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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 냉장고와 새 냉장고의 동거가 시작되다
2011-10-30 19:50:02최종 업데이트 : 2011-10-30 19:50:02 작성자 : 시민기자   심현자

'따르릉~ 따르릉~'
오랜만에 주말이라 가족과 함께 쇼핑과 장보기를 마친 후 집으로 가는 길에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아, 네. 저희도 2분쯤 후면 집에 도착합니다. 네." 하더니 끊는다. 일주일전 구입한 냉장고가 도착했다는 전화였다.

우리 집 냉장고는 10년 전에 구입한 것으로 수원으로 이사를 오면서 바꾼 것이다. 
그런데 오래되다 보니 고장이 나기도 했고, 냉동고가 비좁아서 냉동고만 새로 구입하려 했었는데 올 초 모 회사의 연구원으로 취직한 아들이 냉동고를 살 것이 아니라 냉장고를 바꾸자고 했다. 그리고 함께 냉장고를 고르고 아들이 자랑스럽게 자신이 사는 것이라며 계산을 했다. 
원래 든든한 아들이긴 했으나 이젠 집에서도 자신의 몫을 하려 하는 것을 보니 내가 아들을 잘 키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파트 현관 입구에 도착하니 냉장고를 실은 차와 직원이 세분 기다리고 있었다. 서둘러 집으로 들어가 원래 있던 냉장고 옆의 김치 냉장고는 베란다로 옮기고 그 자리에 새 냉장고를 두기로 하고 바닥을 닦았다. 
사다리차를 통해 냉장고가 올라왔고 5분이 채 지나지 않아 설치가 마무리 되었다. 무거운 물건인지라 어떻게 옮길까 걱정이 많았는데 역시 직원들은 그쪽 방면의 전문가였다. 보자기같은 것을 바닥에 깔고 그 위에 냉장고를 두고 바닥의 보자기에 연결된 끈을 어깨에 둘러메니 생각보다 힘을 들이지 않고 그 큰 물체를 옮길 수 있었다.

헌 냉장고와 새 냉장고의 동거가 시작되다_2
헌 냉장고와 새 냉장고의 동거가 시작되다_2


와인색의 큰 냉장고가 부엌의 한 자리를 차지했다. 원래 있던 냉장고보다 용량이 커서 두 대의 냉장고가 나란히 있는데 새 냉장고가 유난히 크게 느껴진다. 색도 와인색인지라 그 존재감도 컸다. 
나의 공간인 부엌에 새로운 냉장고가 위치하게 되니 기분이 좋아진 난 아들에게 좋다는 말을 연신하였고 아들은 다음에는 텔레비전을 바꾸자고 했다.
이렇게 해서 부엌의 한 쪽 벽에는 두 대의 냉장고가 자리하게 되었다. 새로 들어온 화려한 색과 세련된 디자인의 냉장고와 묵묵히 우리 가족과 10년을 함께한 투박하고 존재감이 크지 않은 하얀색의 냉장고.

사실 새로 산 냉장고가 여느 모로 보나 뛰어나다. 일단 용량이 커서 부피자체가 크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냉동고 또한 훨씬 넓다. 디자인도 예쁘고 좋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원래 함께한 냉장고에 손이 더 많이 간다. 그래서 남편과 아들은 옛 냉장고는 이제 버리자고 했지만 나는 반대했다. 
물론 이 문제에 대해서는 내 의견이 더 존중되기에 그냥 함께 두기로 했다. 그렇다고 해도 김장을 하고 난 후나 여름철같이 냉장고에 둘 음식이 많아질 때에만 둘 다 사용하고 그 외에는 냉장고로서 보다 짐을 두는 공간으로 활용을 하기로 했다. 

오래되고 낡았다고, 그리고 새로운 것이 생겼다고 해서 옛 물건을 버리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동안 나와 함께 해 왔고 그만큼 물건이라 할지라도 정이 들어서 쉽사리 없앨 수는 없다. 수원으로 와서 모든 것이 낯설고 익숙지 않았던 때에 옛 냉장고도 나와 마찬가지로 우리 집에서 둥지를 틀고 새로운 시작을 하였다. 동병상련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을지라도 어쨌거나 나에게는 정이 든 물건이다. 

아직 냉장고의 내용물들을 다 옮기지 않았다. 반 정도는 옛 냉장고에 또 반 정도는 새 냉장고에 들어있다. 이러면서 서서히 새 냉장고에도 정을 붙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옛 냉장고에게는 서운한 말이겠지만 존재의 필요성이 적어지겠지. 하지만 걱정마라. 난 새로 산 예쁜 와인 색의 냉장고도 좋고 있는 듯 없는 듯 나와 함께 해온 무채색 같은 옛 냉장고 너도 좋으니까. 우리 함께 잘 생활해 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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