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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에게 본의 아닌 비밀이 생긴 이유
바자회장에서 샀다고 누가 뭐라겠어요?
2012-12-18 14:49:36최종 업데이트 : 2012-12-18 14:49:36 작성자 : 시민기자   김숙자
동생 집에 갔더니 제부네 회사에서 개최하는 바자회에 간다며 조카들이 집안에서 내다 팔 물건을 챙기느라 분주했다.
나도 따라가 보기로 하고 채비를 했다.

사실 연말연시로 마음들이 싱숭생숭 해지는 이때쯤이면 바자회는 물론이고 아름다운 가게를 열거나 밥퍼 행사 같은 것을 각 단체나 교회 등에서 많이 연다. 그중에서도 바자회는 재미도 있고 아이들이 함께 참여하기 가장 좋은 방법이다. 
아이들이 바자회에 가지고 갈 물건을 집 안에서 직접 고르고, 그 수익금을 직접 전달하므로 교육효과도 참 높을 수밖에 없다.

바자회장에 나가 보니 작은 매장에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사랑으로 진열된 상품들이 넘쳐났다.
헌 옷이라지만 새 옷 같은 옷들, 아이들 동화책, 신간 서적, 장난감, 주부들 손때가 묻은 주방용 전자제품까지 진열되었다.  취미삼아 만들던 목걸이, 팔찌, 귀걸이. 선글라스를 들고 나온 아줌마, 가방을 유난히 좋아해서 사 모은 가방이 많다며 한 아름 챙겨 나온 아가씨 등 좋은 물건들이 많아서 어느 것을 골라야할지 모를 정도였다. 

남편에게 본의 아닌 비밀이 생긴 이유_1
남편에게 본의 아닌 비밀이 생긴 이유_1

모두들 물건들을 펼쳐놓고 이게 좋을까 저게 좋을까 열심히 만져보고 펼쳐보고 입어도 보고 매어도 보고 그러면서 그 물건에 담긴 정겨운 사연들도 들으며 함께 웃었다.
어제 산 듯 아주 깔끔한 아이들 티셔츠나 청바지도 2천원 3천원이다. 

바자회를 운영하는 관리자들도 열심히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미리 준비한 진짜 새상품을 홍보하느라 바빴다. 바자회라고 해서 전부다 쓰던 물건만 있는게 아니라 각 단체와 협력업체들의 기증과 참여로 모인 새상품을 싸게 파는거라 했다.  관리자님들도 직접 돌아다니며 바자회 참가객들에게 세일즈 활동을 펼치느라 분주했다.

"제가 입은 이 옷도 바자회장에서 산 것인데 흠 없이 잘 입고 있어요. 보세요. 예쁘죠? 말 안 하면 누가 바자회서 구입한 것을 알기나 하겠어요?"
"맞네요. 그런데 바자회장에서 샀다고 해도 누가 뭐라겠어요? 잘했다고 칭찬하겠죠"
"그래요. 그렇다니까요. 한번 보시고 다른 가족분들에게도 사다 드려 보세요. 직접 입으실거면 탈의실에서 한번 입어 보세요. 이렇게 입으시면 정말 어울릴 것 같아요. 어머 이 가방 이렇게 매고 산에 가면 딱 좋겠는데요."

이분들, 홈쇼핑에서 물건 파는 사람들 뺨칠 정도로 세일즈 입담이 보통이 아니다. 여기저기서 판매에 열을 올리는 아름다운 천사들의 목소리가 정겹기만 하다.
이렇게 상품 판매를 해서 모아진 돈은 사회 곳곳의 어려운 이웃에게 쓰이고, 독거 노인의 보일러를 돌리는 연탄이나 기름을 사기도 하고, 때로는 소년소녀가장들의 학비 등으로 요긴하게 쓰일 것이다.

십시일반이라는 말이 허투로 들리지 않는 실천의 마당이었다. 내게는 필요하지 않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요긴하게 쓰여서 좋고, 그 판매 대금은 또 다른 좋은 일에 쓰이니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바자회에 참여했던 사람들 모두 가슴 가득 따뜻함과 풍성함을 안고 아쉬움을 남기며 집으로 향했을 것이다. 

많은 돈이 모아졌을런지, 아니면 약간 서운할만큼만 모아졌는지 알수 없지만 사람들의 작은 정성으로 모인 그날 모금액은 작은 사랑이 필요한 이웃들에게 따뜻한 밥 한 그릇과 담요 한 장이 될 것이다.
나눈다는 것, 거창한 것은 아니다. 아니, 하지만 쉽게 생각하면 누구나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것이다. 나도, 너도 나누는 작은 실천이 있다면 세상살이가 좀 더 살맛 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동생네 집에 갔다가 생각잖게 함께 한 바자회장에 다녀와서 비밀이 하나 생겼다. 남편을 위해 정장에 어울리는 목도리 하나 사왔는데 남편이 너무 좋아한다. 아내의 센스있는 패션감각까지 운운하는데 바자회에서 산거라고 하기에는 웬지 미안해서...
그나저나 바자회에 그렇게 다니다가는 집안 살림 거덜나는거 아니냐는 내 농담에 "이모, 엄마가 우리보다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면 나중에 천사 된다고 했어요"라고 하던 조카들의 착한 말씨에 이 추운 겨울이 유난히 따뜻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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