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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도를 한다는 것
2011-12-27 23:07:06최종 업데이트 : 2011-12-27 23:07:06 작성자 : 시민기자   조보경

효도를 한다는 것_1
효도를 한다는 것_1

'효도하고 싶다.'라는 생각은 항상 해왔던 것이다. 어릴 때부터 난 부모님에게, 특히 우릴 위해 고생하시는 엄마께 '크면 진짜 효도할게요!'라고 외치곤 했다. 
하지만 정신을 차려보면 난 항상 기대고 떼쓰는 철없는 어린아이일 뿐이었다. 그래도 항상 부모님을 보면 효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이제는 조금 크고 있는 딸이 아닐까 생각한다.

보통 '효도하기'라고 하면 아이들은 설거지 도와드리기, 방청소 하기 등을 생각하곤 한다. 
우리 부모님을 맞벌이를 하시는데 일을 하고 돌아오시는 엄마가 집에서나마 쉴 수 있게 설거지를 해놓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난 초등학교 때부터 설거지를 하고 중학교 때부터 밥을 차릴 줄 알았는데 집안일을 하는 것이 효도하는 것이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다. 더구나 자기 방청소를 자신이 한다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럼 뭐가 효도일까.

부모님들은 아이가 생겼을 때 건강하게만 자라달라고 하신다. 내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병원에서 내가 심장병이 있을 수 있다고 검사를 권유했다고 한다. 
그때 엄마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고 말씀하셨다. 난 부모님의 걱정 속에서 두 번이나 검사를 했고, 다행히도 심장병이 아니라는 결과가 나왔다. 

그 뒤로도 나는 크게 아픈 일 없이 건강하게 자랐다. 내가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것이 효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엄마도 ' 건강해서 다행이야.'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다 올봄에 등교를 하는 길에 꼬마여자아이와 그 아이의 엄마가 내 앞으로 지나가는 것을 봤다. 
내 앞에서 조금 떨어져 걷게 됐을 때 그 아이가 갑자기 큰 소리로 "엄마, 사랑해!"하고 외쳤다. 그러자 그 아이의 엄마도 "응, 엄마도!"하고 대답했다. 난 그것을 보고 괜히 미소가 지어져서 웃다가 문득 생각했다. 
나는 엄마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얼마나 했을까. 언제나 편지에는 '엄마 사랑해요'라는 말을 썼고 그 말은 항상 진심이었다. 

그렇지만 학교가 끝나고 돌아와서는 어쩌면 나보다 더 피곤하신 엄마에 투정부리고 짜증을 냈던 것 같다. 왜 집에서 말로 부모님께 '사랑해요'라고 하기가 괜히 쑥스럽고 어려운 것일까. 
분명히 우리는 알고 있다. 내가 부모님께 사랑한다고 말하면 부모님도 그와 같이 대답해줄 거라고. 항상 더 많이 사랑을 받고 있는 사람은 부모님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라고. 부모님은 나를 사랑하고 나도 부모님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그런데도 왜 우린 그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는 걸까.

그날 엄마가 일을 마치고 집에 오셨을 때, 난 엄마에게 다가가서 "사랑해요!".라고 말했다. 그러면 엄마는 내가 항상 사랑한다고 표현하면 늘 그러셨듯이, "응. 엄마도 사랑해."하고 말하셨다. 
나는 그때,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효도를 찾았다고 생각했다. 아직은 엄마에게 떼쓰고 투정밖에 부리지 못하는 내가, 어쩌면 내 또래의 모든 아이들이, 언제나 그 투정을 받아주고 건강하게 자라라고 말씀 해주시는 부모님께 할 수 있는 확실한 효도는 내가 가진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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