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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분향소, 야간에도 끊임없는 추모객 발길
추모객, 지난 3일동안 5천여명 넘어
2014-05-01 02:22:30최종 업데이트 : 2014-05-01 02:22:30 작성자 : 시민기자   윤주은
잔인하다는 말이 심장을 저미는 4월의 마지막 날 마지막 시간 30일 자정을 넘어서는 시간에도 수원시청에 마련된 세월호 희생자 추모 합동 분향소에는 추모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 날만 그 시간까지 1천8백명의 추모객이 다녀갔다고 분향소 야간 관리 자원봉사자가 말한다. 

수원시청에 합동 분향소 설치 이후 일일 평균 1천7백명 정도가 다녀갔다고 하니 오늘까지 3일 동안 모두 5천여명이 애도의 발길을 향했다는 것이다. 
그 애도의 발걸음을 증명이나 하는 듯 분향소의 옆으로 길게 소망을 담은 노란 리본이 밤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그 맞은 편에는 초등학생들의 서툰 필체로 쓴 편지가 붙어있고 방문객들의 작은 편지들도 촘촘이 붙어 있어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적시고 있다. 

시청분향소, 야간에도 끊임없는 추모객 발길_1
한 밤에도 추모객이 끊이지 않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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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분향소, 야간에도 끊임없는 추모객 발길_2
시민들의 추모편지,초등학생들이 쓴 편지들이 눈에 띈다

'꽃같은 우리 아이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다음에는 좋은 나라에서 태어나라' 
'살아있는 기성 세대가 부끄럽습니다' 
'절대로 용서하지 말고 다음에는 이 땅에 태어나지 말아라' 
'김 응현 선생님 돌아와 주세요-제자 강지민 올림' 
'어른들이 가르치려고만 했는데 너희들이 우리들을 가르친다' 

펄럭이는 리본마다 아픈 눈물을 달고 하늘을 향해 날아가려는 듯 하다. 
현재 수원시에서는 시청과 연화장 두곳에 합동 분향소를 설치 운영하고 있는데 이번 희생자들의 대부분이 연화장에서 화장을 하고 장례를 치르고 있기 때문에 추모객들의 발길이 그곳이 더 많을 것이라고 분향소를 지키는 자원봉사자들은 말한다. 

24시간 운영되는 분향소는 자원봉사자들이 3교대로 돌아가며 운영하고 있는데 지금까지는 3일간은 점심시간과 퇴근 후가 추모객들이 가장 많이 몰렸지만 근로자의 날인 내일은 가족들과 함께 오는 추모객들이 더욱 몰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한다. 

제단 위의 꽃들을 두 명의 아주머니가 손질을 하고 있다. 시든 꽃들을 버리고 싱싱한 새 꽃으로 다시 꽃꽂이를 하고 물을 뿌리고 있다. 
"낮에는 사람들이 많이 오니까 아무래도 사람이 그래도 덜 오는 밤에 와서 하는 거지요.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싱싱하고 좋은 꽃길을 걸어가길 바라는 마음이예요. 꽃꽂이를 오랫동안 하였지만 이번처럼 가슴이 저미는 제단 꽃꽂이는 처음인 것 같아요. 이런 꽃꽂이를 할 일은 생기지 않는 것이 좋지요."

제단을 꾸미는 쓰이는 꽃은 시에서 예산을 지원해줘서 이 일을 맡아서 하기는 해도 이런 돈벌이는 하고 싶지 않다고 씁쓸한 표정으로 말하지만 손끝은 정성스럽게 꽃을 다듬는다. 

시청분향소, 야간에도 끊임없는 추모객 발길_3
싱싱하고 좋은 꽃으로 제단을 가꾸는 아주머니

밤 12시가 다가오는 시간에 분향소를 찾은 두 명의 젊고 고운 아가씨가 눈길을 끈다. 이미 눈가가 벌겋게 충혈된 채로 분향소 입구에 준비된 메모지에 애절한 편지를 써서 붙이고 있다. 직장이 근처라서 퇴근하고 장을 보고 가는 길에 들렀다는 이예리(23세 용인시 기흥구)씨는 직장의 동생이 희생자 가족들과 개인적 관계는 없지만 분향소에 가서라도 함께 명복을 빌고 소원을 빌어야만 아픈 마음이 조금이라도 위안이 될 것 같다며 퇴근길에 함께 왔다고 한다.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는 우리도 이렇게 가슴이 아픈데 가족들은 얼마나 아프겠어요. 그런데 정작 잘못을 한 관계자들은 냉정한 것 같아요. 선장이 물론 잘못을 하였지만 오직 선장만의 잘못으로 몰아가는 관계자들도 더욱 나쁘다고 생각해요. 여론에 몰리면 사퇴나 하면 모든 책임을 다 진 것처럼 홀가분하게 떠나면 그만인가요? 너무 무책임한 태도에 더 화가 나고 마음이 아파요."라고 말하는 이예리씨의 날카로운 지적에 마음이 더욱 가라앉는다. 

'단원고 아이들아, 추운 곳에서 얼마나 무서웠을지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 어른들의 무책임에 너무 화가 난다. 너희들을 잊지 않을게. 좋은 곳에 가서 거기서는 걱정 없이 아픔 없이 지냈으면 좋겠고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사랑한다.' 
그녀들은 고운 마음을 예쁜 메모지에 적고는 제단 위에 하얀 국화꽃으로 마음을 남겨놓고 총총히 서둘러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차마 향불 앞에서 추모도 못하고 멀리서 눈물만 훔쳐대고 있는 아주머니 한분이 보인다. 분향소 가까이 가지도 못한 채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껴 우는 아주머니의 눈가는 이미 퉁퉁 부어 있다. 이번 세월호 참사로 인해 친지나 친구의 가족이 희생자가 되어 있는 것일까? 너무 서럽게 울어서 말을 건넬수 조차 없다. 
결국 멀리서 울다가 울다가 아주머니는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시청분향소, 야간에도 끊임없는 추모객 발길_4
추모편지를 쓰고 있는 시민

운동모자를 눌러쓴 한 청년은 화가 난 듯한 걸음걸이로 분향소를 왔다갔다 한다. 어두운 하늘을 한참을 쳐다보다가 메모지에 편지를 써서 붙이고는 다시 하늘을 보고 노란 리본을 묶는다. 빠른 걸음걸이로 분향소를 왔다갔다 한다. 다시 하늘을 올려다 보더니 국화꽃 한송이를 들고 제단 앞에 가서 한참을 고개 숙인채 꼼짝을 하지 않는다. 이윽고 뚜벅뚜벅 걸어서 빠른 걸음으로 그곳을 벗어난다. 
손을 들어 아는 척을 하였더니 말걸지 말라는 듯 손을 휘젓고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엄지와 검지로 눈가를 꾸욱 누르며 사라진다. 말이라도 한마디 하면 금새 눈물이 펑펑 쏟아질 기세다. 

시청 옆의 홈플러스에 근무한다는 김인지(32.수원 매교동)씨는 말일이라 월말 정리를 하고 늦게 끝나고 퇴근하는 길에 들렀다며 "한참 공부하고 꿈에 부풀어야 할 아이들이 이렇게 되니 너무 아파요. 몇 년전 교통사고로 엄마를 잃은 사촌 동생이 비슷한 나이라서 생각도 나고요. 차라리 내가 가서 애들을 구하고 내가 죽었어야하는데..."하며 울먹인다. 

그새 젊은 연인인 듯한 두사람이 향을 피우고 꽃을 올리고 가고 시간은 자정을 훌쩍 넘어 1시를 향해 다가 가고 있다. 그렇게 잔인한 4월의 밤을 넘어 5월이 시작되고 있다. 
어린이 날과 어버이날, 스승의 날까지 서로의 사랑과 감사를 느끼고 전하는 5월인데 이번 사고로 아픔을 겪고 있는 희생자들에게는 누가 가슴에 사랑의 꽃을 달아줄까. 5월에는, 5월에는 정말 기적처럼 좋은 소식이 들려 따뜻한 계절이 되길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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