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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전령사 버드나무! 수원천과 방화수류정 일대에서 볼 수 있어
유천성(柳川城)이라 불렸던 수원화성인데 예전 모습 찾기 어려워
2020-03-12 13:55:45최종 업데이트 : 2020-03-12 13:55:18 작성자 : 시민기자   이경
2020년 봄은 왔는가? 용연 주변 버드나무와 마주하다.

2020년 봄은 왔는가? 용연 주변 버드나무와 마주하다.


버드나무는 초봄이 되면 나무 중에서 잎이 제일 먼저 나와 사람들에게 봄의 기운을 느끼게 해준다. 11일 오후 3시, 봄의 전령사(傳令使) 버드나무를 찾아 수원천과 방화수류정을 찾았다.

수원 천변을 따라 늘어선 버드나무는 수원의 역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일성록(日省錄)의 기록에 따르면 정조가 수원화성을 유천성(柳川城)이라고 불렀을 정도로 수원에는 버드나무가 많았다.

동북각루(東北角樓)인 방화수류정(訪花隨柳亭)은 중국 송나라 시인의 시 구절 '꽃을 찾고 버들을 따라 노닌다'에서 명칭을 따왔을 정도로 버드나무가 아름다운 곳이다. 용연(龍淵) 주위를 둘러 서 있는 버드나무는 가지를 길게 늘어뜨려 여인의 풀어헤친 생머리처럼 보이기도 한다.
 수원천변따라 버드나무가 늘어서있어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다. /사진 2008년 수원시 포토뱅크

수원천변따라 버드나무가 늘어서있어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다. 사진/2008년 수원시 포토뱅크


누구나 어릴 적 버드나무에 관한 추억 하나쯤은 다 가지고 있다. 기자 역시 길게 늘어진 가지를 부여잡고 시냇가 안쪽까지 타잔처럼 오고 갔던 일과 이른 봄 새로운 가지가 나오면 버들피리를 만들어 온종일 불고 다녔던 기억이 있다. 훈장님의 회초리처럼 엄마한테 종아리 맞을 때 직접 버드나무 가지를 꺾어 오기도 했다.

버드나무 종류는 뿌리가 물에 잠겨도 썩지 않아 물기가 있는 하천이나 계곡 주변 등 습지라면 어디든 잘 자란다. 물과 친한 식물로 종류가 많아서 수양버들, 능수버들, 왕버들, 갯버들, 키버들 등 우리나라에는 40여 종 가까이 있다. 전문가가 아닌 이상 이름을 정확히 알아내기도 어렵다.

버드나무는 여러 가지 효용이 있다. 동의보감의 기록에 의하면 어린잎과 나뭇가지, 줄기를 잘라 햇빛에 말려 약으로 썼다. 많이 먹으면 속 쓰림의 부작용이 있지만, 해열 진통제나 천연 염증 치료제로 사용했다. 어릴 적 젓가락이 없어 급하게 버드나무 가지를 꺾어 사용한 적이 있다. 아린듯한 쓴맛이 기억난다. 이 쓴맛을 내는 물질이 바로 인류 최고의 의약품이 된 아스피린의 주성분이라는 건 어른이 되고 나서 알았다.
 
버드나무는 뿌리가 물에 잠겨도 썩지 않아 물기가 있는 하천이나 계곡 주변 등 습지라면 어디든 잘 자란다.

버드나무는 뿌리가 물에 잠겨도 썩지 않아 물기가 있는 하천이나 계곡 주변 등 습지라면 어디든 잘 자란다. 전국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친숙한 나무다.


소독 효과가 있어 어린 버드나무 가지(양지. 楊枝)를 깎아 이쑤시개로, 잘게 두들겨 칫솔 대용으로 썼는데, 오늘날의 '양치질이 양지질에서 왔다'라는 설을 뒷받침한다. 치통과 입속 염증에 버드나무 잎을 따서 끓여낸 물로 입을 헹구었다고도 한다.

고려 태조 왕건과 관련한 버드나무 잎 이야기가 흥미롭다. 왕건이 나주에 군사를 이끌고 행군을 하다가 우물가에서 빨래하던 여인에게 물을 청했다. 여인은 급히 먹다가 체하지 말라고 바가지에 버드나무 잎을 띄워준다. 지혜로운 여인은 왕후가 되었고 아들이 대를 이어 왕이 된다. 조선 태조 이성계에게도 완전히 똑같은 설화가 전해진다.
 
2020년 수원천 버드나무 가지치기한 모습.

2020년 수원천 버드나무 가지치기한 모습.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친숙한 버드나무를 이제 굳이 찾아 나서야 할 정도로 보기 힘들어졌다. 봄철 꽃가루가 날린다는 오명과 밀려드는 민원에 수원천 버드나무도 거의 다 잘려나갔다. 그나마 남아있는 화홍문에서 매향교까지 늘어선 버드나무도 2년마다 가지치기로 예전 수려한 모습은 기대하기 어렵다.

잘려나간 나뭇가지에 기자가 아쉬운 표정을 짓자 관리인은 "버드나무는 금세 자랍니다.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위로의 말을 했다. 버드나무 역사적 가치와 효용에 비해 너무 홀대받는 건 아닌가하는 아쉬움마저 들었다.

갯버들, 냇버들, 키버들, 왕버들, 수양버들, 여우버들, 고리버들, 용버들, 산버들, 꽃버들, 능수버들, 들버들 등 한 번쯤 불러본 듯한 버드나무 종류를 떠올리며 수원천을 따라 걸었다. 햇살 뜨거운 여름, 커다랗게 늘어진 버드나무 아래에서 더위를 피하는 일상의 풍경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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