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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표 산골 8남매의 김장
2012-11-29 13:52:41최종 업데이트 : 2012-11-29 13:52:41 작성자 : 시민기자   이연자

예전에는 겨울 준비 중에서 제일 큰 일이 김장이라고 했다. 그런 김장을 시골에 가서 식구들 모두 모여 힘들여 했다. 충청도 산골 어느 집에 왁자지껄 집안이 들썩 들썩 모두가 힘들지만 재미있게 배추를 나르고, 절이고, 아이들까지 열심히 거들었다. 

하루 먼저 도착하여 배추를 절이는 팀, 다음날 가서 배추를 씻어 놓는팀, 또 배추속을 넣고, 뒷정리를 하는 팀 모두가 재미있게 무사히 김장을 끝냈다. 부모님 계신 시골집에는 언제나 똑같이 8남매가 모두 모여 김장을 한다. 요즈음은 조카들이 제법 일손을 도와 한결 수월하게 김장이며, 가을겆이를 척척 해낸다. 

이번에도 지난 금요일에 비가 온다고 하여 화요일에 조카와 내가 시골에 가서 배추밭에서 배추를 따서 집안의 수도가로 옮겨 놓는일을 하고 집으로 돌아 왔다가 다시 토요일에 다시 내려가서 김장을 끝냈다. 그날은 잔칫집을 방불케하는 분위기가 된다. 

부모님표 산골 8남매의 김장_1
부모님표 산골 8남매의 김장_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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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표 산골 8남매의 김장_2
부모님표 산골 8남매의 김장_2

배추속을 만들어 놓은 것과 배추를 씻어 놓은 것을 보면 김치공장과 다를게 없어보인다. 그많은 식구들 식사준비도 두명의 동생들이 맡아했다. 김장하는날에 어울리는 보쌈을 하기위해 돼지고기는 10근을 삶아야 하고 막걸리며 음료수도 어마어마하게 많이 준비를 한다. 

점심은 떡국을 끊였는데 큰솥으로 가득 준비를 했지만 게눈 감추듯하여 금방 솥에는 바닥이 드러나 있다. 모두 모이면 부모님을 비롯하여 33명이나 되니 무슨 음식이든 조금 해서는 누구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다. 그러니 겨울 동안 먹을 김장은 얼마나 많은 양을 해야하는지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것이다. 

거기에 몸이 불편한 이모님 몫까지, 혼자사는 6촌 동생, 동네 총각네꺼까지 하면 12집이 먹을 김장을 하루에 해야하기 때문에 게으름 부려서는 할 수 가 없다. 배추는 대략 330포기 정도를 한다. 그리고 동치미, 총각김치, 순무김치, 파김치며 여러가지 김치를 한다. 이번에는 백김치까지 했으니 쉬운일은 아니었다. 

자식들이 다 모이면 부모님 께서는 흐뭇하시다며 힘드신 내색은 커녕 기쁘다고 하신다. 배추속을 넣고 정리하여 김치가 담긴 통을 바라만 봐도 뿌듯하다 하신다. 한집에 김치냉장고 통을 7~8통모두 채워간다. 그렇게 해서 보내고도 흐뭇하지 않다 하시는것은 무슨 이유일까? 

부모님께서 그러시기에 우리 형제들은 받는것에는 익숙해져 있다. 당연한것처럼 꾸러미를 싸는데도 선수가 되었다. 나도 자식들한테 무조건 주는 것에만 익숙해져있어 자립심을 길러 주지 못한것 또한 후회가 된다. 그렇다고 부모님 원망은 하지 않는다. 나의 문제인것이고 고칠 점이다. 

나 어릴때는 지금보다 더많은 김장을 했다. 식구가 많고 겨울철에는 김치로 모든 것을 했기 때문에 며칠씩 김장을 했던 것이 생각이난다. 무우를 하나씩 씻기가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그래서 절구통에 무우와 물을 넣고 절구대로 무우를 문질러 씻은 기억도 난다. 

그때는 겨울에 김치가 하는 역할이 무척 컸기에 많은 양을 했다. 지금처럼 간식거리가 많지 않고 음식이 모자랐던 시절이었기에 김장이 큰일이며 중요한 행사였다. 고구마 먹을 때도 김치, 빵을 먹어도 김치, 떡에도 김치, 국을 끓여도 김치, 부침개도 김치, 만두를 해도 김치가 필요하다. 

그많은 김장을 보관하는데도 지혜가 있었다. 땅속에 독을 묻고 김치를 보관하면 일정한 온도가 유지되면서 맛있는 김치가 되었다. 겨울에 눈을 치우고 김치를 꺼내어 상에 올리면 사르르 얼은 김치맛은 지금도 잊을 수 가없다. 가을걷이 끝내고 우리집에서는 꼭 찰 시루떡을 하여 동네집집 마다 나눠드렸다. 

왜 떡을 밤에 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달이 밝은 저녘에 집집마다 돌렸던 것이다. 동생하고 다돌리고 집으로 오면 김치하고 김이 무럭무럭 나는 떡이 나를 기다린다. 많은 식구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웃음꽃을 피면 떡을 먹었다. 김장을 하면서 그때 기억을 되살려 떡도 하고 돼지고기로 보쌈을 했다. 

잔치집 분위기와 김치공장 분위기가 섞여있는 김장날이다. 식구들은 간간이 돼지고기와 막걸리로 요기를 하며 기분좋게 일을 했다. 자식들의 우애있는 모습에 부모님은 마냥 좋아 하신다. 이번 김장은 남자들이 한몫을 했다. 절이고, 속넣고, 뒷설거지도 척척해줘서 쉽게 끝낼 수 가 있었다. 

부모님표 산골 8남매의 김장_3
부모님표 산골 8남매의 김장_3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일들을 척척 해내는것을 볼때 마음이 흐뭇하고 행복감을 느꼈다. 정말 큰일이라서 어려움도 있고 부모님께서 고생을 하시는 것을 뵐때면 으레 하는말 '내년부터는 각자 하자' 했던것이 10년이 넘었다. 막상 배추를 심을 때면 자연스럽게 또 심고, 가꾸고, 그러다 보면 같이 모여 하게 된다. 

아무리 자식들이 시골로 가서 한다고 해도 부모님보다 고생이 되겠는가 부모님 께서 준비해놓으면 하루 아니면 이틀만 일을 하면 되지만 시골의 일이란 끝이 없다. 그런 부모님의 노고를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으며 일상으로 돌아오면 잊고 사는 것이다. 

눈으로 볼때는 안타깝고 속상하지만 멀어지면 잊고사는 것이 인생인것을 어찌하겠는가? 종종 전화로 안부를 전하는 것이 고작이고 하기쉬운 말로 '이제는 농사일을 그만 하세요' 하는것이 전부이다. 
방법을 찾으려 하지 않는 자식들이다. 누가 한말인지는 모르나 '부모가 자식한테 하는 것에100분의1만 해도 효부소리 듣는다' 라는 말이있다. 정말 그런것같다. 

집으로 돌아갈때는 꾸러미를 꾸리고 하나라도 더가져가려고 하는것을 볼때면 말로만 부모님 걱정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굽은 허리, 절룩이는 다리,삐뚤어진 손 모두가 그많은 식구들을 건사하느라 생긴 훈장이다. 김장을 끝내고 집으로 오려고 할때 아버지를 안아보았다. 처음은 아니지만 오랫만에 안아드렸다. 

부모님의 초라하고 지쳐계신 모습에 눈물이 왈칵 흘렀다. 애써 감추고  집에 도착 하여 걱정하실까봐 전화를 드렸다. 그러면서 화 아닌 화를 냈다. 입안에 사탕 물고 말하듯이 투덜대고 있다. '이제 농사일 그만하세요'하며 속상함을 표현했다. 김장을 끝냈으니 후련해야 하는데 부모님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 

부모님의 정성이 담긴 김치를 먹을 때마다 부모님 노고에 감사하며 소중함을 잊지않을 것이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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