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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응징..어느 가족 비상대책회의
2012-12-18 11:48:36최종 업데이트 : 2012-12-18 11:48:36 작성자 : 시민기자   윤석천
토요일에 어머니 아버지께서 오셨다. 아내가 맛있는걸 해 드린다며 주방에서 뭔가 음식을 하느라 왼종일 분주하다. 
부모님 덕분에 평소 집에서 얻어먹기 힘든(?) 몇가지 음식을 맛있게 먹고 하룻밤 자고 난 다음날 일요일. 
아침 늦게 일어나 거실에서 다같이 앉아 TV도 보고 귤도 까먹으며 느긋하게 앉아 있다가 늦은 아침을 먹은 후 쉬고 있는데, 이른 아침에 밖으로 놀러 나갔던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이 싸움을 했는지 코피가 터지고 얼굴과 옷가지는 흙투성이가 돼서 돌아왔다.

기겁을 한 어머니와 아내가 아이의 코피를 닦아주고 옷을 벗기며 근심스럽게 무슨 일이냐고 다그치자 녀석은 말도 없이 입만 앙 다문채 씩씩거렸다. 무언가 분이 안풀린듯 했다.
"뭐... 애들이 싸울수도 있는거지. 싸우며 크는 거야"
나는 애써 태연한척 말하며 아이의 동태를 살폈다. 아버지도 손주의 행색을 보더니 근심스런 표정이셨다. 나도 사실 마음 한쪽에서는 아이가 혹시 어디 다치거나 부러지기라도 했으면 어쩌나 은근히 걱정은 됐지만 그렇다고 애비까지 나서서 "아이고 이를 어쩌냐? 뭔 일이다냐?"라며 난리 법석을 피우는 것도 아이 교육에 좋을것 같지는 않아서 애써 태연한 척 했다.

내가 어릴때는 상대방과 싸우다가 한쪽이 코피가 나면 무조건 지는 걸로 간주하는게 싸움의 룰(?)이었다. 그때 일이 떠올라 슬그머니 아이의 염장을 질러 줬다.
"아빠 어렸을때는 싸우다가 코피나면 지는거였거덩. 너 싸워서 지고 돌아온거지? 맞지?"
그러자 코피까지 흘리며 돌아온 아이에게 아빠가 무슨 소리냐며 아내가 핀잔을 줬다. 이내 씩씩거리기만 하던 아들놈도 내 말에 자극이 됐는지 "아빠가 뭘 알아?"라며 나를 노려봤다.

"짜아식... 왜 그랬는데?"
이쯤해서 나도 살짝 물러서는 센스. 아이를 구슬려 원인규명이라도 해봐야 할듯 했다. 아버님도 무척 궁금해 하셨기에.
"걔가 먼저 그랬단 말야. 여자 애들 배드민턴 치는데 영진이 그자식이 공을 뺏아서 가지고 달아나잖아"
"뭐? 그럼 너, 영진이라는 애가 여자애들 괴롭혀서 대신 싸운거라구?"
"어. 으응"
그제서야 말문을 열어 상황을 설명한 아이는 약간 분이 풀린듯 목소리가 누그러지고 씩씩거리던 숨소리도 좀 차분해졌다.

"차~아식. 그럼 그렇지. 역시 내 아들이란 말야. 불의를 보면 못참는거가 맞지?"
나는 여자애들을 괴롭히는 아이와 싸웠다는 아들을 보며 슬그머니 기분이 좋고 흐뭇했다. 슬쩍 웃는 나를 본 아내가 "참 좋겠수. 애는 피를 쏟고 왔는데..."라며 속상한 마음을 털어놨다.

"너, 선빵이 뭔지 아냐?"
"선빵요?"
"그래. 선빵. 아빠 어렸을때는 선빵이 최고였어. 싸울때 먼저 한방을 날리는거거든. 상대방 턱이나 얼굴에 말야. 그럼 싸움의 절반은 이겼다고 보는거야"
"여봇!!"
아들에 대한 아빠의 싸움 기술 전수(?)에 놀란 아내가 소리를 꽥 질렀다. 하지만 정말 상대방이 나쁜짓 하면 그것을 보고 참지 말아야 하는 경우도 있으니까. 

그때 아버지의 등장.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고만 계시던 아버지가 지금까지의 상황을 종합해 보신 뒤 제일 먼저 하신 말씀.
"누구냐? 그 아이 어디 살어?"
역시 아버님은 내공이 있으시다. 뉘집 자식인지 알아야 차후 응징(?)대책을 세울거 아니냐는 계산에서다. 순간 3명의 남자 전사들은 눈빛이 빛나면서 비장한 결의로 가득찼다. 마치 사지로 들어서기 직전의 목숨을 건 특수부대 요원들 같았다.

엄청난(?) 응징..어느 가족 비상대책회의_1
엄청난(?) 응징..어느 가족 비상대책회의_1

"걔, 저기 OO마트집 아들이에요" 할아버지의 질문에 대한 손주의 나직한 고자질.
그러자  아버지는 "OO마트? 그럼 소주 파는 그 수퍼 말이냐?"라시며 은밀하게 위치파악을 끝내셨다. 
이어서 나오는 응징 필살기.
"나, 낼버텀 그집서 소주 안산다. 담배도 거기서 안산다. 내가 늬집 올때마다 그 수퍼에 들러서 주스도 사 들고 왔는데 앞으로는 내가 다른데서 사 가지고 올란다."
"네, 저도 오늘부터 그 집서 커피 안삽니다. 너는?"
"저도 거기서 쪼코파이 안 사먹을 꺼예요"

이때, 시아버지와 남편 아들까지 3대가 머리를 맞댄 비상 응징 대책회의를 지켜보던 아내의 입에서 나온 한마디.
"호호호. 까무라치게 무섭네요"
그날 우리의 결의에 찬 응징 대책회의는 아내의 한마디에 그냥 소박한 웃음으로 마무리 짓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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