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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사진 찍기 참 힘들었어요
2011-10-24 22:04:19최종 업데이트 : 2011-10-24 22:04:19 작성자 : 시민기자   정주현

요즘 나의 관심사는 이제 막 태어난 지 120일을 넘긴 우리아들 태성이한테 온통 쏠려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아침에 눈떠서 기저귀 갈기부터 시작하여 분유타서 먹이고 트림시키고 재우고 잠시 젖병 씻고 한숨 돌릴만하면 또 깨어나서 같이 놀아야 하고 잠시 졸릴만하면 책읽어줘야 하고 모든 나의 일거수일투족이 태성이와 함께하게 맞추어져 있다. 

그래서 힘들기도 하지만 또 녀석이 한 번 웃어주면 그것으로 힘든 것을 잊고 또 무엇을 해줘야 하나 매일 생각하게 된다. 오늘은 바로 나의 관심사 태성이의 100일 사진 촬영하는 날이었다.

아침부터 무슨 옷을 입히고 스튜디오로 데려가야 하나라는 생각에 이옷 저옷 가져다가 태성이 얼굴과 맞춰보고 부산스럽게 목욕을 시키고 우유를 먹이고 잠시 재웠더니 벌써 오전이 훌쩍 지나가고 있었다. 

100일 사진 찍기 참 힘들었어요_1
100일 사진 찍기 참 힘들었어요_1


출근한 남편은 오후에 반차를 쓰고 오기로 했고 스튜디오는 오후2시에 예약되어 있으니 빨리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마음이 급했다. 그래서 정작 오랜만에 하는 외출인데도 꾸밀 새도 없이 대충 세수만 하고 머리는 질끈 동여 묶고 옷을 갖추어 입었다.

정확히 오후1시가 되자 남편이 문을 열고 들어왔고 이제 가까스로 출발 준비를 마친 난 의기 양양하게 빨리 출발하자고 외쳤지만 갑자기 어디선가 들려오는 태성이의 신음소리. 바로 태성이가 또 큰 것을 본 것이었다. 

정말이지 울고 싶었지만 빨리 뒷수습을 하고 약속된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서둘러 스튜디오로 향했다. 광교산 인근에 있는 스튜디오는 집에서 생각보다 멀었고 늦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달려가니 겨우 약속시간을 지킬 수 있었다.

스튜디오에서는 직원 분들이 반갑게 우리부부와 태성이를 맞이해 주셨고 굳은 날씨였지만 스튜디오 안은 밝고 따뜻했다. 얼른 예쁜 사진 많이 찍어서 시댁에 보내드리고 싶은 마음에 빨리 옷 갈아입기 위해 애기 옷이 걸려있는 곳을 구경하였다. 

그러자 직원분이 우선은 누드촬영부터 할 거라서 옷은 나중에 선택하셔도 된다고 하셔서 약간은 머쓱한 기분으로 첫 촬영에 임했다. 누드라고는 하지만 다리에는 토시를 착용하고 머리에는 모자를 썼기에 세미누드에 가까웠다. 

100일 사진 찍기 참 힘들었어요_2
100일 사진 찍기 참 힘들었어요_2


스튜디오에 정해져 있는 대표적인 포즈 같았는데 100일 아기만한 인형 옆에 아기를 앉히고 중요한 부위는 공으로 가리고 찍는 포즈였는데 아직까지 허리에 힘을 줘서 정확하게 앉는 것이 어려운 태성이에게는 꽤나 벅찬 포즈였다. 그래서 한 컷 찍고는 고꾸라지고 또 고꾸라지고 그렇게 힘을 쓰다보니 웃는 표정은 나올 수가 없었고 결국 엎드리는 자세로 전향하였다.

엎드려서 태성이를 부를 때 머리를 세우면 그때를 노려 찍는 포즈였는데 이것 역시 기분이 심히 좋지 않은 상황이어서 그런지 머리는 들지만 웃지 않는 상태가 지속되어 직원 분께서 잠시 쉬었다 하자고 권유하셔서 분유를 먹이고 잠시 재우기로 하였다.

집에서 나오기 전에 먹었지만 분유는 너무나도 잘 먹었고 또 먹자마자 잘도 잤다. 기분이 나아지려나 조심조심 재우고 나서 다시 촬영에 임했지만 또 카메라 앞에만 앉으면 무표정과 울상으로 지속하여 장장 2시간의 촬영은 결국 좋은 컷을 건지지 못하고 마무리해야만 하였다.

촬영을 위해 오후반차까지 쓴 남편에게 미안하긴 했지만 다시 200일 촬영날짜를 잡고 남편에게 또 하루를 비워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얼마나 공을 들인 촬영프로젝트인데 이렇게 허망하게 끝낼 순 없었다. 

평상시 너무나도 잘 웃는 태성이였지만 오늘만큼은 너무나도 웃는 게 힘들었던 태성아. 비록 오늘은 좋은 사진을 건지기 힘들었지만 200일은 더욱더 꼿꼿이 앉을 수 있게 되어 방긋방긋 웃는 너무나도 예쁜 지금의 모습 많이 남기자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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