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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원짜리 동전을 주워온 아이
2012-11-07 02:29:40최종 업데이트 : 2012-11-07 02:29:40 작성자 : 시민기자   윤석천

우리 어릴때는 천지 사방이 전부다 놀이터였다. 동네 골목길은 물론이고 친구네 집 담벼락, 길가 도랑은 물론이요, 빈 공터나 심지어 지붕 옥상까지 전부 다 놀이터 역할을 해 주었다.
하지만 지금은 남의 집 옥상은 올라가려 해도 옥상이 있는집 자체가 별로 없다. 거의 다 아파트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있는 골목길은 거칠게 지나다니는 차들 때문에 위험천만하기 짝이 없다. 

결국 요즘 아이들의 놀이터는 기껏해야 아파트 단지내 놀이터나, 아파트가 아닌 일반 주택가의 공용 놀이터가 전부다. 자연히 아이들이 바글바글 몰려있을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많이 몰리다 보니 너도나도 모여서 과자도 먹고 빵도 먹고 아이스크림도 먹는다. 그리곤 그 아이들이 버리고 간 과자 부스러기와 비닐 등이 떨어져 있기 마련이다. 아파트 내에 있는 놀이터에서는 경비원 아저씨들이 매일같이 휴지를 줍고 청소를 하며 비질도 한다.

 

10원짜리 동전을 주워온 아이_1
10원짜리 동전을 주워온 아이_1

요즘 아이들 놀이터는 과거에 모래를 깔던것과 다르게 전부다 우레탄을 깔아 놓았다. 그러니 비질을 한번만 쓱쓱 해도 금새 깨끗해진다. 누군가 조금만 신경 쓰면 아이들이 깨끗한 놀이터에서 놀수 있는데 이 놀이터에 나와 아이들을 위해 비질을 하는 경비원 아저씨를 처음 봤을 때 참으로 세심한 분이라는 생각을 했다. 

며칠전에는 비질을 하는 경비 아저씨를 본 우리집 딸아이가 동시를 지었다며 보여주는게 아닌가.
"바람은 아파트에도 불어온다/ 빗자루로 놀이터를 청소하시는 아저씨께는 / 바람이 땀을 식혀 주면 좋겠다. / 경비 아저씨는 바람이 고마울까?"

아이 눈에는 놀이터를 청소하시는 아저씨가 엄청 힘들어서 더웁고 땀을 뻘뻘 흘리시는 모습으로 보였나보다. 그렇잖아도 놀이터에서 놀다가 휴지도 버리고 껌도 바닥에 뱉고 아이스크림도 먹다 흘렸다는 아이는, 아저씨가 비질을 할 때마다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아이가 대견했다.

아이가 얼마전에는 웬 10원짜리 동전을 주워 와서는 날더러 보여 주는게 아닌가.
약간 어처구니가 없어서 그걸 어디서 주워왔냐 물었더니 놀이터에 떨어져 있길래 주워 왔다는 것이다. 하기사, 요즘 길바닥에 10원짜리 떨어진걸 보고 애써 허리굽혀 주울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나도 그랬다. 기껏 10원짜리를 주워 들고와서 보관해 달라고 내미는 아이에게 약간 어이가 없어서 "그런걸 뭐 하러 주워 오냐"고 했더니 "그럼 어떻게 해요, 휴지통에 버려요?"라고 되묻는 것이었다. 
내가 재차 "그걸 어떻게 할 거니"라고 물었더니 아이는 "어떻게 하긴, 저금통에 넣으면 되지요. 나중에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사서 경비원 아저씨와 친구들에게 나눠 줄 거에요"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말하는 아이를 보며 그동안 길에 떨어진 동전은 재수가 없다며 줍지 않았던 나의 마음이 무처 부끄러워 졌다. 우리 같은 어른들의 그릇된 편견과 배부른 생각이 오히려 돈의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았나 싶었다. 버릴 것과 버리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올바른 생각을 심어 주어야 하는데...

언젠가 TV를 통해 히말라야 오지의 한 마을에서 유기농 커피농사를 짓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다. 남녀노소가 한데 어울려 열심히 커피농사를 짓는데, 그중 젊은 부인은 4명의 자녀와 힘겹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그 다큐 프로를 보면서 내용의 취지와는 전혀 관계없이 엉뚱한 불안에 내내 가슴을 졸여야만 했다. 방문도 제대로 여닫히지 않는 작고 허름한 집에 살고 있는 젊은 부인과 천진스럽기 짝이 없는 어린 딸들이 혹여 무슨 일이라도 당할까 싶어 프로그램이 끝날 때까지 잠시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다행히 커피농사가 잘되어 남녀노소 마을사람들이 커피자루를 머리에 이고 등에 진 채 판매소를 향해 다같이 시끌벅쩍 와글와글 웃으며 산비탈 길을 내려가는 마지막 장면을 보고서야 나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그들과 아무 관련도 없는 이역만리에 살고 있는 내가 감사한 생각까지 갖는 것은 왜일까. 

그것은 그들이 어떤 큰 부귀영화나 억만금 이런걸 바라지 않고  오로지 자연의 뜻과 섭리를 받아들이고 순종하며 작고 소박한것에도 만족하며 사는 모습에 대한 감동에서 비롯된것 같다.
10원짜리를 주워서 들고 온 아이를 돌이켜 생각해 보면, 작은것이라도 중요함과 귀하게 여길 줄 아는 마음가짐이 있었기에 나는 그나마 아이에게 고맙고 대견함을 느낀다.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올바르게 가르치고 주어야 하는게 뭔지 깨닫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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