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유기그릇에 매혹되다
2011-09-27 19:29:43최종 업데이트 : 2011-09-27 19:29:43 작성자 : 시민기자   이은영

사촌언니가 근사한 곳에서 점심을 사준다며 전화를 했다. 평일 점심은 남편이 출근하고 혼자 해결하기 때문에 언니의 전화가 너무 반가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결혼 후에는 내가 항상 음식을 하는데 내가 하는 음식은 먹기 싫기 때문에 언니의 갑작스런 전화가 더 반가웠는지 모른다. 아마 주부들이라면 공감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렇게 언니와 함께 간 곳은 용인의 한 한정식 식당이었다. 식당 외관은 별 다를게 없었는데 안으로 들어가니 식당 인테리어가 여성들이 좋아하는 분위기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여성 손님들로 꽉 차 있었다. 그리고 유명한 식당임을 증명하듯 자리가 없어서 한참을 기다리고서야 들어 갈 수 있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기다리고 드디어 자리에 앉았는데 모든 음식이 유기그릇에 담아져서 나오는 것이었다. 유기그릇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을 못했는데 음식이 유기그릇에 있는 것을 보니 근사해 보였다.

유기그릇에 매혹되다_1
유기그릇에 매혹되다_1


유기그릇은 결혼할 때 시부모님들께 예단을 드렸을 때 접하고는 두 번째 접하는 것이었다. 예단을 장만할 때는 엄마가 직접 고르고 샀기 때문에 유기그릇이 그렇게 예쁜 빛깔을 가지고 있는지 몰랐었다. 또 유기그릇이 이렇게 고급스러울 거라고는 더욱더 생각을 못했었다. 

엄마가 유기그릇을 예단으로 준비하실 때는 어른들이 유기그릇을 좋아하시려나? 하는 의문이 있었다. 내가 알던 유기는 옛날 어른들이 제사 지낼 때 쓰던 그릇으로만 기억됐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유기그릇은 무겁기도 하고 색깔이 변해서 계속 닦아주고 관리를 잘 해야 하는 그런 그릇이었기 때문에 나처럼 젊은 사람들은 유기의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언니와의 식사로 유기에 대한 내 생각이 바뀌었다. 처음에 유기의 빛깔 때문에 유기그릇에 관심이 생겼지만 알고 보니 유기그릇은 놀라운 살균력도 있다고 한다. 그릇 안의 음식을 균이나 독으로부터 보호한다고 한다. 
그리고 유기를 놋그릇이라고도 하는데 이 유기는 비타민, 단백질 같은 음식의 영양소를 장시간 유지하며 보온과 보냉에도 효과적이라고 한다. 또 농약, 나쁜 공기 등 독성물질을 검출하며 소량의 미네랄을 방출한다고 한다. 유기의 이런 좋은 점은 예전부터 전해져오는 사실로써만 알고 있었으나 최근에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이라고 하니 더 믿음이 갔다.

유기는 구리와 주석의 합금으로 이루어졌는데 고려시대에 처음으로 구리와 주석을 78:22 비율로 정확하게 녹여 만든 놋쇠덩이를 불에 달구어 여러 명이 망치질을 되풀이해서 얇게 늘려가며 형태를 잡아가는 방짜기법을 이용한 밥그릇이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대중화되지는 못하고 불교용품으로만 활용되었는데 조선시대에 들어와서는 놋그릇을 생산하는 방짜기법에 주물기법이 새로 추가되어 우리의 생활용품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되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유기는 우리 조상들과 역사를 같이 했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 식탁에서 유기그릇을 보는 것은 힘들다. 관리하기 힘들다는 이유와 사기그릇과 스테인레스 등 새로운 그릇들로 인해 유기가 우리 식탁에서 설 자리를 잃어 가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유기를 관리하는 손쉬운 방법들도 많이 생겨났다고 한다. 그리고 비싸다고만 알려진 유기를 저렴하게 파는 곳도 많다고 하니 나처럼 유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한번 바꿔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유기그릇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고 우리의 조상들이 써왔던 유기가 예전처럼 대중화되기를 기대해 본다.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