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따뜻한 밥으로 나눔의 홀씨를 퍼뜨리다
이 사람이 사는 법②-2년째 장안공원 노인 무료급식 이상용,김순희씨 부부
2009-04-06 12:51:29최종 업데이트 : 2009-04-06 12:51:29 작성자 : 시민기자   권일지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소명을 지니고 태어난다. 그 소명을 깨달았을 때,어떤 형태의 삶을 살아도 후회가 없다. 이상용, 김순희 부부는 그 소명을 알았다. 매주 금요일과 일요일-이상용,김순희씨는 무료급식차를 몰고 화서동 장안공원으로 나선다. 벌써 2년을 훌쩍 넘긴 일이다. 

따뜻한 밥으로 나눔의 홀씨를 퍼뜨리다_1
따뜻한 밥으로 나눔의 홀씨를 퍼뜨리다_1

무의탁 노인을 보면 마음 아팠던 일, 중요한 계기 돼 

이상용, 김순희씨는 기독교 신자다. 두 사람에게 종교는 실천적인 삶을 살게 하는 중요한 계기를 주었다. 마음 깊이 우러나는 '섬김'의 정신이 의지할 곳없는 노인들에게 그대로 전이되었기 때문이다. 

"길을 가다 폐지를 줍는 분들, 무거운 물건을 든 어르신들을 보면 마음 한구석이 그렇게 아려올 수가 없어요. 제 핏속에 노인들을 모시라는 그 어떤 세포가 숨어있는 것만 같아요. 왜 그렇게 마음이 아픈지.." 

10년전,우연히 무의탁 노인 한 분을 모시게 되면서, 부인 김순희씨는 이 분들을 위해 생을 바치겠노라 결심했다고 한다.
"해 드리는 게 없었는데도 저만 가면 그렇게 좋아하시고..  오려고 하면 손을 잡고 놓지를 않으셨어요. 가지 말라고, 가지말라고 그렇게 애처롭게 손을 잡으시고.."

노인들에게 마음의 끈을 놓치 않는 일,진정한 소통의 시작 

그래서 두 사람이 시작한 것이 노인 무료 급식 봉사다.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도 몰랐다. 의욕 하나로 열심히 시작했던 것이 평강교회(화서동소재) 이규희 목사와 이무웅 선교사를 만나고서부터 꽃을 피웠다. 

"우리 사회에 굶주리는 사람이 의외로 많습니다. 특히 노인들은 자식에게 짐이 되기 싫어서 끼니 때만 되면 의도적으로 외출하는 분들이 많아요. 장안공원에 오시는 어르신들도 그런 분들이 대부분이고요." 

처음에는 알음 알음으로 찾아오던 노인들이 요즘엔 친구따라 오기도 하고 지나가다 우연히 들르기도 한다. 특히 금요일에는 150명에서 200명 가까운 노인들이 장안공원을 찾아 정례화된 행사로 자리잡았다. 그 중에는 노숙자나 생활고가 심한 사람들도 간간히 눈에 띈다. 어쩌면 사회복지정책의 사각지대를 이 두사람이 조금씩 메워가고 있는 지도 모른다.

"맛있게 드시는 걸 보면 그렇게 마음이 좋을 수가 없어요.지난 주에 오셨는데,이번주에 안 오신 분들이 계시면 어디 안 좋으신가해서 걱정도 되고요. 안 보이시는 분들 중에는 돌아가신 분도 계시고 그래요.." 
백 여명의 식사를 챙기면서도 오시는 분들의 얼굴과 건강 상태까지 꼼꼼히 챙기는 김순희씨. 영락없는 봉사자의 모습 그대로다.  

따뜻한 밥으로 나눔의 홀씨를 퍼뜨리다_2
따뜻한 밥으로 나눔의 홀씨를 퍼뜨리다_2

어려운 여건이지만 온 가족이 노인 섬김에 마음 모아 

건설업에 종사하는 남편 이상용씨 또한 일찌감치 이 일에 뜻을 세웠다. 겨울에는 장안공원에서 식사하시는 노인들이 불편할까봐 25인승 승합차를 손수 구입했다. 장안공원에 노인들이 모이면,화서역 부근의 평강교회까지 승합차로 몇 번이고 오가면서 식사를 대접한다. 

제 식구 챙기기도 어려운 요즘같은 시기에 배고픈 노인들을 위해 쌈짓돈을 내 차량까지 구입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을 터- 교회 건물은 겨울철 급식소 대신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공과금을 몇 달째 못 내고 있을 정도로 경제적인 어려움도 있다. 그러나 배고픔과 적적함에 시달리는 노인들을 생각하면 마음은 또다시 장안공원으로 향한다. 
 
이상용씨가 장을 봐 주면 김순희씨는 급식 전날 저녁부터 식사를 준비한다. 두 사람은 100명을 훌쩍 넘기는 대식사를 챙기면서도 재료 하나 쌀 한 톨도 소홀히 해 본 적이 없다고 한다.
내 식구가 먹는 밥과 똑같다고 생각하고 정성에 또 정성을 더하니 오는 분들이 집밥과 똑같다고 생각할 수 밖에. 고2가 된 아들도 힘든 사람을 보면 그렇게 도와주기 좋아한다고 한다. 이 가족에게는 '봉사'라는 또 하나의 DNA를 타고 났다.

깨어있는 동안 봉사하여라,살아있는 동안 행복하여라 

현재 장안공원 무료 급식 봉사는 교회의 교우 몇 명과 이상용, 김순희씨가 도맡아하고 있다. 방학 기간에는 신학교 학생들이 자원봉사를 해 주어 그나마 숨통이 트이지만, 평소에는 일손이 턱없이 모자란다. 

"그래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끝까지 할 겁니다. 우리 부부에게 자그마한 소원이 있다면요 오고 갈 데 없는 노인들이 편히 쉴 수 있는 작은 요양원을 나중에라도 마련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겁니다." 가깝지만 먼 미래를 밝히는 이상용씨의 표정이 밝다. 

"참다운 나눔이란 안 쓰고 나눌 때에 있어요. 여유있을 때 나누려다 보면 봉사나 희생과는 거리가 먼 삶이 되지요." 사람은 누구나 똑같은 심장을 가지고 태어난다. 그러나 살아가면서 그 심장이 호흡하는 공기는 각자 달라진다 가진 것을 모두 나눠주고 납덩이 심장을 남겼던 동화 속 행복한 왕자처럼, 살아있는 한 봉사하겠다는 이상용 김순희 부부에게서 희망의 호흡을 느낀다.

 

 

 

 

권일지, 무의탁노인, 이상용, 김순희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