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냉랭한 이웃관계의 도화선, 층간 소음
함께 사는 이웃, 대화와 이해로 소통하기
2012-12-12 00:09:52최종 업데이트 : 2012-12-12 00:09:52 작성자 : 시민기자   안세정
지난 3월에 새로 이사온 빌라. 결혼 6년 만에 처음 가진 전셋집이다. 
어느덧 우리 부부는 두 아이의 부모가 되었고 5살인 큰 아이는 새로 이사 온 집에 거실이 있는 것이 그리도 좋은지 마냥 뛰기 바빴다. 그렇게 '룰루랄라' 즐기며 새 집을 만끽하며 지낸 이튿날, 오후 1시경 '띵동띵동'.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아주머니 한 분이 미간이 잔뜩 찌푸린 채, 문 앞에 서 계셨다.
"아랫집인데, 그 전에 1층에 살다 오셨어? 우리 집에 내려와서 앉아 있어봐. 도저히 머리가 아파서 살수가 없어."
아랫집 1층 이웃과의 첫인사를 그렇게 시작했다. 이사 온 이후, 아랫집에 살고 계신 분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았을 리 만무하다.
다만, 낮이니 아이 하나가 조금 뛰는 것쯤은 이해하시리라 믿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이곳에 이사오기 전 계약서를 작성하면서 집 주인에게 아랫집 분들 예민하신지, 어떤 분들이 사시는지 미리 여쭸을 때 집주인은 "아이고, 그 집에도 8살 여자애 하나 있어요. 내가 보기엔 그 집이 우리 빌라에서 제일 시끄러울 걸. 그러니 이해할거에요."라고 했던 터라 마음을 놓았던 것이 화근이었다. 

냉랭한 이웃관계의 도화선, 층간 소음_1
사뿐사뿐 다니라는 엄마의 잔소리에 머리를 긁적이는 아이의 모습

"죄송합니다, 조심하겠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나름대로 조심하려 애썼지만 방방 뛰고 싶은 아이를 그만 뛰어라 다그치고 혼내는 일에 일상이 지치기에 이르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집에 이사온 감동은 멀어진 채 스트레스만 잔뜩 되어 다시 예전의 좁은 집이라도 아랫집 별소리 없던 곳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렇게 조심조심 하며 산다고 살았지만, 아랫집의 경고를 들은 그 주의 주말, 또 다시 초인종이 울렸다. 문을 열어보니 엊그제 경고를 주고 가셨던 아랫집 아주머니셨다.
"나 좀 들어가도 될까!"
아무리 이웃이라도 대뜸 집안으로 들어오겠다고 하니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
"네, 들어오세요."

"아이고, 시끄러워서 못 살겠어. 주중에 애 뛰는 소리는 어떻게 이해해보려고 하는데 주말에 쿵쿵 걷는 소리가 너무 심해. 아무래도 아저씨 걷는 소리 같은데, 좀 조용히 걸으면 안될까?"
아주머니는 남편을 바라보며 훈계를 하기 시작하셨다. 남편은 아무리 어른이라도 요목조목 따져보고 바른 것을 찾아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인지라 그때부터 아주머니와의 언쟁을 시작했다.
"아주머니, 저 몸무게 60kg도 안 나가는 사람입니다. 저 걷는 거 보시겠어요? 밤도 아니고 이렇게 대낮에 걷는 소리까지 나무라시려고 오시는 건 좀 아닌 거 같습니다."
"아니, 이 양반이!! 내가 자네 어머니뻘인데 어른이 말을 하면 '알겠습니다. 조심하겠습니다.' 하면 그만인 걸 왜 말대답이야!!"

한동안 언쟁이 오가는 사이, 나는 중간에서 우물쭈물하고 물끄러미 구경하는 아이들을 다른 곳으로 유도하기 바빴다. 결국, 남편이 승!!
사실, 그 동안 잠을 자다가 새벽녁에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노랫소리에 잠을 깬 것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이사오기 전 집주인에게 아래 집 사시는 분들 예민한지 여쭙자 신경 쓰지 말라며, 아래층에 할아버지가 기분이 좋으시면 새벽마다 노래를 한가락씩 뽑으시는 거 같은데 서로 이웃이니 그거나 잘 이해하며 살라고 해서 그런가 보다 하며 지내던 찰라였다. 남편이 그 문제를 들고 일어난 것이다.  

"아주머니, 새벽에 거기 아저씨 노래 부르시죠? 저희 그 노래 소리 때문에 잠 못 잡니다. 그리고 그 집 아이, 피아노 소리 엄청 크고요. 아무리 아래층이라 해도 아이가 신나게 뛰는 소리, 저희 집까지 다 울립니다. 하지만, 함께 이웃하며 사는 사이이니 말없이 참으면서 살아가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아주머니는 저희가 참고 사는 거, 이해하고 사는 것은 모르시고 이렇게 일방적으로 걸음걸이까지 따지러 오시면 저희는 이 집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그때서야, 아주머니는 그랬냐며 바깥양반이 새벽에 노래 부르는 건 '잠꼬대'라고 고칠 수 없는 것이라니 이해해달라고 양해를 구하셨다. 그리고 아이가 피아노 소리, 뛰는 소리 큰 것은 1층집이라 그렇게 크게 위층까지 들릴 것이라 예상을 못하셨다는 것이었다. 
결국, 그럼 서로 이해하며 살자고 이야기는 마무리 지었지만, 우리는 서로 몇 달을 냉랭한 사이로 지내야 했다. 그 집 아저씨는 우리가 인사를 해도 잘 받지 않으셨고 그 집의 며느리도 우리가 지나며 인사를 해도 모르는 척 지나가기 일쑤였다.

냉랭한 이웃관계의 도화선, 층간 소음_2
지난 여름 집안에서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었던 아이의 신나는 바깥놀이
,
냉랭한 이웃관계의 도화선, 층간 소음_3
아이가 실컷 뛸 수 있는 공간을 주고 싶은 아빠

그나마 사이가 조금 풀어지게 된 계기는 얼마 전, 둘째 아이 돌잔치를 치른 후 집에 친척들이 놀러 와서 돌떡을 넉넉히 들고가 양해를 미리 구하면서부터였다. 아주머니는 "알았어요, 우리 떡 좋아하는 거 어떻게 알고~"하며 웃으시며 받아주셨다. 몇 달 만에 처음으로 아주머니의 미소를 보았다. 초인종을 누르고 차가운 문 앞에 서서 기다리는 동안 떡을 들고 긴장되던 마음이 눈 녹듯 사그러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오후, 아랫집 꼬마애가 우리 집 초인종을 눌렀다. 아가 돌 선물 이라며 어제 떡 잘 먹었다고 아기 양말 2개를 사온 것이다. 그 다음날, 집 앞에서 만난 두 내외분께 선물 정말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리자, 처음으로 미소를 던지며 우리의 인사를 받아주셨다.

'층간 소음'으로 한창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 때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못 살겠다고 넋두리를 해대었다. 그러자 의외로 '층간 소음'의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이 내 주변에 많음을 알게 되었다. 아파트에 사는 한 언니는 아래 집 아저씨와 남편이 몸싸움까지 해서 경찰서에 두어 번이나 다녀왔다고 고백했다. 또 다른 친구는 새로 이사간 아파트에서 혼자 가만히 차 마시고 있는데 아래집에 사는 사람이 들이닥쳐서 지금 누가 뛰고 있냐고 행패를 부리고 갔다고 했다.

도시에 사는 우리, '층간 소음'으로 인해 이웃과 얼굴을 붉히며 때로는 언성도 높여가며 각자의 안위를 찾으려 애쓴다.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이런 '층간 소음'이 없는 곳을 찾아 귀농도 결심한다. 우리 아이들이 맘껏 뛰어 놀 수 있는 집으로 가기 위해.

이런 '층간 소음' 문제가 비일비재하고 그 심각성이 날이 갈수록 더해져서 시시비비를 명확히 따지기 위해 '층간 소음 조정 위원회'도 생겨났다고 하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참 씁쓸한 현실이다. 
결국 서로 조금 더 대화하고 소통하면서 이해하면 쉽게 풀릴지도 모를 일들인데 말이다. 이웃과 가까이 하기를 꺼리는 세상에 살고 있는 요즘이 아닌가 싶어 참으로 씁쓸하다. 한 건물에 살면서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이웃이 많다. '이웃사촌'도 이제 옛말인가.
 
 
프린트버튼캡쳐버튼추천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