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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아버지의 멋진 축가
2013-01-16 15:42:41최종 업데이트 : 2013-01-16 15:42:41 작성자 : 시민기자   최음천
"어떤 사람을 만나는 거니 물을 때 /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된 거지 대답해 / 자랑하고픈 다 말을 하고픈 기분에 / 친구들을 모아 몇 시간을 떠들기만 해 / 내 사랑은 너 그래 바로 너 / 눈을 감아도 느껴지는 너 / 하루에도 열두 번 보고 싶다고 하며 / 내 전화기를 바쁘게 하는 너 / 사랑해 사랑해 / 바보 같아도 유치해 보여도 / 행복해 행복해"
 바비킴이 부르는 '러브 레시피'라는 곡이라 한다. 나는 나이가 들어 이게 무슨 노래인지 잘 모르는데 나중에 안 일이다. 들어 보니 감미롭고 사랑스럽고 은은한데, 듣기에 따라 어떤이는 눈물도 흘릴것 같다. 그게 다름 아닌 결혼식장의 축가이니.

그런데 이 축가를 부르는 사람은? 아, 다름 아닌 신부의 아버지시다.
모임 회원분 딸의 결혼식에 참석한 지난 일요일. 행복하게 손을 잡고 선 신랑신부 앞에서 이 멋들어진 곡을 열창하는 신부의 아버지를 보고 "저 신부는 참 자상하고 멋진 아빠 밑에서 행복하게 자랐구나" 생각 되었다.

노래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친정 아버지가 부르는 이 아름다운 곡을 들으며 감상에 젖어 있던 옆자리의 하객이 나누는 대화를 들어보니 이 곡이 웬만한 노래 실력 아니면 쉽게 따라 부르기 어려운 노래라고 한다.
그렇다면 혼주인 신부 아버지는 노래도 참 잘하시는 재주 많으신 분이거나, 아니면 노래 실력은 안 되지만 사랑하는 딸을 위해 노래방에서 몇날 며칠간 연습을 하신 자상하신 아버지이거나...

결혼식, 아버지의 멋진 축가_1
결혼식, 아버지의 멋진 축가_1

사실 결혼식이라는게 가족 빼고는 언제부턴가 품앗이, 영수증 받기, 도장찍기가 되었다. 항상 뻔한 진행방식에 따분하고 지루하다는 느낌, 웨딩홀의 촉박한 시간제약에 맞춰 이끌리다 보니 신랑신부에게 얼굴 비치고 밥먹으러 가는게 전부 아닌가.
그런데 친정아버지의 축가 열창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 뭉클하게 만들었고, 예식장 장내가 숙연해지면서 생경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결혼식장의 풍경이 영수증 처리하는 식으로 세태가 바뀐것 말고도 축가 역시 신랑신부의 친구나 선후배, 혹은 동아리 모임에서 대개 나와서 불러주는 것이 일반적인 풍습이었다. 지금까지 다녀본 결혼식장에서의 축가는 다 그랬다.
하지만 그동안 애지중지 고이고이 기른 딸을 사위에게 맡기는 친정 아버지가 그 절절한 마음을 담아 직접 축가를 부르니 보기만 해도 가슴 뭉클하고 숙연해졌다.

아버지의 축가는 신부와 신부 가족뿐만 아니라 참석한 모든 이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의 마음을 담아 딸과 사위에게 전했기 때문이다. 이 곡의 가사 역시 부부가 행복하게 사랑하며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긴 곡이어서 더욱 그랬다.
사실 딸을 보내는 아버지 입장에선 목이 메여 식장에서 노래를 부른다는건 쉽지 않았을텐데...  

어렸을 적에 아빠에게 시집갈꺼라며 말하던 사랑스러운 딸의 결혼식, 아버지 본인에게도 행복하지만 아쉽기도 한 날 일 것이다. 속으로 섭섭해 하면서도 예쁜 딸의 미래를 위해 기꺼이 축가를 불러주는 가슴 벅찬 아빠의 마음은 그날의 그가 아니면 누구도 모를 것이다. 그저 감동만이 마이크를 타고 가슴으로 전해질뿐.
신부가 살짝 눈물짓는 듯한 모습도 보였으나 이런 날 그렇다고 펑펑 우는것도 모양새는 아니다. 신부는 이내 평온을 되찾고 아버지의 축가를 들었다.

노랫속에는 아버지의 울컥 솟구쳐 나오는 딸을 향한 진한 애틋함,  딸의 애절한 사랑을 실은 시간들이 씨줄과 날줄을 촘촘하게 아름답게 정성들여 채운 마음이 들어 있었다. 쳐다만 보아도 아까운 딸을 향한 애틋한 사랑이...
축가가 끝나자 신부 아버지가 사회자로부터 마이크를 빌렸다. 일순간 강내가 조용해진다.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걸까.

"2년전에 큰 딸내미 시집 보낼때는 '오 솔레미오'를 불렀습니다. 원래 음치지만 용기를 냈었지요. 평소에 산을 오르내리며 한소절씩 연습을 했거든요. 거의 두달 가까이 그랬을겁니다. 그때도 썩 만족할 만하게 부르지 못해, 내심 망신을 당할 일을 한건 아닐까 노심초사했었는데, 그런대로 분위기는 좋았습니다"
이 대목에서 하객들은 폭소를 했다.

"아내는 지금도 그 당시를 자주 이야기하곤 합니다. 아마추어로서 부르기 힘든 부분을 참 잘했다고요. 그래서 용기를 내어 이번에 둘째 아이에게도 품 안에 있을때의 마지막 선물을 주고 싶어서 용기를 내 봤습니다. 여하튼 부족한 저의 여식 혼례에 와 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다음에 딸 혼례계획 있으신 분, 직접 한번 사랑의 노래를 불러 주세요. 그 딸 평생 잘 살겁니다"
역시 멋진 아빠셨다. 

아버지가 주례가 되고 축가를 부르는 생경한 결혼식의 풍경. 나도 딸을 키우는 엄마로써 그런 아버지의 진솔한 말씀과 모습이 너무 숙연하고 기억에 오래오래 남을것 같다. 하객들 역시 눈도장 찍은 뒤 밥먹고 달아나기 바쁠테지만 이런 경우엔 예외일듯 하다. 감동의 박수 짝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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