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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자 시에 의한 화양루로부터’ 창작곡 발표
수원창작악회 제5회 정기작품발표회
2018-10-10 14:40:26최종 업데이트 : 2018-10-10 17:19:29 작성자 : 시민기자   한정규
클래식 매니아를 자처하는 내게 가장 큰 장벽은 현대음악이다. 현대음악은 우리 귀에 익숙한 클래식에 비해 악곡 구성이 다르기 때문에 난해한 게 사실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클래식은 헨델,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 쇼팽, 브람스, 차이코프스키 등 교과서적인 음악가에 익숙하다. 라디오 음악방송을 들어도 80% 이상은 친숙한 음악가의 음악이 주를 이루는 것 같다. 그렇다보니 현대음악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으며 어쩌다 듣게 돼도 끝까지 들으려면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하다.

브루크너, 말러를 얘기하면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한다. 현대음악도 어떤 계기를 통해 듣게 되면 멜로디가 귀에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 브루크너 교향곡 7번의 경우가 그렇다. 과거 인기 드라마였던 불멸의 이순신에 삽입됐었는데 드라마가 끝난 이후에 그 사실을 알게 됐다. 그 사실을 알고 음악을 들어보니 브루크너 교향곡 7번뿐 아니라 다른 음악도 귀에 들어오는 경험을 했다.
수원창작악회 제5회 정기작품발표회 리허설장면/사진제공, 수원창작악회

수원창작악회 제5회 정기작품발표회 리허설장면/사진제공, 수원창작악회

2년 전인 2016년 10월 13일 수원시립교향악단은 김대진 지휘로 '그레이트 말러 시리즈'를 시작했다. 수원시립교향악단은 2010년 베토벤 교향곡 전곡을 시작으로 2013년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6곡, 2015년 시벨리우스 7곡 전곡을 연주해 기본기를 튼튼히 한 이후 말러 시리즈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 유명한 구스타프 말러(1860-1911)의 음악을 온전히 들어보려고 이론적인 배경지식을 공부하고 음악을 들었다. 말러 시리즈는 중단됐지만 내 귀에는 말러 멜로디가 익숙해졌다.  

지난 9일 저녁 7시 30분 수원SK아트리움 대공연장에서 수원창작악회 제5회 정기작품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8곡이 연주됐는데 현대에 작곡이 됐다고 모두 현대음악이라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작품의 구성이 현대적인 것이다.

수원창작악회(회장 주용수)는 수원에 연고를 둔 현대음악 작곡가들이 결성한 순수음악 창작단체다. 수원창작악회는 관현악, 실내악, 오페라, 성악, 타악 등 여러 장르에서 왕성하게 창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수원 문화예술 분야의 보배 같은 존재다. 

이날 발표회에서는 작곡가 정혜은, 이경우, 박영란, 양희주, 손정훈, 김은혜, 주용수의 작품이 양승렬이 지휘하는 아파시오나타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발표됐다. 1부 마지막 순서에서는 현대음악의 대가인 헝가리 태생 바르톡(Bartok, 1881-1945)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을 피아니스트 장유나의 협연으로 들을 수 있었다.
수원창작악회 제5회 정기작품발표회 리허설장면/사진제공, 수원창작악회

수원창작악회 제5회 정기작품발표회 리허설장면/사진제공, 수원창작악회

첫 번째 곡은 작곡가 정혜은의 'Dancing with the Tap'이 연주됐다. 현악기들의 피치카토로 시작하면서 쉽고 단순한 리듬패턴이 반복되는 경쾌한 느낌의 소품이었고 현악기 공명통을 두드리는 기법이 사용돼 인상적이었다.

두 번째 곡은 작곡가 이경우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무의식의 선들'이 연주됐다. 자연과 일상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기하학적 무늬 패턴을 음악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현대음악에서는 팀파니의 연주도 전혀 고전적이지 않은 현대적 타법이 귀에 들어왔다.

세 번째 곡은 작곡가 박영란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아리랑 환상곡'이 연주됐다. 아리랑은 우리 민족의 감성과 정서가 담긴 곡이다. 제1악장은 서곡, 정든 님, 이별로 구성됐는데 도입부에서 밀양아리랑, 진도아리랑의 선율이 부분적으로 나타나 곡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표현했다.
 
네 번째 곡은 바르톡의 피아노 협주곡이 연주됐고 2부 다섯 번째 곡은 작곡가 양희주의 '이일향 시에 의한 억새', 여섯 번째 곡은 작곡가 손정훈의 '박두진 시에 의한 꽃구름 속에'를 소프라노 남지은이 불렀다. 일곱 번째 곡은 작곡가 김은혜의 '동물의 춤'이 연주됐다.

여덟 번째 곡은 작곡가 주용수의 '정수자 시에 의한 화양루로부터'가 연주됐다. 이날 연주된 곡 중 유일하게 수원을 주제로 한 음악으로 정수자 시인의 '사도세자의 절규'에 기초한 작품이다. 수원화성 팔달산 남쪽 끝에 있는 서남각루인 화양루에 올라 화산능을 바라보는 정조가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에서 음악이 시작된다. 이 곡을 주도하는 영조와 사도세자의 갈등의 주제가 전개되는 동안 정조는 참담한 아버지의 죽음을 회상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간다.

정수자 시인의 '사도세자의 절규'는 '빠개주오, 이 뒤주를/ 찢어주오, 이 질긴 어둠을/ (할바마마 아비를 살려 주소서, 살려 주소서 어린 산의 울부짖음도 모질게 끊어간 뒤)/ 죽음을 핥고 가는 시간의 검은 혀에/ 한 가닥 온기마저 스러지는 여드렛날/ 돌아앉을 틈도 없는 뒤주 속이 너무 넓어...' 이렇게 시작된다.
수원창작악회 제5회 정기작품발표회 리허설장면/사진제공, 수원창작악회

수원창작악회 제5회 정기작품발표회 리허설장면/사진제공, 수원창작악회

주용수 작곡가가 밝힌 음악적 구성은 개혁을 완성하지 못하고 승하한 지 일백이십여 년이 지나, 정조는 지상에 내려와 화양루 위에 선다. 현악기의 미세한 음향이 그의 현신(現身)을 묘사한다. 정조는 화양루에서 화산을 내려다보며 참담했던 '사도세자의 절규'를 아픈 가슴으로 회상한다. 아버지의 기품 있는 생전 모습이 떠오른다. 유사한 악구를 반복 전개하는 현악기는 세자의 정갈한 모습을 표현한다.   

죽음을 앞 둔 아버지의 고통스런 일곱 날이 점증적으로 묘사되며 정조는 가슴 아픈 기억을 되살린다. 정조의 주제와 사도세자의 주제를 현악기와 목관악기가 서로 모방하며 전개한다. 여덟 째 날, 사도세자가 숨을 거두자 주변은 급작스런 정적에 휩싸인다. 영조의 주제가 더블베이스에 고집스럽게 나타나고 조종(弔鐘)이 울리면서 다시 이야기가 이어진다.

어린 정조의 등극을 어렵게 하는 정치상황이 이질적인 음형으로 묘사된다. 영조의 주제는 베이스에서 지속되고, 정조와 세자의 주제를 목관악기가 '시차에 의한 리듬선율'로 표현한다. 정조의 주제를 변용한 새 주제가 트럼펫에서 등장하며 정조의 조선은 시작된다. 혼미한 붕당정치를 개혁하는 그의 소명의지가 현악기의 비트와 관악기의 리듬으로 표현된다. 

주용수 작곡가는 "한 오케스트라가 순수한 창작곡을 7곡이나 연주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양승렬 지휘자의 깊이 있는 음악적 해석과 수준 높은 오케스트라가 연주해 창작곡 발표회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라고 발표회 소감을 밝혔다. 수원창작악회에서 수원 관련 콘텐츠가 많이 창작돼 발표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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