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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후반에 하는 인생 힐링, 인생 하프타임
2013-01-17 11:28:19최종 업데이트 : 2013-01-17 11:28:19 작성자 : 시민기자   이학섭
며칠 전 오랜 친구와 오랜만에 만나 소주 한잔 겸 저녁식사를 하게 되었다. 눈이 오던 날이었는데, 어릴적 고향에서 눈이 내릴때면 온 동네 강아지들이 죄다 마을 앞 논바닥이며 길가로 뛰어 나와 팔딱팔딱 뛰어다니며 좋아했던 것이 기억난다.
어떤 강아지는 펑펑 쏟아지는 눈발을 보면서 괜스레 짖어대기까지 하고.

그런 옛 추억을 떠올려 보니 그날따라 눈 오는 날의 기분이 묘했다. 둘은 평소에 자주 만나는 사이이기는 했지만 하루만 못 봤어도 그 안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시시콜콜 다 이야기를 해 줘도 지루하거나 재미없어 하지 않는 사이이기에 소소한 가정사까지 주저리 주저리 늘어 놓으면서 술잔을 주고 받았다. 창 밖으로는 눈이 하얗게 쏟아지고 있었고...

만난지 한시간 정도 지날때까지 술을 좀 마시면서 얼굴이 불콰해지고 잔이 더 돌아가 서로간에 좀 취했다고 느꼈을 무렵, 이녀석이 내게 불쑥 한마디 던졌다. 
"야. 우리 한 2-3일 여행이나 좀 다녀올래?"
"여행? 좋지. 이 겨울에 가족여행이라면 어디가 좋을래나? 동해 바다쪽? 아니면 대천쪽으로 가서 펜션이라도 빌려서?"

내가 맞장구를 치자 이녀석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니... 그게 아니고 너랑 나랑 둘이만"
"우리 둘이? 단 둘이 말야?"
"텐트 짊어 메고 지리산 종주 같은거 말야"
"뭐~어? 이 나이에 텐트 메고 지리산을? 그것도 종주씩이나?"

40대 후반에 하는 인생 힐링, 인생 하프타임_1
40대 후반에 하는 인생 힐링, 인생 하프타임_1

약간 뜨악했다. 나이 40대 후반에 웬 둘만의 여행? 명산 종주나 올레길 트레킹? 그것도 며칠씩?  입에 갖다 대려던 소주잔을 다시 탁자에 올려 놓으면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평소에 점잖고 말수도 많지는 않은 친구였기에 전혀 예상 밖이라 반사적으로 "무슨 생각이 들어서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이제부턴 내 시간을 넉넉하게 보내고 싶다"고 대답했다. 

친구는 조용히 말을 이었다.
아이들도 이젠 웬만큼 자라서 제 앞가림 하고 사는 것도 그냥저냥 안정적으로 가정을 일궜는데,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 오느라 몸도 마음도 적잖게 지쳤노라 했다. 그러면서 가끔씩은 이제는 조용히 내 시간을 갖고 싶다면서 할 수만 있다면 산속에서 가서 1년 쯤 혼자 지내고 싶다고도 했다.

하지만 가정에 매이고 직장에 매인 몸으로 산속에서 쉬다 나오는건 현실적으로 불가능 하니 그래도 좀 친하다고 여긴 나와 함께 지리산 종주 같은 기억에 남을만한 여행을 한번 해 보고 싶어 이렇게 말을 꺼냈노라고 말했다.
이제껏 살아온 인생을 뒤돌아보니 스스로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너무 없었고 무언가에 늘 바삐 쫓기며 살아온 삶이 마땅치 않다고 했다. 앞으로 살아갈 남은 인생행로의 큰 틀을 깊이 생각해 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지난 해부터 좋아하던 담배도 끊었다고 했다.

그 친구는 학창시절에도 참 어렵게 학교를 다녔던 사람이다. 도시락조차 싸 들고 오기 어려워서 밥 먹는 점심시간마다 학교 뒷산에 올라가 5교시 시작할때쯤 시간맞춰 내려오곤 했던 학창시절.
그래서 어렵사리 졸업 한 뒤 남들보다 덜 자고 덜 쉬며 덜 놀고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모아 대학까지 마칠수 있었고, 취직 후에도 역시 열심히 노력하고 아껴서 모으고 결혼했다.

그렇게 살다 보니 이제는 자기 자신을 좀 되돌아 보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그야말로 먹고 살기 위해 몸부림쳤던 젊은 시절에 대한 일종의 스스로의 보상 같은걸 바라는 마음에서였을것 같기도 했다.
이제는 몸도 마음도 좀 추스르고 한템포 늦춰서 쉬고 싶은 마음을 이해해 주고 싶었다.

나는 그 친구가 여행하고 싶어 하는 마음에 인생의 하프타임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그래, 맞다. 그건 너 뿐만 아니라 나도 마찬가지야. 너나 나나 맨손으로 시작한거는 똑같지 뭐. 그런데 이렇게 살다 보니 정말 언젠가는 아무 생각 없이 한번 푹 쉬어 보고 싶기도 하지. 여름 휴가때조차도 휴대폰 들고 가서 왼종일 회사 전화 받고 있어야 하니 그게 어디 휴가냐? 그래서 진짜 휴식이 필요한거 같애. 늬 말이 맞다. 나도 좀 쉬고 싶다"

쉽게 말 뜻을 이해하면서 인생 하프타임이라는 말까지 해 주자 친구의 얼굴이 밝아진다. 
당장 언제 어떻게 준비해서 여행을 떠날지는 구체적으로 결정짓지는 못했지만, 친구는 가슴 속에 쌓아 두었던 마음의 짐을 풀어 낸 기분이 든듯 홀가분해 했다. 내가 이 친구의 통곡의 벽이 돼 준 것이다.

정말 인생에도 운동경기의 하프타임과 같은 시기가 필요할듯 하다. 바삐 움직였던 전반전을 마치고 휴식하면서 나머지 후반전을 어떻게 운영하여 경기를 잘 마칠 것인가가 하프타임에서 결정이 되듯이...
요즘 TV에서도 힐링이라는 주제로 많은 프로가 나오고 있다. 10년전쯤에 웰빙이 유행했던것처럼. 
살아 가면서 때론 정말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방법으로 힐링을 위해 투자해야겠다. 특히 시간의 투자가 필요하다. 마음을 완전히 무장해제 시킬수 있는 시간 투자를 통한 힐링의 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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