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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을 품고 사라진 매탄2동 삼성2차아파트 앞 ‘빨간 우체통’
통신기술 발달과 소통 방식의 변화에 따른 빨간 우체통 감소
2020-08-03 23:04:30최종 업데이트 : 2020-08-07 16:22:32 작성자 : 시민기자   공종선

있는 듯 없는 듯 스쳐 지나가기 바빴던 앞이었는데 떡하니 발길을 멈추고 바라봤다. 자주는 아니지만 여러 차례 이용했던 빨간 우체통이었다.  매탄2동 삼성2차아파트 앞 빨간 우체통은 1993년 10월부터 사람을 잇고, 마을을 잇는 소식 담당으로 27년을 꿋꿋이 자리를 지켜왔다. 그런데 시대의 변화와 함께 2020년 7월 15일 수많은 추억을 품고 사라지기에 이르렀다.

2020년 6월15일 한 달후 우체통이 철거된다는 안내문

2020년 6월15일 한 달 후 우체통이 철거된다는 안내문

빨간 우체통에 붙은 '우체통 철거 안내문'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매탄동 810번지는 빨간 우체통이 27년간 소식을 기다리며 서 있던 자리다.
"평소 우체국을 이용하여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곳에 설치된 우체통은 고객 이용 감소로 인해 수집되는 우편 물량이 없거나 저조하여 2020년 7월 15일 자로 철거할 예정이오니 양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우체통에 낯설게 붙어 있는 철거 안내문을 한참 동안 읽었다. 그리고 짧지만, 앞에 서 있는 빨간 우체통과의 함께 했던 추억을 떠올렸다.

2017년 영통구 매탄1동으로 이사 왔다. 여기가 어딘지 낯설기만 해서 적응에 애를 먹던 때의 일이다. 둘째 아이가 저녁에 책상에서 꼬무락거리며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그러더니 후다닥 방 밖으로 나와서 엽서를 보내야 한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도대체 무엇이길래?
왜 그러는지 살펴보니 책에 붙어 있는 응모엽서를 예쁘게 꾸몄다. 우편 응모엽서 도착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아서 어서 빨리 우체통에 넣어 보내야만 했던 터였다. 딸아이만 할 때 나 역시 세상은 내 중심으로 흘러가야 했기에 아이의 필요를 해결해 주고 싶었다. 그리곤 같이 '우체통이 어디에 있더라? 지나다니다 본 것도 같은데….' 머리를 잠시 맞대었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앗 거기! 횡단보도 건너 산골 통닭집 앞!!"하며 딸아이와 보물을 찾은 듯 마주 보며 깔깔 웃었던 일이 생각났다.

둘이서 손바닥만 한 엽서를 들고 그렇게 빨간 우체통 앞에 서서 '응모기한 내에 잘 도착하게 해주길~ 그리고 기분 좋은 응답의 소식을 전해주길~' 바라는 마음을 함께 우체통에 쏙 넣었다. 그것이 매탄2동 삼성2차아파트 앞 빨간 우체통과의 첫 번째 인사였다.

그 후로도 집에 모아두었던 우표들로 편지와 엽서를 보내면서 오고 가며 이용 가능한 우체통을 이용하였다. 2019년 6월 초에는 딸아이가 친구로부터 손편지를 받고서 너무 기뻐했던 기억이 난다다. 멀지 않은 곳에 살면서 교회에서 만나는 사이였지만, 손편지를 통해 우정을 나누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이메일 계정도 개설했기에 이메일로도 소식을 쉽고 빠르게 주고받을 수 있을 텐데, 소식이 전달되는데 2~3일의 시간이 걸리고 손으로 써서 주소를 적고 하는 과정을 즐기는 모습이 새삼 신기했다.

그렇게 편지를 주고받으며 설레하고 빨간 우체통에 넣고, 집 우편함을 살피는 모습을 보면서 '그래 그렇지~ 기다림의 즐거움!' 소통의 수단이 바뀌었지만 느림 속에 전해지는 사랑과 진실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그러면서 나는 언제 손편지를 보냈었지? 갸우뚱하면서 딸아이가 느끼는 기쁨을 나도 전해야겠다 생각이 되어 교회학교 교사로 맡고 있던 아이들에게 손편지를 보내기로 했다. 딸의 또래이기에 소녀들의 마음은 똑같을 것이라는 '반짝'거리는 생각으로 엄마들을 통해 주소를 물어 비밀엽서 띄우기를 준비했다. 아기자기한 엽서를 사기 위해 여러 문구점을 다녀서 엽서와 봉투 set을 사며 룰룰루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들이 잠든 사이 사랑과 정성을 꾹꾹 눌러 평소에는 시간이 없어 해주지 못했던 말을 글로 적으며 아이 한 명 한 명을 위해 기도했다. 13통의 엽서를 봉투에 넣고 또박또박 주소를 적어가며 우편함에서 본인의 이름을 보며 깜짝 놀라며 좋아할 모습을 그려보았다.

마지막으로 우표를 붙이고 일찍 도착하기 바라는 마음으로 아침 일찍 빨간 우체통에 넣고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문득! 우편요금을 잘 붙인 건가?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어서 우편요금을 검색해보았다. 이런~! 예쁜 엽서와 봉투로 보낸다고 골랐던 것이 비규격이어서 우편요금이 부족했다. 이미 빨간 우체통 배 속에 넣었기에 꺼낼 방법은 없고 이 일을 어쩌나 하는 동동거림이 생겼다. 왜냐하면…. 편지를 받고 부담감에 답장을 할까 봐 보내는 주소를 집 주소로 하지 않고 교회 주소로 했었다.

요금 부족시에는 보낸 주소로 반송이 되는데 이거 참 교회로 보내지면 누가 보낸 거지 하며 곤란해 하실까 봐 동수원우체국에 전화해서 이러한 상황을 설명하였다. 그랬더니 매탄동 우편 취급담당자와 연결을 해주었고, 거기서 끝난 것이 아니라 다시 빨간 우체통 담당 집배원분과 통화를 했다. 다행히 아직 빨간 우체통에서 우편물을 수거해가기 전이라 순차적으로 일을 보시고 도착하시는 시간에 우체통 앞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두둥~우체통에 우편물을 넣어보기만 했지 열어본 적은 없는 터라 살짝 긴장되었다. 딸깍 우체통이 열리고 우체통 뱃속을 보았는데 어라? 학생들에게 보내기 위해 넣은 13통의 우편물과 분실물로 보이는 물건 그리고 쓰레기들이 들어있었다. 우편물을 찾아서 다행이었지만 우체통 뱃속을 직접 보니 왜 그리 허전함이 느껴졌는지….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많이 이용하지 않는구나 하는 복잡미묘한 생각이 스쳐 갔다. 나도 이렇게 오랜만에 이용하면서 말이다.

아침부터 시트콤을 찍은 터라 엄마들과 엮인 카톡방에 이러한 일이 있었노라 하면서 빨간 우체통 사진을 전송했다. 한 어머니는 "우와~오랜만에 빨간우체통을 보니 반가워요. 우표를 본 지도 오래된 것 같아요."라는 답을 해주셨고, 또 다른 어머니는 "요즘 빨간 우체통 찾기 힘든데 사진만 봐도 반갑네요~"라는 답을 보내주었다.

그렇게 자주 우편물을 보내지 않은 티를 팍팍 내며 보낸 엽서는 이런 정성도 같이 전달해주었는지 뜻밖의 엽서를 받고 아이들이 너무 좋았다고 엽서 받고 아이가 너무 행복해했다고…. 아이에게 특별한 추억이 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보내는 수고로움이 있었지만 나 역시 보내는 즐거움을 맛본 터라 기분이 참 좋았었다.

아~ 그런데 이젠 어디에 우체통이 있는 거지? 라고 생각이 이어질 즈음 "그 후 우편물을 발송할 때는 가까운 매탄1동 우체국(중부대로 242)이나 동수원로 516 구법원사거리 법원 농협 앞 인근 우체통을 이용하라"는 친절한 인사가 빨간우체통에 안내되었다. 그렇게 안내문이 붙여진 한 달 후 빨간우체통이 있던 자리는 비워졌다. 빨간 우체통이 있을 때는 몰랐던 빈자리로 우체통이 있던 자리를 보자니 여러 의미의 허전함이 전해온다. 그리고 얽힌 소소한 추억도 함께 떠오른다.

 

27년간 매탄2동 삼성2차아파트 앞에서 자리를 지켰던 우체통이 추억을 품고 사라진 후 '빈자리'

27년간 매탄2동 삼성2차아파트 앞에서 자리를 지켰던 우체통이 추억을 품고 사라진 후 '빈자리'

통신기술 발달과 소통 방식의 변화에 따른 빨간 우체통 감소

 
수원우체국 홈페이지(http://www.koreapost.go.kr/440/index.do)기관 소개에서 우체국스토리 가운데 우체통의 의미를 보면 빨간 우체통은 우체국의 상징물이자, 사람과 사람의 정을 이어주는 소식 전달자로서 국민에게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아왔다는 기록이 있다. 불과 30여 년 전만 해도 우체국 고객의 소리에 "우체통이 멀어서 불편하다", "우체통이 모자란다"라고 할 정도로 우체통은 거리의 랜드 마크이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 고리였다.

현재는 스마트 전화사용과 이메일, SNS 등의 통신기술 발달과 소통 방식의 변화로 1993년 5만 7천 개나 되었던 우체통은 오늘날 1만 6천 개로 72% 감소하였다고도 쓰여있다. 동수원우체국에 문의해보니 철거되는 매탄2동 삼성2차아파트 앞 우체통이 1993년 10월에 설치되었다고 담당자가 설명해 준다. 가까운 곳에 소식의 전달자로 그 역할을 이어왔을 거리의 랜드마크였던 것이다.

그렇게 자리를 지켰던 우체통의 철거기준을 전화로 물어보니 동수원우체국 관계자는 "최근 3개월간 수집물량이 10통 이하인 우체통 중에서 이용자 불편을 고려하여 인근에 우체국과 우체통의 여부를 우체통 철거기준으로 삼는다."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매탄2동 삼성2차아파트 앞 우체통은 3, 4, 5월 동안 1통의 물량도 없었다고 했다. 그렇다고, 물량만의 기준을 두지 않고 무엇보다 이용자분들의 불편을 최소화하여 결정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물량만의 기준이라면 철거될 우체통이 많다고 하는데 이후에는 '그땐 그랬지'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쳐 갔다. 우체통 철거 소식에 담당 집배원도 "좋은 소식을 전하는 수호역할이 줄어들고 점점 없어져 가는 추억이 된다."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시대의 변화를 거스를 수 없는 우체통 철거를 통해 집배원의 업무 경감과 효율적 우체통 관리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아직 남아있는 거리의 빨간 우체통이 계속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기다림과 설렘'의 소식을 손편지로 전해보면 어떠할까?  27년간 매탄2동 삼성2차아파트 앞에서 추억과 행복의 통로가 되었던 빨간우체통을 마을의 소식으로 기록하여 기억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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