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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 그리고 '축구공 하나'
2009-09-28 09:19:41최종 업데이트 : 2009-09-28 09:19:41 작성자 : 시민기자   장지현

내가 그 아이를 처음 본 것은 지난 2007년 학교를 잠시 휴학하고 성균관대학교에서 아르바이트를 막 시작하였을 때였다. 
나의 출근길이나 퇴근길 혹은 잠시 심부름을 나서는 길에 종종 마주치는, 항상 하얀색의 축구 유니폼에 축구화, 그리고 축구공과 함께 하고 있는 아이. 이것이 내가 아는 그 아이의 전부였다. 
어쩌면 애초에 그 아이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그 누군가에게 관심을 쏟아부을 여유 따위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 당시에는 현실을 도망치듯 선택한 휴학이기에 남은 졸업과 막막한 미래가 나에게 가장 우선이었으니깐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마주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내 의도와 상관없이 그 아이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했다. 아니, 나도 모르게 그 아이에 대한 호기심이 조금씩 생겼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다른 또래 남자 아이들 같으면 점심을 먹은 후 운동장에서 축구공, 그리고 친구들과 뒤엉켜 있을 시간에 그 아이는 어울리지 않는 대학교 운동장 또는 공터에서 혼자 벽을 향해 축구공을 차고 있었다. 마치 자신만의 경기를 중계라도 하듯 끊임없이 큰소리로 패스와 골인을 외치면서 말이다. 
그렇게 난 그 아이가 나와는 조금 다른, 자신만의 세상을 가진 아이라는 것을 알아갔다. 이러한 사실들을 알고 난 후 나도 모르게 그 아이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이 점점 사라져갔다.

그리고 다시 현실과 마주하기 위한 복학을 준비하고 아르바이트를 끝내가던 무렵, 학생회관 근처 공터에서 우리는 다시 마주쳤다. 쌀쌀한 날씨임에도 점퍼 하나 걸치지 않고 지난번 마주쳤을 때에 비해 긴팔 유니폼 하나만 바뀌었을 뿐 여느 때와 다름 없던 아이. 달라진 것이 있다면 벽을 향하던 공이 한 중년 남성을 향해 바뀌었다는 것과 쉴새없이 떠들던 입은 공을 차는 진지함 속에 굳게 다물어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 모습을 무심히 바라보고 있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 아이는 어쩌면 자신의 하나뿐인 친구였던 축구공과 자신이 공을 차면 똑같이 자신을 향해 공을 차주는 사람들 대신 항상 자신이 찬 속도만큼 그대로 공을 되돌려주는 차디찬 시멘트 벽을 친구로 삼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 아이도 우리처럼 그리고 나처럼 외로워하고 있다는 생각. 이렇게 난 그 아이가 나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갔다. 

외로움의 계절인 가을이 찾아오는 문턱에서 오늘도 습관처럼 '외롭다. 외롭다'라고 읊조리다가 문득 이 아이가 떠올랐다. 
외로움이란 인간이 느끼는 수만가지 감정 중에 고작 하나일 뿐인데, 이 외로움이 때로는 내가 소유하고 있는 감정의 전부인 것 같이 느껴질 때가 있다. 
하지만 '외로우니깐 사람이다'라는 정호승님의 시처럼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외로움 하나씩은 가슴에 간직하고 산다. 그 외로움이 누구를 향했건 그리고 무엇을 향했건 그것은 중요치 않다. 
우리에겐 그 아이의 축구공처럼 각자에게 자신의 외로움을 채워줄만한 그 무언가가 하나쯤은 있을테니 말이다.

외로움, 축구공, 성균관대학교, 장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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