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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속으로 사라지는 매탄동 '헌책방 은유'…"책나눔 해요"
한땐 간편한 식사와 맥주, 커피 판매한 동네 사랑방 …헌책방 문 닫으며 주민에게 책 기부
2019-09-17 01:04:42최종 업데이트 : 2019-09-17 11:18:57 작성자 : 시민기자   김소라

매탄3동 '헌책방 은유'

매탄3동 '헌책방 은유'에서 책나눔을 한다

매탄동에는 지난해 문을 열었던 헌책방이 한 곳 있다. '헌책방 은유'라는 간판을 걸고 중고책을 사고 파는 곳이었다. 헌책에 대한 향수와 그리움을 지닌 많은 사람들이 발걸음을 했다. 집에 있는 헌 책을 팔기도 하고, 꼭 읽고 싶었던 중고책을 사기도 했던 곳이다. 간단한 라면이나 식사 및 맥주, 커피까지 판매하는 곳으로 동네 아지트같이 친근한 곳이었다. 여러 사람들을 데리고 가서 알려주기도 했던 따뜻한 장소였다. 그러나 이번주 수요일(18일)까지 책방의 책을 정리한 후 문을 닫는다고 한다.
 
대학 시절 헌책방에서 산 책을 펼치다 보면 책의 내용보다 책 사이의 흔적이 재미있었다. 때로는 책 사이에 끼워 놓았던 영수증을 보면서 책주인의 취향을 엿보기도 했다. 읽던 이가 밑줄을 그어 놓았던 부분을 다시금 읽으면서 공감하며 잠시 머물러서 생각을 이어나갔다. 전공 서적이 비싸기 때문에 헌 책을 주로 이용했었고, 다 본 책을 또다시 중고서적으로 팔기도 했다. 청계천을 누비면서 책을 고르고 했던 그 시절 나름 사유하고 고민했던 것 같다.
 
알라딘 중고서적이 생기기 전까지는 헌책방을 찾아가면 낡고 오래된 공간처럼 시간여행을 하는 듯했다. 이제는 중고책까지 자본이 스며들어가 가격을 매기고 온라인에서까지 사고 팔게 되었다. 물론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 이런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헌책방 은유'가 생겨 참으로 놀랍고 좋기도 했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곳이 문을 닫는다. 
 
나름 소설 강의도 하고, 낭독모임도 하는 등 지역 문학인들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하려고 애썼으나 운영이 어려워졌다. 헌 책을 사랑하고, 아직도 책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으나 그렇지 않은가보다. 책방을 정리하면서 책나눔을 한다고 페이스북에 게시글을 올렸다. 헌 책을 사고 팔았던 매탄동의 한 중고서점

헌 책을 사고 팔았던 매탄동의 한 중고서점이 사라진다

'책방을 정리하면서 책나눔을 하고자 합니다. 아래 기간 중 누구든 오셔서 필요하신 책 가져가시기 바랍니다' 라는 내용이었다. 글을 보고 아쉬운 마음에 한달음에 달려갔다. 집 근처 헌책방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가끔 들를 때마다 의외의 보물같은 책을 발견해서 좋았었다. 현실적으로 타산이 맞지 않은 장사라서 큰 돈을 벌지는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겨우 임대료를 낼 수 있는 상황에서 오랫동안 헌책방을 운영하는 것은 힘들었을 것이다. 

"진짜 헌 책을 그냥 가지고 가도 되나요?" 라고 물었더니 마음대로 가지고 가라고 한다. 권 수에 상관없이 필요한 책을 모두 갖고 가도 되니, 자유롭게 고르라고 했다. 빨리 가게를 정리해야 하기 때문이란다. 책장을 빙 둘러 보니 이미 여러 사람들이 책을 골라가서 빈 곳이 많았지만 아직까지 꽤 많은 책이 꽂혀 있었다. 제목을 찬찬히 보면서 고르다 보니 20권이 넘었다. 심지어 지난 해에 내가 판매했던 책까지 있어서 기분이 묘했다.
 
아무런 대가를 받지도 않은 채 지역주민들에게 책 기부를 한다고 한다. 한 권에 1000원씩 받고 팔아도 충분할텐데 그냥 기부하는 것이 아쉽기도 하다. 책을 진정 사랑하고 책방이라는 공간에 대한 애정을 품은 주인의 마음이 느껴졌다. 처음에는 라면도 팔고, 맥주도 팔았던 곳이지만 나중에는 책만 파는 곳이 되었다. 책 구입과 판매에만 주력하여 운영을 했기 때문에 더 힘들었을 것이다.
 
'헌책방 은유'는 문을 닫고, 그 자리에 카페가 들어선다고 한다. 오히려 커피와 빵을 판매하는 것이 임대료를 내는 데에 수지타산이 맞을지도 모른다. 책을 골라서 나오는데 허전하고도 아쉽다. 만약에 기자가 운영자라면 어떻게 공간을 잘 활용했을까! 뒷골목에 자리잡고 있어 오가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위치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헌책방이라는 이름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문을 열고 들어가 책 한 두권쯤 사서 가슴에 품고 집으로 갔을지도 모른다. 헌책방 은유에서 가지고 온 중고책

헌책방 은유에서 가지고 온 중고책

동네에 어떤 가게가 들어오고,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의 취향과 관심을 알게 된다. 이제는 뒷골목의 상가들까지 빵집과 카페, 술집으로 들어차는 걸 보니 젊은 청년 창업자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 그리고 문화상품보다는 먹고 마시는 것으로 소비하는 가게들이 늘어난다. 임대료가 싼 곳은 장사가 안되고, 임대료가 비싼 곳은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 형편이다.
 
중고책을 마다하지 않고, 헌책을 얻는 즐거움을 누리는 분들이라면 이번 주 수요일 18일까지 '헌책방은유'에 가서 좋은 책을 골라가면 좋겠다. 더 이상 만나지 못할 중고책들이 그곳에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헌책방은유 : 수원시 영통구 권선로 803번길 14 (임광아파트 후문 골목)
헌책나눔기간 : 9월 15일 ~ 18일까지 (오후3시~8시까지)

매탄동, 헌책방, 책나눔, 김소라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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