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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깊은 엽서 한 통, 윤동주의 시
오늘이 곧 어제가 되고 어제가 모여 내일이 된다
2011-11-19 22:29:23최종 업데이트 : 2011-11-19 22:29:23 작성자 : 시민기자   김유미

뜻깊은 엽서 한 통, 윤동주의 시_1
엽서에 수록된 윤동주 시


얼마 전, 퇴근 후 집으로 오는 길 우편물을 살펴보다 내 앞으로 온 편지 한통이 있었다. 
다름 아닌 평소 10년 지기 절친한 친구한테서 온 엽서 한통. 예상하지도 못한 우편엽서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편지봉투를 뜯어보니 자신의 사진 한 장을 엽서로 만든 편지를 선물한 것이다. 

요즘 같은 시대에 서로에게 편지를 써줌은 물론이거니와 이를 우편으로 부치는 경우는 드문데다, 자신은 절대 편지를 편지지가 아닌 직접 만든 엽서에 편지를 쓰는 버릇이 있는 친구였고 대학 졸업 후에는 처음으로 받아본 엽서여서일까? 

마치 학창시절 서로 수십 통의 편지를 주고받던 그 시절로 돌아간 듯 한 느낌에 설레는 마음으로 엽서를 읽어나갔다. 엽서에는 자신의 20대, 30대, 40대의 인생목표와 더불어 윤동주의 시 한편이 적혀 있었다. 
처음에는 윤동주의 시 임을 몰랐다가 나중에 확인할 결과 생소하지 않음에 알 수 있었다. 장황한 연설보다 더 마음으로 다가온 시 한편.

본디 이게 시의 매력이라는 것은 시를 접할 때마다 깨달으면서도 이 날 이 시는 동시대에 살면서 같은 고민을 나누는 친구의 아픔이 느껴져서 이었는지 가슴에 와 닿았었다.

잃어버렸습니다.                  -윤동주-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을 나아갑니다.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과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을 
담 저 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는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나에게 무엇을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일까? 나와 무엇을 공유하고 싶었던 것일까라는 생각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내가 느끼는 바가 친구가 공유하고자 했던바와 다를 수도 있겠지만 따로 전화하여 묻지 않았다. 나에게 어떠한 의미로 다가왔던 마음이 전달되었다면 그것으로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나에게 이 시는 완벽하지 않아도 좋다, 끊임없이 고민해도 좋다는 위로로 다가왔다.

누구나 하고 싶은 일이 있고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가 있다. 나에게도 그런 일들이 있고 그런 분야가 있다.
그런 나에게 나는 무엇을 잃어버렸으며 무엇을 찾기 위해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를. 하루하루가 그저 흘러가는 시간이 아닌 살아있는 시간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내가 후회하는 오늘은 곧 어제가 되고, 이가 곧 내일이 된다는 것에 앉은 그 자리에서 오랜 시간 동안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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