등 일부 과학자들은 LHC 실험으로 미니블랙홀이 생성되고 이 블랙홀이 지구를 집어삼킬 수 있을 정도로 커질 수 있다며 유럽인권재판소에 가동 중지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앞서 지난 3월에는 미국의 전직 교사 월터 와그너 씨 등 6명이 하와이 연방 지방법원에 안전성이 확인될 때까지 LHC 가동을 막아야 한다며 소송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견해는 LHC 실험에서 미니블랙홀이 만들어질 수는 있으나 절대 위험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서울대 물리학과 김수봉 교수는 "LHC에서 블랙홀이 만들어질 가능성은 있으나 그렇다 하더라도 그 크기가 매우 작은 블랙홀이 될 것"이라며 "아주 작은 블랙홀은 호킹방사에 의해 매우 짧은 시간에 사라지기 때문에 위험하지 않다"고 말했다. LHC 실험은 표준모델의 최종 검증이라는 의미와 함께 암흑에너지ㆍ암흑물질의 실체, 중력과 전자기력, 강력,약력 등 자연계의 모든 힘을 하나의 이론으로 설명하는 대통일이론의 실현 가능성까지 탐색하고 있어 그 결과에 따라 21세기의 물리학 방향은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피터 히터 교수  

      김수봉 교수는 "LHC 실험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1년 정도의 검출기 시험을 거쳐 3~4년 안에 힉스입자가 발견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6~7년 후까지 힉스입자가 발견되지 않는다면 표준모델이 틀렸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현대 물리학이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006년 10월 CERN과 협력협정을 체결해 국내 연구 참여자들을 지원해 왔다. 올해부터 CERN 협력사업 예산을 지난해에 비해 12억7천만 원의 2배가 넘는 30억 원 수준으로 늘리는 등 앞으로 CERN과의 협력을 계속 확대해 나갈 계획으로 알려졌다. LHC가 정상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하면 우리나라를 포함해 80개 국가 7천여 명의 과학자들이 LHC에 접근하게 된다.  

    <신의 입자를 찾아서>의 저자인 고등과학원 물리학부 이종필 교수는 LHC에 대해 "세계 이목을 집중시킨 LHC 가동을 바라보면서, 미지의 세계를 들여다 보는 최고의 관측장비로써 자연현상을 바라보는 인류의 시계가 더 확장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60년간 한국은 급격한 경제성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경제강국에 어울리는 품격 있는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인류가 소중하게 지켜야 할 문화유산이라고 할 수 있는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이제부터라도 품격을 갖춘 대한민국을 만들려고 한다면, 우리가 가장 먼저 눈길을 돌려야 할 곳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 기초과학의 육성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바로 LHC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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