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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탐내는 돈, 뇌물이라면
2012-02-01 11:54:46최종 업데이트 : 2012-02-01 11:54:46 작성자 : 시민기자   김기승
수원시 고위공무원이 조경업자로부터 받았다가 자진 신고한 금액이 3천만 원이란다. 신고와 더불어 한 사람은 청렴인이고 한 사람은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시쳇말로 '저 사람은 바늘로 찌르려도 구멍이 없다.'라는 말이 있잖은가. '무슨 소리야 지르니까 들어갔네.' 라면 빈틈이 있었다는 말이다. 요즘 사람들을 만나서 담소를 나누다 보면 으레 3천만 원이 화제다. 그다음으로 '한우갈비는 맛이 좋았겠지. 그게 아니야 먹고 나서 체했다는구먼. 먹긴 먹었네.' 라는 말이 안줏감이다. 

비웃음이다. 이래 보나 저래 보나 망신살이다. 어차피 신고할 거였더라면 조용하게 본인에게 뒤 돌려줬었더라면 좋았지 않았을까란다. 털어서 먼지가 나지 않을 사람 없다고들 한다. 그 말이 맞다. 수원시민으로서 창피하다는 뜻이다. 연거푸 한우갈비세트 문제로 몇몇 해당 공무원이 경찰 조사를 받았다는 방송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어금니를 물었다. 청렴이란 큰 틀에서 돼먹지 못한 자들의 버르장머리를 고치는 수단으로 단칼에 잘라 버린 것은 잘한 일이다. 

이를테면 돈 봉투 사건. 정치권에 회오리바람이 일고 있는 뇌물사건으로 온 나라가 휘청댈 때 3천만 원 뇌물로 뒤집어쓸 청렴한 공무원 세계를 폄하하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로 보였다. 다만 정치권을 볼 때'그게 전부였느냐?' 라고 여기저기서 말들이 일고 있지만, 속이 시원하게 밝혀줄 대안조차 보이질 않는 게 더 부아가 치민다. 때마침 수원시 공무원뇌물사건이 알려지면서 초미의 관심이 생겼다. 의아심이 생기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도 업자와 공무원 사이에서 벌어진 뇌물이라서다. 3천만 원뿐이란다. 그리고 갈비세트 몇 개란다. 다행이다. 하지만 전부이길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그렇지만 정치권에서 명절 떡값은 몇천 몇억 원이었다는 건 몇 번에 걸쳐 터진 사건으로 세상 사람은 다 알고 그랬어도 그다지 크게 벌을 받은 사람은 별로 없었다. 떠들썩 해댄 게 불과 얼마 전까지다. 떡값은 떡값이라고 하니 말이다. 누구나 탐내는 돈. 뇌물이라면 패가망신 머잖다. 선물과 뇌물의 뜻은 분명히 다르다. 

여기서 볼 때 왜 하필 3천만이었느냐는 말이다. 알고 보니 뇌물을 건네준 해당 업체는 수원시가 발주하는 조경공사를 전문으로 수주해온 회사로서 2009년 만에도 사업수주 실적이 70여억 원에 달했다고 수원에서 발행하는 모 일간지 기사를 보더라도 3천만 원이라는 금액이 의미심장하다. 또한, 청렴도 평가에서 꼴찌를 받은 수원시라서다. 그것도 3년 연속이라고 하는데 뇌물액수도 3천만 원이라니 수원시민으로서 열 받지 않을 수가 없다. 무슨 짓을 얼마나 저질렀기에 꼴찌냐는 말이다. 

수원시민임을 자랑으로 긍지를 갖고 만나는 지인에게 꽤 호들갑을 떨어댔던 필자였기에 화가 치민다. 어찌 보면 터질게 터졌으니 다행이라고 자책론으로 다독여볼 수 있는 계기로 삼겠다마는 해도 해도 너무한 건 사실에서 실망감이 너무 컸다. 이를테면 '2011년 수원시 산하기관 초라한 경영 성적표' 라는 신문기사를 볼 땐 나름대로 평가를 했다는 자체에 잘했다는 박수를 보내기도 했었기에 뇌물사건에 침통함이다. 산하기관 경영평가에서 나타났듯이 시립예술단이 최하위인 D급(60점 미만)이라는 결론. 1위인 시설관리공단이 S급(90점)이었다. 1위와 꼴찌는 어떻든지 간에 지역사회복지협의체. 수원 사랑장학재단. 수원발전연구센터. 생활체육회가 꼴찌수준으로 동반평가를 받았다는 데에 더 충격적이다. 

해당 관계자에게 "어떠했기에 수준 이하의 평가를 받은 건가요?" 라고 묻자. "예산 차이가……." 라며 대답치곤 만족도가 떨어지는 대답이었다. 평가는 전국기초지방자치단체로는 처음 산하기관 경영평가였고 처음이다 보니 대부분 준비 미흡으로 기대 이하의 성적을 받은 거였다는 수원시 관계자의 말이라는 기사내용이 더 웃긴다. 과연 청렴도에 맞는 해석인가라는 뜻이다. 

지난해 어느 날 동네 행사를 마치고 마을 주민과 동 주민 센터 공무원과 식사를 하던 자리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모 단체장을 한껏 추켜세우는 과정에 "올 연말에 동상을 세워주겠다. 대통령상도 받아내겠다."라는 말에 함께 자리한 사람들을 어리둥절케 한 일이었다. 
정말 우수 꽝 서러운 일로 한동안 동네에서 술자리 단골메뉴거리였다. 갑자기 불거진 뇌물사건으로 공무원 세계는 잔뜩 움츠렸을 일이다. 뇌물이란 부정한 처사다. 자의든 타의든 알았든 몰랐든 받아서 신고하고 반납을 했더라도 그러한 부정의 고리에 틈새를 보였던 게 아니었는지. 그간의 관습이었는지가 더 관심거리다. 

광교산 기슭 광교 공원에서 강감찬 장군이. 팔달산에는 정조대왕이 지켜보고 있다. 평가한다고 해서 능사라 할 수 없지만, 기수라 평가를 받을 거라면 1등이면 좋겠다.
*시민투고는 편집실의 원고수정을 거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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