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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은 마침이 아니라 시작이다
2013-01-15 12:23:25최종 업데이트 : 2013-01-15 12:23:25 작성자 : 시민기자   이선화

2월에 중학교를 졸업하는 아이가 벌써부터 졸업 겸 입학 선물 타령이다. 따지고 보면 벌써라는 표현도 맞지 않을성 싶다. 졸업식이라고 해야 한달도 안남았으니 아이가 졸업선물 노래를 부르는 것도 틀린건 아니다.
나는 개념조차 잘 모르는 4G 스마트폰부터 시작해 이것저것 챙기는 모양새를 보니 이번에야말로 그냥 넘어가기 어려운 것 같아서 나도 단단히 방어 준비를 하고 있다.

잘못 '말려들' 경우 큰 돈이 들어갈수도 있으니 살림하는 주부로서 아이의 과욕을 아무 부작용 없이 꺾을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가 졸업 선물 타령을 하면서 단단히 벼르고 나선 이유는 3년전 초등학교 졸업 당시에는 경제적으로 여의치가 못해 대충 때웠기 때문이다. 그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아이이기에 집이 좀 나아졌다 싶은걸 간파 했는지 요즘은 눈만 뜨면 나와 남편에게 매달린다.

아이의 졸업 선물 타령을 들으면서 한편으로는 그런 기대감이라도 가지며 행복해 하는 모습이 부럽기도 했다. 우리 어릴적에는 참 어려웠기 때문이다.
졸업때 학교에서 주는 교육감상 이런것을 받고 부상으로 영어 사전 하나 받으면 그 자체로 대단한 선물이 되던 시절이었다. 부모님으로부터 졸업선물이라는 걸 받아본 적이 없다.

내게 가장 추억에 남는 졸업식은 1980년도에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 졸업식이었다. 교가를 부르다가 여기저기에서 터져나오는 울음소리. 식장 안에서 아이들의 흐느끼는 소리가 가슴을 울린다. 
선생님도 학부모들도 모두 눈물을 흘렸다. 정든 교정들과 영영 이별을 한다 생각하니 한없는 슬픔이 밀려와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초상집을 방불케 하였던 과거의 아름다운 졸업식이었다. 
6년간 가르쳐주신 선생님께 감사의 절을 올리고 친구들과 함께 서로 위로하며 울었던 추억. 

졸업의 의미를 되새길 때 늘 음미하는 시가 만해 한용운님의 '님의 침묵'이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라는 만해의 싯구를 떠올리며 졸업 시즌을 맞이했었다. 
졸업 앨범의 편집후기에도 많이 들어가는 싯구이기도 해서 정말 오래 기억에 남는 구절이었으며, 학창시절에 정말 좋아했던 시였다.

졸업은 마침이 아니라 시작이다_1
졸업은 마침이 아니라 시작이다_1

또한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며…'를 부르다 보면 왠지 가슴 한쪽이 뿌듯하게 된다. 아마 존재가 작은 현재 모습에서 언젠가는 훌륭한 사람이 되어 앞에서 끌어주는 존재가 돼야겠다는 다짐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서 졸업의 의미를 하나 더 추가하자면 졸업은 영원히 교정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는 돌아와서 앞에서 끌어줄 날을 상상하며 즐거워하는 날이기도 하다. 

졸업식 끝에는 반짝이로 만든 꽃이 달린 동그란 목걸이 다발을 걸고 사진사 아저씨들이 찍어주는 기념사진을 한장씩 찍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읍내에 가서 돈까스를 나이프와 포크로 먹으며 즐거워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 처음 먹어봤던 돈까스의 맛, 그건 죽을때까지도 잊을수 없을것 같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고등학교 3학년에 올라가는 큰 딸아이의 중학교 졸업식때였다. 
어디로 가서 점심을 먹여줄까 고민을 하며 내가 느꼈던 졸업식의 그 감격을 딸 아이에게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졸업하던 날 양식당을 데려 가려던 내 생각에 아이는 그닥 돈가스라는 먹을거리는 감격할 만한 것이 아니었고 무얼 해주나 감흥이 별로 없을 듯했다.

아니나 다를까 졸업식을 마치고 나서 가족과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가자고 하니 친구들과 이미 약속이 되어 있다며 자기들끼리 놀러 가기로 했다고 하며 용돈만 받아가지고 휑하니 가버린다.  참 내... 세상 많이 변했음을 절감했다.
아들의 졸업식이 다가오니 문득 김윤성 시인의'개화'라는 작품이 떠오른다.
'나는 한 번도 꽃 피는 순간의 그 현장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러나 기다리다 보면/ 어느새 꽃은/ 활짝 피어 있었다./ 항상 뒤늦게, 어김없이 피어 있었다./ 어디서 갑자기 나타난 듯/ 어디서 많이 본 듯/ 낯익은 모습으로 피어 있었다./ 위성에서 찍은 지구의 사진처럼/ 모든 이의 것이면서/ 그 누구의 것도 아닌 듯이/ 버젓이 우리들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늘 하늘이 공평하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위에서 인용한 시처럼 누구든지 꽃을 피울 수 있고 누구든지 아름다울 수 있다.
그래서 졸업은 마침이 아니라 시작인 것이다.
우리 수원시내 초중고대학의 모든 졸업생들이 이제 곧 현재의 정든 교정을 떠나 앞으로 계속 성장해 나가면서 언제든지 인생의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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