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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사랑을 표현하면 살자
2011-10-30 00:16:20최종 업데이트 : 2011-10-30 00:16:20 작성자 : 시민기자   조보경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_1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_1
아침 등굣길이었다. 늦게 일어나서 엄마에게 왜 깨워주지 않았냐고, 짜증을 내고 집을 나섰다. 
우리 아파트 단지를 벗어날 때 쯤, 내 옆에서 엄마와 같이 유치원에 가고 있던 꼬마아이가 갑자기 큰 소리로 "엄마 사랑해!"하고 외쳤다. 
그 뒤에 그 여자아이의 엄마 또한 "응, 엄마도 사랑해."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그때 그 아이의 외침을 듣고, 그저 참 귀엽고 애교가 많은 아이라고 생각했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와서 아침의 그 일이 다시 생각났다. 그러고는 갑자기, 나는 참 사랑을 표현하지 않으며 살았구나.. 라고 느꼈다.

난 친구 생일 때 몇 시간 동안 편지를 쓰고 선물을 준비하고, 친구들에게 좋아해, 사랑해라는 말을 굉장히 자주한다. 그런데 "엄마 사랑해요."라는 말은 정말 가끔, 엄마 생신 때, 혹은 어버이날에 말도 아닌 글로 대신하곤 했다. 집에서 가족에게 그런 말을 하는 것은 괜히 쑥스럽고, 껄끄럽다는 생각은 내 또래의 아이들은 거의 모두 하고 있을 것이다.

가끔 TV프로그램에서 연예인들이 부모님들에게 편지를 쓰면서 종종 '한 번도 말로 한 적은 없는 것 같아요, 부모님 사랑합니다.' 라는 말을 하곤 한다. 다행스럽게 난 살면서 부모님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것도 엄마가 먼저, '딸 사랑해.' 하시면 나도 '사랑해요.' 라고 했을 뿐 내가 먼저 엄마에게 다가가서 한 적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분명히 나는 부모님을 사랑한다. 그 사실은 한 치의 의심도 없이 확실하고 변함이 없는데, 그것을 표현하기는 참 힘이 들다. 그때 그 꼬마아이처럼 사랑한다는 말이 당당하게, 자연스럽게, 자주 나올 수 있다면, 그 가정은 참 행복한 가족들이 있을 것이다.

가족 간에는 연인 사이처럼 밀고 당기기도 필요가 없고 내숭도 필요가 없는데도, 우리는 소중한 친구와 연인들에게, '결국 마지막에 남는 나의 편' 이라는 가족들에게 보다 더욱 사랑표현, 감정표현을 많이 하며 산다. 그러고는 집에 오면 사랑표현이 서툴러진다. 

집은 '세상에서 유일하게 가장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 이라고들 하는데 우리들은 어떻게 살고 있나. 물론 집에 가면 편하게 쉬고 잘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그 편안하고 소중한 공간을 하루 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푸는 곳으로 사용할 때가 많은 것 같다. 학교에서 있었던 기분 나빴던 일을 얘기하고, 잔소리하며, 짜증을 낸다. 

가족들은 그런 것들을 받아 줄 수 있는 존재, 결국 최후에 믿을 사람은 피붙이, 내 마지막 치부까지 보여줘도 부끄럽지 않은 존재로 정의되기도 하는데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최후에 믿을 사람, 마지막까지 나의 편인 가족들에게 더욱 사랑표현이 필요하다고, 더욱 큰 배려와 양보가 필요하다고. 
물론 친구와 연인도 평생 갈 수 있는 동반자가 되기도 하지만, 지금 나와 가장 가까운, 가장 가까이에서 나를 바라보는 가족들은 가치를 매길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하다고.

몇 년 전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나는 처음으로 '심장이 아프다.'는 느낌을 알게 되었다. 이상하게도 나는 시골에 계신 할아버지를 일 년에 서너번 밖에 뵈지 못했고, 뵈러 갔을 때도 딱히 얘기를 한다거나 하지 않았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전화를 받고, 옷을 갈아입고 화장실에 들어섰을 때 갑자기 눈물이 터졌다. 
사고로 돌아가시지도 않았고, 충분히 행복하게 사시다 돌아가셨음에도 할아버지에게 좀 더 살갑게 대하지 못한 것이, 할아버지가 잘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말을 거실 때 어색해서 빨리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 너무 후회되고 가슴이 아팠다.

사람들은 항상 말한다, 늦기 전에, 이미 늦어 버리기 전에 할 수 있는 것들과 줄 수 있는 사랑을 하라고. 나는 이 말에 백 번 공감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이 사실을 알고, 그리고 실천했으면 한다. 
사랑해요. 이 한마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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