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첫 이유식 도전기
2011-10-23 09:16:24최종 업데이트 : 2011-10-23 09:16:24 작성자 : 시민기자 정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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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나에게 항상 모든 걸 다 해주시려고 하셨다. 비록 당신이 가지지 못하는 것이 있을지라도 아끼고 쪼개고 모으셔서 결국 내가 원하는 것을 해주셨고 그렇게 나도 이제 나의 자식에게 모든 걸 해주려고 한다. 거금을 주고 구입한 이유식기 아기에게는 헌신적이지만 이런저런 기계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남편에게는 굳이 알리지 않고 후딱 결제를 마쳤고 며칠 후에 도착한 듬직한 이유식기. 크기는 믹서기 정도였고 무게는 꽤나 묵직하였다. 작동원리가 이유식의 재료가 되는 식자재를 우선 삶아주고 그리고 죽형태로 먹기 좋게 만들기 위해 믹서기와 동일한 날이 달려있어 바로 갈아주는 형태였다. 그래서일까 쉽게 용기를 열고 닫지 못하도록 안전장치가 잘 되어 있었고 여자의 힘으로 열기에는 힘든 점이 있었다. 잠시 기계를 구경하고 조리법이 담긴 책자가 같이 왔길래 이리저리 구경하고 있는 와중에 우리아들이 깨서 달래주고 재우기를 반복하면서 오늘은 꼭 너를 위해 맛있는 이유식을 만들어 주리라고 다짐하였다. 집에 있는 식자재를 살펴보니 아기들이 소화시키기 좋은 바나나가 있길래 그럼 바나나죽을 만들어보자고 마음먹고 바나나 이유식이 있는지 조리책을 살펴보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브로콜리이유식이나 오이당근 이유식 등과 같은 종류의 것들만 있어서 첫 이유식을 도전함에 있어 나의 창의력을 100% 발휘하여 그냥 생각나는대로 맘이 이끄는대로 이유식 만들기에 도전하였다. 삶기 좋은 형태로 썰어놓은 바나나 우선 바나나 껍질을 벗기고 작은 형태로 자른다음 이유식기에 넣고 삶기 시작하였다. 원래 물기가 많은 과일인지라 바나나의 과육은 조그맣게 줄어들고 물기가 배어나왔다. 브로콜리 이유식의 조리법을 참조해보니 12분을 삶으라고 하였지만 12분까지 간다면 바나나가 하나도 남아날 것 같지 않아 5분이 지난 후 삶기기능을 멈추고 이유식기를 아래위로 뒤집어 믹서기 기능을 작동하였다. 원래 연한 과육은 삶기까지 하였으니 한순간에 물과 같은 형태로 변해버렸고 믹서기능을 멈추고 나서 그릇에 바나나이유식을 받아내니 마치 죽같은 형태의 첫 바나나이유식이 탄생하였다. 처음으로 만들어 본 이유식(?) 내생애 첫 이유식이라는 감동을 느끼기도 잠시 어디선가 흐물흐물 올라오는 악취에 코를 쥐게 되었는데 그건 다름아닌 바나나이유식에서 나는 냄새였고 도저히 우리아들에게 먹일 수는 없을 것 같아 재빨리 수채구멍에 첫 이유식을 버리고 말았다. 기존에 검증된 조리법이 아닌 나만의 레시피로 도전했으니 그럴만도 하겠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아닌 결과물이 나왔다. 나의 이 폭발하는 창의력 때문에 우리아들이 겪어야 할 고통이 앞으로 계속 되면 안될 터인데.. 걱정이 크다. 아무튼 모든 것을 해주고 싶은 우리 아들. 이제 이유식기도 샀으니 영양가있고 맛있는 거 많이 해줄테니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라주렴. 연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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